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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업은 유통 아닌 관광업 … 경쟁력 높일 방안 찾아야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권 2장이 HDC신라면세점(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합작법인)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에 돌아간 지난 10일, 탈락한 한 대형 유통업체 임원은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처럼, 5개월 간 달아올랐던 입점 경쟁이 일단락된 뒤에도 유통업계는 면세점 사업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번 결정으로 면세점 시장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조만간 펼쳐질 ‘2라운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 8조3000억원에 달한 국내 면세점 시장은 롯데가 52%, 호텔신라가 31%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황금알을 낳는’ 서울 시내면세점에서는 롯데 점유율이 60.5%로 호텔신라와 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HDC신라면세점의 특허 획득으로 이 격차는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HDC신라의 경우 면세점 면적도 2만7400㎡로 신청한 7개 법인 가운데 가장 넓다. 관광객을 유인할, 다양한 운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화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연간 국내외 관광객 320만명이 찾는 63빌딩의 매력과, 한강·한류 등과 연계하겠다는 구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면세점 업계는 관광객을 유인할 새로운 매력 포인트 발굴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며 “한화의 여의도 구상에 갤러리아를 운영하며 쌓아온 명품관 운영 노하우가 더해지면 빠른 시간에 신흥 강자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백화점 5곳을 운영하는 한화가 백화점보다 더 매출이 많은 면세점을 확보하면서 롯데·신라·신세계 주도하던 면세시장이 4강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락 업체들은 오는 9월 ‘역전’을 꿈꾸고 있다. 서울과 부산에서 영업 중인 시내 면세점 4곳의 특허 기간이 올 11~12월 잇따라 만료된다. 9월이면 새로운 사업자 선정 과정이 시작된다. 서울 워커힐면세점의 특허 기간은 11월 16일, 롯데면세점 소공점(본점)과 잠실 월드타워점은 12월 22일과 31일 각각 끝난다. 부산 신세계면세점은 12월 15일까지다. 관세청 관계자는 “서울과 부산에서 나오는 4개의 면세점 특허와 관련해 9월 25일까지 업체들의 신청서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서 탈락한 5개 대기업에는 놓칠 수 없는, 패자부활의 기회인 셈이다.

2라운드는 1라운드보다 경쟁이 한층 치열할 전망이다. 이번에는 7곳의 후보 중 상위 2개 업체를 선정해 3.5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9월에는 티켓 한 장마다 업체들이 모두 입찰할 수 있다. 이번 면세점 유치전에서 다소 소극적이었던 롯데는 대표적인 ‘노른자위 매장’인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의 영업권을 지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다. 롯데는 이 두 매장에서 지난해에만 2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SK네트웍스도 워커힐면세점 ‘수성(守成)’에 사활을 건다는 계획이다.

2013년 관세법 개정으로 대기업 시내 면세점에 대한 특허 기간은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줄었다.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자동 갱신되던 사업권도 항상 ‘경쟁 입찰’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기존 사업자도 다른 경쟁자들과 똑같이 입찰전을 치러야 한다. 이돈현 관세청 차장은 9월 사업자 선정에 관해 “기존 (업체에 대한) 프리미엄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면허 지정사업은 일단 따기만 하면 ‘땅 짚고 헤엄치기’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장산업인 면세 사업이 허가권을 따낸 대기업의 독점적·배타적 사업에 그치지 않고, 경제 전반에 활력이 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일본의 경우 여권만 보여주면 현장에서 소비세 8%를 돌려주는 면세점포를 2만개 가까이 운영중이다. 우리나라도 외국인에게 부가세를 돌려주는 점포가 7000여곳 지정돼 있지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환급을 공항에서만 받을 수 있고, 절차도 복잡하다 보니 대기업 면세점에만 관광객이 몰린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관광객 증가의 온기가 우리 경제 구석구석에 미치게 하려면 면세세업을 유통업이 아닌 관광산업의 관점에서 접근해 관광객 편의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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