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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외교 일등공신은 아라온호 … 세계 과학자들 줄섰다

한국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은 극지 연구의 첨병이다. 북극해를 누비는 아라온. [사진 극지연구소, 자료 현대글로비스]


아라온호는 대한민국 유일의 쇄빙연구선이다. 아라온은 바다를 뜻하는 순우리말 ‘아라’와 전부를 뜻하는 ‘온’의 합성어로 ‘전 세계 바다’란 의미를 담았다. 매년 북극과 남극을 오가며 극지 연구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속으로] 신(新) 북극외교 시대



 지난 7일 인천항 1번 부두로 들어서자 무채색으로 칠한 컨테이너선들 사이로 빨간 함체의 아라온이 눈에 띄었다. 40㎜ 두께의 특수강으로 만들어졌다는 선수(船首)는 일반 배와 달리 돌출 부위가 없이 미끈한 모습이었다. 아라온 선미에 있는 헬기착륙장은 북극이사회 회원국과 옵서버국 등 20여 개국에서 온 손님들로 가득 찼다.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 마티 헤이모넨 핀란드 대사, 에릭 월시 캐나다 대사, 벳쇼 고로(別所浩郞) 일본 대사 등 주한 대사만 10명이나 왔다. 이들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안내를 받으며 아라온 내에 있는 생물학연구실·주건식연구실 등 시설을 둘러봤다. 아라온의 해양 퇴적물 시추기는 국내 시추기들 가운데 가장 깊은 곳(39m)에서 퇴적물을 채취할 수 있다. 빙하 탐지 레이더로는 빙산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아라온에는 이런 최신 연구장비가 80여 종 실려 있다.



지도는 현대글로비스가 2013년 실제 시범 운항한 북극항로. [사진 극지연구소, 자료 현대글로비스]
 ‘귀빈’들이 아라온을 찾은 이유는 한국의 북극이사회 영구 옵서버국 지위 획득 2년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인천 송도에 있는 극지연구소에선 기념 만찬이 열렸다. 윤 장관은 “해운·조선·수산 분야에서 노하우와 경험을 갖춘 한국은 북극 협력에 있어서도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잔치’를 벌일 정도로 2년 전 북극이사회 옵서버국 가입은 한국 외교에서 중대한 사건이었다. 북극이사회는 북극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연구, 협력 등을 관할하는 국제기구다. 미국·러시아·노르웨이·캐나다·덴마크 등 5개 연안국에 스웨덴·핀란드·아이슬란드를 더한 8개국으로 구성된다.



 조약에 따라 평화롭게 각국이 연구를 진행하는 남극과 달리 북극에 대해선 8개 국가가 대부분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공해(公海·주인 없는 바다)도 거의 없다. 북극 프로젝트를 후원하거나 지역 협력자로 참여하려면 영구 옵서버국 지위 획득이 필수적이었다.



 한국은 3수 끝에 2013년 5월 스웨덴 키루나에서 열린 북극이사회 각료회의에서 영구 옵서버국에 진출했다. 이후 활발한 북극 외교를 벌여 왔다. 고위관리회의(4회), 작업반 및 태스크포스 회의(16회), 각료회의(1회) 등 다양한 협의에 참여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북극 협력이 있었다. 영구 옵서버 가입 직후에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북극정책 전반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종합 청사진을 마련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2013년 12월 발표된 북극정책 기본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또 북극이사회 회원국들과의 양자관계도 북극 협력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도, 2013년 11월 서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을 때도 북극 문제를 의제에 포함시켰다. 지난해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의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퍼 총리는 산타클로스의 국적이 캐나다라고 선언했을 정도로 북극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지난 7일 아라온호에서 열린 북극이사회 영구 옵서버 진출 2년 기념행사. 왼쪽부터 해양수산부 김영석 차관, 제롬 파스키에 프랑스 대사, 롤프 마파엘 독일 대사, 윤병세 외교부 장관, 로디 엠브레흐츠 네덜란드 대사, 마티 헤이모넨 핀란드 대사, 토마스 레만 덴마크 대사. [사진 외교부]
 지난달에는 한국 최초의 ‘북극 대사’도 임명됐다. 김찬우 전 케냐 대사다. 외교관으로선 드물게 10년 이상 기후변화 등 업무를 맡아 온 환경외교 전문가다. 공식 명칭은 북극협력대표지만 김 대사의 영문 명함에는 ‘Ambassador for Arctic Affairs(북극 대사)’라고 표기돼 있다. 북극에 공관을 둘 수 없기에 김 대사의 사무실은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5층에 있다. 12개 영구 옵서버국 가운데 한국 말고 북극 대사가 있는 나라는 일본과 싱가포르뿐이다.



 김 대사는 7일 “북극 관련 정책에 대한 실질적 결정은 북극이사회 고위 관리 회의에서 대부분 이뤄지는데, 이 회의에 참석하는 이들이 거의 대사급이다. 한국의 대표도 대사급이 적절하다는 판단으로 북극 대사 직위가 신설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국가 대표들과의 교류 등을 통해 한국의 북극정책을 알릴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북극 사랑’은 회원국들 사이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캐나다를 방문한 올라퓌르 그림손 아이슬란드 대통령은 북극 협력을 주제로 한 조찬 강연에서 한국을 ‘모범 사례’로 치켜세웠다. “옵서버 국가 중에 한국이 가장 주목된다. 한국 정부가 북극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갖추고 2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눈에 띄는 활동과 기여를 해왔다”고 했다. 지난달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한·노르웨이 정책대화에서 노르웨이 측도 “같은 시기 가입한 다른 옵서버국들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한국의 실적이 좋다”며 한국을 ‘믿을 수 있는 파트너(trusted partner)’로 평가했다고 한다. 한국은 일본·중국 등과 함께 영구 옵서버 지위를 얻었다.



 여기엔 한국이 북극 연구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북극 연구의 양대 축은 스발바르군도에서 생태계·기상·지질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다산과학기지와 쇄빙연구선 아라온이다. 특히 아라온은 세계적으로도 최신 쇄빙연구선이라 공동 연구를 원하는 국가가 많다. 극지연구소 강성호 극지해양환경연구부장은 “아라온에서 나온 연구 결과는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 세계적 학술지에도 수차례 등재됐으며, 북극이사회 회원국들로부터 큰 신뢰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매년 10여 개국 20~30명 정도의 외국 과학자들과 같이 연구하는데, 아라온에 승선하기 위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했다.



 북극항로 개발 역시 한국의 북극정책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구온난화 가속화로 북극해 해빙 면적이 감소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기회다. 미 해군은 2050년이 되면 여름엔 북극해 얼음이 완전히 녹아 선박들이 북극점을 자유롭게 가로지를 수 있을 것이라고 최근 예측했다. 북극 항로를 이용할 경우 부산~네덜란드 로테르담 간 거리는 2만2000㎞에서 1만5000㎞로, 항해 기간은 40일에서 30일로 단축된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현대글로비스는 2013년 북극항로를 이용해 나프타 4만4000t을 운송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러시아 발트해 인근 우스트루가항에서 여수 광양항까지 1만5524㎞를 항해하는 데 35일이 걸렸다. 남방항로를 이용했다면 거리는 2만2196㎞에, 45일이 소요됐을 것으로 예상됐다.



 북극은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북극해에는 900억 배럴 상당의 석유와 47조2890억㎥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 이는 미발굴 석유의 13%, 천연가스는 30%에 해당하는 양이다. 눈독을 들이는 것은 한국뿐이 아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7일자 최신호에서 “러시아는 지난 3월 병력 3만8000명과 전투기 110대, 군함 50척을 동원해 북극 인근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했고, 소련 때 사용하던 비행장과 항만을 복원했다”며 “또 다른 ‘지정학적 냉전’이 일어나고 있다. 러시아에 뒤처진 미국은 이미 질 위험에 놓여 있다”고 보도했다.



유지혜·안효성 기자 wisepen@joongang.co.kr





[S BOX] 100m 12초에 뛰는 북극곰, 빙하기 견뎌낸 사향소 … 북극의 터줏대감들



북극 하면 떠오르는 대표 동물은 북극곰이다. 갈색곰 한 무리가 시베리아에 살면서 북극곰이 됐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 북극곰과 갈색곰은 서로 교배해 새끼를 낳을 수 있다. 차이는 있다. 갈색곰은 식물도 먹는 잡식성이지만 북극곰은 육식성이다. 두터운 지방층과 가죽, 두 겹의 털은 북극곰이 영하의 찬바람을 견디는 비결이다. 북극곰은 곰답지 않게 빠르다. 걸을 때 시속은 5.6㎞, 달릴 때는 30㎞다. 100m를 12초 만에 주파하는 셈이다. 헤엄도 잘 친다. 북극곰 한 마리가 베링해를 9일 동안 수영해 690㎞를 이동했다는 기록도 있다.



 연구원들에겐 북극곰이 위협이 되기도 한다. 다산과학기지 연구원들은 모두 총기 사용 교육을 받고 사격 훈련도 한다. 다산기지가 있는 스발바르군도에는 사람보다 북극곰이 더 많이 산다. 쇄빙연구선 아라온 연구를 맡고 있는 극지연구소 강성호 극지해양환경연구부장은 “최근 빙하가 급격하게 녹으며 북극곰들이 먹이를 구하지 못해 굶주려 있다. 언제 공격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먼저 헬기를 띄워 주변을 살피고, 현장 연구 중에는 원주민을 고용해 경계한다”고 말했다.



 북극의 또 다른 동물 사향소는 빙하기도 견뎌낸 동물이라고 한다. 함께 살았던 매머드는 빙하기 때 멸종됐다. 사향소에게는 사향주머니는 없지만 사향소 수컷이 짝짓기를 위해 사향과 비슷한 냄새가 나는 물질을 배출한다. 사향소는 이중 망막을 갖고 있어 빛이 부족해도 먹이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북극이사회의 상징이기도 한 북극여우는 겨울이 되기 전 털갈이를 한다. 등과 머리 쪽의 짙은 갈색 털이 눈처럼 새하얗게 변한다.



 북극 바닷물의 온도는 섭씨 -1.9도. 그런데도 대구 등 물고기들이 얼지 않고 헤엄칠 수 있는 비결은 혈액에 ‘결빙 방지 단백질’이 있기 때문이다. 혈액 성분의 어는 점을 낮춰준다. 한국 인근처럼 따뜻한 바다에 사는 물고기에는 결빙 방지 단백질이 없기 때문에 겨울에 얼어 죽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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