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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의 시대공감] 빚 탕감과 그렉시트 비용

그렉시트(GREXIT·그리스 유로존 탈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두 부류다. 하나는 유럽이 흔들리기를 내심 바라는 유럽바깥의 세력이다. 사실 유럽연합의 태동 초기(로마조약, 1957년)에서부터 지금까지 미국 내에는 유럽의 통합이 불가능하다고 여기거나 통합되지 않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만만치 않았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유럽에서 자그마한 소란이 일어나도 유럽통합체제가 붕괴될 것으로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하나는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탈퇴해야만 그리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부류다. 차라리 그렉시트를 선택하라고 권고하는 폴 크루그먼교수나 조셉 스티글리츠교수가 이런 부류에 속한다.

그러나 그렉시트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국가부채(국내총생산(GDP)의 175%), 대외부채(4000억 유로, GDP의 280% 내외), 실업률(27%) 같은 그리스의 경제사회적 난관이 만만찮다. 그만큼이나 그렉시트도 어렵다.

첫째 이유는 그렉시트가 가져올 그리스 내부의 대혼란이다. 만약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빠져 나온다면 그리스는 독자적인 재정정책, 통화신용정책, 환율정책을 쓸 수 있게 된다. 중앙은행은 자체 돈을 찍어낼 수 있다. 드라크마(그리스의 옛 화폐) 환율이 변하면서 경쟁력이 살아나 그리스의 경제사회적 질병을 치유할 가능성도 생긴다.

이런 설명은 교과서에 있는 책상물림 생각에 불과하다. 일상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인쇄하고 발행하는 데에만 최소한 수개월은 걸린다. 유로화로 표시된 예금을 인출해야 할 국민의 입장에서는 적용되는 환율수준이 중요한데 어마어마한 국채부담과 복지지출을 감당해야 할 정부와 중앙은행으로서는 엄청난 발권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 결과 인플레를 피할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심각한 드라크마화 절하가 초래된다. 유로화 표시 예금잔고가 있어도 보유하기만 한 채(시재, hoarding) 인출을 꺼리면서 시중에서는 심각한 유동성 부족이 발생할 것이다. 생리적으로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거의 모든 경제거래가 동결되거나 아니면 드라크마화 발행에도 불구하고 유로화가 사실상 통용되는 이상한 이중통화 유통체제가 될 수 있다. (유로화가 사실상 통용되는 만큼 그렉시트의 장점은 사라진다.)

덴마크나 영국과 같이 EU에 속해 있으나 유로존에서는 빠져 있는 나라를 모델로 제시하지만 그 두 나라는 처음부터 들어오지 않았으므로 그렉시트와 같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경우’에 생기는 혼란과는 경우가 전혀 다르다. 또한 그리스 내부의 자산은 국외로 빠져 나갈 것이고 그리스 금융산업과 금융기관의 연쇄붕괴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리스 내부의 자산은 국외로 빠져 나갈 것이고 그리스 금융산업과 금융기관의 연쇄붕괴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이유는 그렉시트가 가져올 유럽의 혼란이다. 그리스 경제와 금융이 혼란에 빠지면서 채무이행이 어려워지면 그리스 정부 혹은 기업에 대해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국가 혹은 금융기관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이 결과 경제체질이 허약한 유로존의 다른 나라들에도 충격이 번질 가능성이 있다.

셋째 이유는 그렉시트가 초래할 ‘공포 혹은 비용’에 비해 그리스의 현안을 해결하는데 드는 비용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스의 GDP는 EU의 1.25%에 불과하고 그리스의 총 대외채무 5000억 유로를 100% 다 탕감해 줘도 EU 총예금자산(10조6000억 유로)의 4.7%에 불과한 규모다. 채무를 어느 정도 탕감해도 그리스 문제는 EU로서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유로존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1950년대 이후 지금까지 60여년 각고조탁,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난산의 난산을 거듭하며 태어났다. 이후 70년대 오일쇼크, 80년대 개도국 채무위기, 93년 파운드화 위기와 90년대 중반 아시아 금융위기, 그리고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등 숱한 위기를 겪어내고 거뜬히 살아남은 기적과 같은 생명체이다.

그리스가 유로존 체제로부터 이탈한다는 것은 60여년 간 지속한 유럽의 희생과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라는 걸 유럽의 지도자들은 잘 알고 있다. 내부의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국민들의 거친 정치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와 유럽의 지도자 간 원만한 타협을 할 것이다. EU는 물론 치프라스나 그리스 국민도 그렉시트를 원하지 않는데 어떻게 그렉시트를 운운한다는 말인가.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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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