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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리뷰] '역전에 산다'

팬터지 코미디를 지향한 '역전에 산다'(감독 박용운)는 최근의 사회상과 잘 맞아떨어지는 영화다. 로또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불황에 지친 사람들이 '대박'을 꿈꾸는 요즘, 꿈의 집결체인 영화는 멋진 인생 역전을 보여준다.



뒤바뀐 인생도 변한건 없네

이를테면 대리만족용으로 적당하다. 어느날 갑자기 증권사 말단 영업사원 승완(김승우)은 터널 속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한국 최고의 골프 스타가 된다. 이름.외모가 똑같은 것은 물론 유전자.혈액형마저 같으니 그야말로 완벽한 변신이다. 거지에서 왕자가 된 동화 주인공의 현신이고 '미꾸라지 용 됐다'는 속담의 1백% 현실화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했던가. 승완은 외양과 실제의 충돌 때문에 비틀거린다. 겉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속은 옛모습 그대로인 것. 게다가 돌아가셨던 아버지(김성겸)가 살아계시고, 한번도 보지 못한 아내(하지원)가 생겼고, 스타 여배우(고호경)와 스캔들을 일으키고 등등. 시쳇말로 정체성 혼란에 빠진다.



'역전에 산다'는 이런 모순된 상황을 주목한다. 지난해 각각 '라이터를 켜라'와 '색즉시공'으로 흥행 배우 반열에 오른 김승우와 하지원을 투 톱으로 내세우고, 그 주변에 강성진.이문식.박광정 등 연기파 조연을 포진시켜 휘발성 폭소가 아닌 뼈 있는 웃음을 빚으려고 노력했다. 뮤지컬 스타 전수경도 주요 배역을 맡았다.



승완의 입장에서 볼 때 '역전에 산다'는 일종의 성장 드라마다. 조폭에게 쫓기는 신세였던 증권사 말단 직원 시절이나, 골프 선수에겐 치명적인 슬럼프에 빠진 현재의 변신모습이나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그토록 고대했던 화려한 삶도 결코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생 역전의 참된 의미를 알게 된다고나 할까. 인생이 1백80도 달라졌던 승완은 부모.친구.동료.연인 등의 소중함, 나아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재발견한다. 무조건 웃기려는 게 아니라 팬터지란 틀을 빌려 삶의 의미를 돌아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영화 막판, 승완과 세계 골프 챔피언이 맞붙는 장면, 승완이 찾아 헤매던 여인과 만나는 장면 등은 제법 짜릿하다.



하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아쉬움을 남긴다. 무엇보다 드라마적 요소와 코미디적 요소의 연결이 성기다. 종종 재치있는 대사가 등장하고, 화면도 안정적이나 비약이 심한 탓에 작품에 몰입하기가 힘들다. 딱히 꼬집을 게 적은 반면 특별히 칭찬할 것도 적은 무난한 영화로 끝난 듯하다.



승완을 제외한 다른 캐릭터의 입체성도 부족한 느낌이다. 출연작에 비해 히트작이 적었던 김승우는 지난해 '라이터를 켜라'의 어리버리한 백수 역으로 '배우 역전'에 성공했으나 이번 출연으로 '굳히기'에 들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작의 이미지가 큰 변화 없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폰'과 '색즉시공'의 성공으로 급부상한 하지원도 방송사 기자와 승완의 아내라는 두 인물을 연기하지만 승완의 보조적 인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야구 해설가 하일성씨가 골프 해설가로 등장하고, 코믹배우 임창정이 경찰관으로 카메오(깜짝) 출연하는 장면 등은 재미있다.



오랜 단편 작업 끝에 장편에 데뷔한 박용운 감독의 '스크린 역전'이 이뤄질 수 있을지….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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