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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중년기에 포기해야 하는 소중한 것들

김형경
소설가
지난 회 원고를 발표한 후 옛 상사의 메일을 받았다. 글에 묘사된 40대 남자의 징후는 건강이 좋아지고 수명이 연장된 요즘 남자들은 50대나 돼야 경험하는 현상이라는 내용이었다. 합리적인 말씀일 것이다. 더디게 나이 드는 일은 여성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메일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60세 이후에는 노인이 되는 사람과 어르신이 되는 사람이 있다.”



 노인과 어르신의 차이는 중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달렸을 것이다. 정신분석학 초기부터 융은 중년기 이후 삶의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그 후 많은 학자가 중년의 위기와 이후 삶의 갈등에 대해 연구했다. 전문가들은 중년기에 위기가 오는 첫째 이유를 그때까지 사용해 온 유아기 생존법 때문으로 본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고집해 온 성격·성향들이 중년이 되면 갈등요소로 작용한다. 그동안 지녀 온 의존적·경쟁적 태도가 성숙한 삶에 적합하지 않음을 알아차리고 포기해야 한다. 중년기 이후에는 변화한 지위에 맞춰 후배들을 지도하거나 부하 직원을 훈련하는 역할을 맡는다.



 중년이 되면 꿈과 소망도 포기해야 한다. 우리의 꿈이란 대체로 성장기 결핍이거나 부모의 꿈을 내면화한 것들이다. 중년이 되면 이미 이룬 꿈도, 아직 못 이룬 소망도 포기해야 한다. 꿈을 이뤘는데 이 허탈감은 무엇이냐고 실망하거나 뒤늦게라도 꿈을 찾겠다면서 궤도에서 벗어나는 이들을 목격한다. 중년이 되면 이타적 삶의 비전을 확립하고, 자녀가 자발적인 꿈을 꾸도록 격려하고 자녀의 꿈을 지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중년이 되면 무엇보다 성에 대한 인식 점검에 들어가야 한다. 젊은 시절처럼 빨리 달릴 수 없는 게 당연하듯 성적 능력도 그렇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보신 음식을 찾아다니면 허리만 굵어지고, 약물에 기대면 후유증이 남고, 새로운 성적 대상을 찾아다니면 생을 낭비할 뿐이다. 달라진 성적 역량에 맞는 성생활을 찾아내고, 친밀감을 나누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섹스 이외의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한다. 성적 능력을 곧 자존감처럼 여기는 태도도 포기해야 한다.



 중년기에 포기해야 하는 삶의 기능들은 여성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앞서 언급한 옛 상사는 내가 형편없이 모나고 미숙했던 20대의 인연이다. 돌이켜 보면 그 시기 어른들은 지금 그 나이대의 중년들보다 관대하고 성숙한 성품을 지녔던 것 같다. 우리의 미숙함 또한 더디게 나이 먹는 문화와 관련 있는 게 아닐까, 핑계를 떠올려 본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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