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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의 문화 트렌드] 미술관에서 기모노 입어보는 게 인종차별일까









붉은 기모노를 입고 부채를 펼친 금발 여인의 그림. 미국 보스턴 미술관의 주요 소장품인 프랑스 인상파 거장 클로드 모네의 ‘라 자포네스’다. 제목은 ‘일본여인’이라는 뜻이지만, 그림의 모델은 모네의 아내인 카미유였다. 화가는 모델이 진짜 일본인이 아닌 유럽인임을 강조하기 위해 원래 금발이 아닌 아내에게 가발을 쓰도록 했다. 왜 그랬을까?

모네는 그가 살던 19세기 후반에 유럽인들이 일본 문화에 열광하던 ‘자포니즘’ 현상을 나타내려 한 것이었다. 당시 파리에서 멋쟁이로 통하려면 기모노든 병풍이든 일본풍 아이템 하나씩은 갖춰야 했을 정도니까. 모네 자신도 우키요에(浮世繪) 목판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나중에 지베르니 정원에 일본식 다리를 만들기도 했다.
 
보스턴 미술관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


















며칠 전 이 그림이 외신에서 갑자기 화제로 떠올랐다. 보스턴 미술관이 ‘라 자포네스’ 앞에 그림 속 기모노와 똑같이 만들어진 실물을 비치하고 관람객이 입어보게 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가, 몇몇 사람들의 항의에 부딪혀 취소했기 때문이다.

미술관이 6월 말 이 이벤트를 처음 페이스북에 공지했을 때 이것이 ‘오리엔탈리즘의 부활’ 즉, 아시아를 진지하게 이해하기보다 ‘신비로운 판타지 놀이터’쯤으로 여긴 19세기 유럽인식 시각이며 “인종차별적”이라는 항의 댓글들이 올라왔다. 반대로 “타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좋은 행사”라는 댓글들도 올라왔지만 말이다.

곧이어 보스턴 미술관에 몇몇 아시아계 시위자들이 나타나 기모노를 입어보는 관람객 앞에서 ‘오리엔탈리즘’ ‘제국주의’ ‘인종차별’ 등의 비난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보스턴 글로브와 BBC에 따르면 시위자 중 한 명인 크리스티 왕은 아시아계 미국인이 아직도 기묘한 존재로 타자화되고 쿵푸 고수, 게이샤, 얌전한 학생 등으로 정형화된다며, 기모노 이벤트도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미술관은 며칠 전 “불쾌하게 느낀 관람객이 생기게 한 것에 사과한다”며 이벤트를 취소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시위자들과 ‘미술관의 굴복’을 비판하는 댓글들이 뉴욕타임스, 재팬투데이의 관련 기사 댓글란에 쇄도하고 있다. “일본인이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입으면 미국인을 조롱하고 인종차별하는 게 되나” “별의별 것에 다 모욕감을 느끼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굴복하다니” 등의 내용이다. 서구문화를 ‘정상’으로 놓고 그와 다른 아시아문화를 ‘비정상, 비합리, 신비, 기묘’한 흥미거리로 취급하는 오리엔탈리즘은 분명 현대에도 존속하고 있고, 제국주의가 팽배한 19세기 유럽 미술에 특히 두드러졌던 게 사실이다. 터키에 가본 적도 없는 유럽 화가들이 술탄의 궁녀들에게 유럽인의 에로틱한 환상을 불어넣어 그린 ‘오달리스크’ 그림들이 대표적이다. 일본 문화도 곧잘 그런 식으로 다뤄졌다..

그러나 모네의 ‘라 자포네스’는 다른 맥락이다. 왜곡된 환상을 담아 일본을 묘사한 그림이 아니라 일본풍에 빠져 있는 유럽인을 다소 풍자적으로 그린 그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모노 이벤트는 일본 방송국 NHK의 의뢰로 이 그림이 일본에서 전시됐을 때 시작된 것이다. 이번 ‘오리엔탈리즘의 반대자’들은 타겟을 상당히 잘못 잡은 것 같다. 다른 정당한 타겟들이 얼마든지 있을 텐데 말이다.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sy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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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