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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삼킨 불혹의 투타 … 별들의 전쟁 빛낼 ‘5인의 노병’

7년 만에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손민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8일 발표한 2015년 KBO 올스타전 추천 선수 명단엔 베테랑 손민한(40·NC)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손민한은 오는 1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올스타전이 열리는 날 만 40세 6개월 16일이 된다. 올스타전 사상 최고령 투수였던 2000년 김용수(당시 LG·40세 2개월 21일)의 기록을 넘어선다. 부산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그는 2012년 롯데에서 방출됐다가 이듬해 NC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뒤 부활했다. 올 시즌 13경기에 등판, 8승4패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하고 있다. 손민한이 올스타전에 나서는 건 2008년 이후 7년 만이다.

 이번 올스타전엔 우리 나이로 마흔을 넘긴 선수가 5명이나 참가한다. 이승엽(39·삼성)은 지난 6일 발표된 드림 올스타(삼성·SK·두산·롯데·kt) 지명타자 부문 1위에 선정됐다. 뿐만 아니라 올스타 팬 투표 사상 최다 득표(153만47표·선수 투표를 합산해 총 63.86점)를 기록했다. 나눔 올스타(넥센·NC·LG·KIA·한화) 1위는 지명타자 이호준(39·NC·55.95점)이었다. 뿐만 아니라 임창용(39·삼성)은 드림 올스타 마무리 투수에, 박정진(39·한화)은 나눔 올스타 중간 투수에서 포지션 최다 득표를 했다.

올스타전 팬 투표 1위에 오른 이승엽은 철저히 자기관리를 한다. [사진 삼성 라이온즈]
철저한 자기관리로 후배들에 자극제
KBO리그는 9일 현재 396경기를 치러 시즌 일정(720경기)의 55%를 소화했다. 반환점을 돌 때까지 베테랑들은 꺾이지도, 지치지도 않았다. 이승엽은 지난달 3일 포항에서 열린 롯데 전에서 KBO리그 통산 400호 홈런을 달성했다. 일본에서 8년을 뛰며 때린 159홈런을 제외하고도 그는 프로야구 사상 첫 400홈런 타자가 됐다. 그의 폭발력은 올스타 팬 투표로 이어졌다.

 다섯 차례나 홈런왕을 차지했던 전성기만큼은 아니지만 이승엽은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9일 현재 타율 0.320(14위), 홈런 15개(12위), 타점 55개(14위)를 기록 중이다. 이승엽은 “비결이라고 할 건 없다. 여전히 야구를 어려워하고, 즐거워하고, 열심히 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평소 그는 후배들보다 1시간 정도 이른 오후 1시에 출근한다. 일찍 나와 훈련을 착실히 하는 것, 21년 동안 지켜온 이승엽의 루틴이다. 만 22세였던 1997년 최연소 홈런왕에 오른 뒤 최고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그는 매년 타격 폼을 바꿀 만큼 고민하고 노력한다. 그는 “20대 선수들이 우리나이로 마흔인 나를 ‘할배’라고 불러도 괜찮다. 팬들의 사랑을 받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임창용은 삼성 마운드의 축이다. 일본(2008~2012년 야쿠르트)과 미국(2013년 시카고 컵스)을 거쳐 삼성으로 돌아온 그는 지난해 세이브 31개(2위)를 기록한 동시에 승리를 날려버리는 블론세이브도 9개나 했다. 세월을 이기기 힘든 것 같았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위력적인 공을 던지고 있다. 3승2패 15세이브(구원 2위)를 올리며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 중이다. 블론세이브는 3개뿐이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오승환(33·한신)이 일본으로 떠난 뒤에는 임창용 만한 마무리가 없다. 난 그를 믿는다”고 말했다.

 임창용은 3월 31일 수원 kt전에서 KBO리그 통산 200호 세이브를 올렸다. 99년 김용수(LG), 2007년 구대성(한화), 2011년 오승환(삼성)에 이어 네 번째 기록. 9일 현재 한·일 통산 342세이브를 기록중인 그는 “앞으로 2년은 끄떡없다. 400세이브 이상도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임창용은 2012년 오른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구위가 다소 떨어졌다. 그러나 재활기간이 끝나자 특유의 탄력 넘치는 피칭을 되찾았다. 매일 스트레칭만 두 시간씩 한다. 지루한 과정이어서 젊은 선수들은 대충 넘어가지만 피칭보다 유연성 훈련을 더 열심히 한다.

만년 유망주 박정진, 40세에 최고 성적
94년 해태에 입단한 이호준은 21년 동안 한 번도 홈런왕에 오르지 못했다. 3할 타율도 두 차례(2007, 2012년)만 기록했다. 성적을 보면 이승엽에 절대 미치지 못하지만 야구팬들은 ‘타자는 이승엽처럼,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말을 즐겨 한다. 항상 치열하게 노력하는 이승엽과 달리 이호준은 중요할 때만 잘한다는 걸 꼬집은 것이다. 실제 이호준은 자유계약선수(FA)로 시장에 나오기 직전 성적이 가장 좋았다.

 부와 명예·기록 등 모든 면에서 이승엽과 비교할 수 없지만 이호준의 인생은 충분히 행복하다. 젊을 때 신나게 놀고 결혼 후에는 아내, 세 아이와 다복하게 사는 그의 인생을 많은 팬들이 응원한다. 이호준은 “젊은 때 나는 거의 망나니였다. 야구가 잘 안 되니까 도망 다니다가 김성근 해태 2군 감독님한테 많이 혼났다”며 웃었다. 그는 자신감 하나로 버텼다. 시원시원한 스윙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고 시즌 20개 정도의 홈런을 꾸준히 때려냈다. 철이 들면서 야구에 더 집중했다. 지난달 18일 수원 kt전에서 역대 최고령(39세 4개월 10일)으로 통산 300호 홈런(역대 8번째)을 때려냈다. 현재 타율 0.319(15위), 홈런 16개(9위), 타점 76개(2위)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박정진의 2015년은 더 극적이다. 98년 한화에 입단한 그는 독특한 투구폼과 묵직한 구위를 갖고 있다. 한데 제구가 불안정하고 기복이 심해 주축 투수가 된 적이 없다. 2010년 56경기에서 2승4패 10세이브 6홀드를 올린 게 최고였다. 당시 그는 노(老)망주(노장+유망주)라 불렸다. 그렇게 끝나는 것 같았던 그의 야구인생이 확 바뀌었다. 올해 51경기에 등판해 5승1패 1세이브 13홀드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올스타전 베스트 멤버로 뽑혔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박정진이 진짜 프로가 된 것 같다. 원래 연투가 어려웠지만 생각을 바꾸고 더 노력하면서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박정진은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다. 앞으로 더 잘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야구인생은 다르지만 불혹의 5명은 올스타전에서 만난다. 반기는 팬들도 많지만 “그만큼 세대교체가 더딘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승엽도 최다 득표 소식을 듣고 “젊은 선수들이 많이 나가야 하는데…”라고 했다.

 야구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도 세대교체는 인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호준은 “나를 대신할 만한 후배가 나오면 미련 없이 그만 둘 생각이지만 실력이 된다면 더 오래 하고 싶다”고 했다. 베테랑이 단단하게 지키는 자리를 후배가 실력으로 빼앗아야 진짜 경쟁력이 생긴다. 베테랑들의 활약은 후배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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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