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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시인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의 힘

서경식 지음, 서은혜 옮김

현암사, 296쪽, 1만4000원




재일조선인 2세 서경식(64·도쿄게이자이대학 현대법학부 교수)씨는 한국 출판계에서 힘 있는 저술가로 꼽힌다. 1992년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펴낸 이래 10여 권이 넘는 책을 생산하면서 고정 독자층을 만들었다. ‘서경식 류’ 글쓰기에 중독된 사람들이다. 문학평론가 권성우씨는 서경식의 에세이가 “정치적 올바름과 미학적 품격이 성공적으로 결합되어 있기에” 그토록 자신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분석한다.



 서경식의 ‘에세이 론’은 간단하다. “좋은 에세이는 늘 ‘나’에 대해 의심하며, 나쁜 에세이는 ‘나’에 대한 어떤 의심도 없는 그런 편안한 글”이다.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든 서경식 에세이의 동력은 무엇일까. 그에게는 글쟁이를 지향하게 한 개인사가 있었다. 한국으로 유학 와 있던 형님 두 분이 교포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되고, 그 충격으로 부모님을 잇달아 잃으면서 고아가 된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필명 박일호로 펴낸 개인 소장판 시집 『8월』에서 그는 절규한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처럼/ 나는 조국을 사랑할 순 없다// (…) 오늘도 내 밖에 있는 나의 조국을/ 사랑하고자 몸부림치는 것이다 사랑하고 싶어서.”(59~60쪽)



 그는 조선의 시인들, 양성우·박노해·정희성을 만나고 쓴다.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이 사회에 소외되고 상처 입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상, 시인의 일은 끝나지 않는다. 지금 이 시대가 시인들에게 새로운 노래를 요구하고 있다.”(155쪽)



 그러니 ‘시의 힘’이란 책 제목은 ‘서경식 글의 힘’으로 바꿔 놓아도 큰 무리가 없다. 그는 “문학이 저항의 무기로서 유효한지 의심스럽다”면서도 “걸어가면 길이 되기 때문에…아직 걸을 수 있는 동안은 걷는 수밖에”라고 다짐한다. 많이 이들이 서경식이란 이름 석 자만 보고 덥석 책을 집어 드는 이유다.



 모든 권력을 거부하는 자, 국가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폭력을 고발하는 자가 시인임을 끊임없이 되새김질하는 그는 오늘도 ‘의문형의 희망’을 묻는다. “시에는 힘이 있을까?” 그러곤 스스로 답한다. “시에 힘을 부여할지 말지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에게 달린 것이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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