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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반대’ 좌파까지 껴안아야 유로존 튼튼해진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운데)가 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 긴급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떠나고 있다. 유로존 정상들은 이날 그리스 정부가 9일까지 새 개혁안을 내놓아야 하며 12일 이에 대한 결정을 하겠다고 최후통첩했다. 그리스의 개혁안이 수용되면 구제금융을 받게 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는 그렉시트 절차를 밟게 된다. [벨기에 AP=뉴시스]

‘포스트 7·12(7월 12일 이후)’.

 이달 12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이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상징할 문구다. 오는 일요일의 정상회의는 유로존의 운명을 결정할 분수령이다. 유럽 통합 전문가인 안병억(국제관계학) 대구대 교수는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재정위기 국면에서 새로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여태껏 그리스 문제는 트로이카 채권단(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 소관이었다. 그동안 EU 정상회의에선 주로 구제금융 펀드를 조성하거나 재정·금융 동맹 같은 이슈를 논의했다. 그런데 그리스 문제를 유로존이 아닌 EU 28개국 전체 정상회의에 올렸다는 건 정치적 타결을 시도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동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 사태는 트로이카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쪽이었는데 이번에 방향을 틀었다.

 정상회의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선호하는 무대다. 그는 올 1월 집권 이후 “우리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줄곧 주장했다. 이 때문에 EU 정상회의가 열린다는 건 메르켈이 그리스 국민투표를 계기로 한발 물러섰다는 신호일 수 있다. 실제 메르켈은 그리스 부채의 원금 일부 탕감(헤어컷)을 논의할 수 있는 길도 터줬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이런 분위기에 맞춰 치프라스가 구제금융 원금 30% 정도를 탕감받고 남은 부채의 만기를 30~40년까지 연장받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제시할 전망”이라고 8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치프라스도 “구체적인 계획을 2~3일 안에 만들어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제는 도 아니면 모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IGE) 이사장은 “그리스가 아주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방안과 일정을 제시하면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합의가 되면 유로존을 주도하는 독일 기민당, 프랑스 사회당 같은 중도 좌우파 세력과 시리자 같은 좌파 세력의 경제 논리·정책 사이에 타협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는 유로화를 지지하는 정치 지형이 넓어진다는 뜻이다. 유럽의 정치 지형은 다양하다. 극좌파에서부터 중도 좌파, 중도 우파, 극우파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그만큼 유럽 통합이나 유로화 사용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지금까지 유로화 체제는 각국의 중도 좌우파에 의해 지배돼 왔다. 독일의 기민당과 프랑스의 사회당이 대표 주자다. 재정위기에 대한 이들의 처방은 일관됐다. 긴축이다. 양적완화(QE)의 설계자인 리하르트 베르너 영국 사우샘프턴대 교수는 “중도 좌우파는 재정위기가 단 하나의 원인, 즉 재정지출의 방만함 때문에 비롯됐다고 보고 긴축을 최우선시했다”며 “이런 의미에서 그들의 결합을 ‘좌우파의 긴축동맹’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 비해 더 왼쪽으로 치우진 좌파들은 유로화는 받아들이지만 긴축을 반대한다. 그리스의 시리자, 스페인의 포데모스, 포르투갈 리브레 등이 그런 정당들이다. 이들은 유로화를 지지한다. 다만 “유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긴축 일변도 정책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런 이유로 좌파들은 유로존의 주도세력에서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긴축으로 고통받는 유권자를 파고들면서 세력을 넓히고 있다. 특히 지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상당한 성과를 냈다. 그 과정에서 기존 주류인 중도 좌우파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렇게 갈등이 커지니 좌파 세력들은 ‘유럽 통합에 반대하는 세력(Eurosceptics)’으로 불렸다. 그 바람에 “유로화가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유로화의 지지 기반이 축소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탈리아의 ‘오성 운동’,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 그리스의 ‘황금새벽’ 같은 극우세력은 유로화 자체를 부정한다. 이 때문에 극우파는 유로존의 안정을 논할 때 협상 대상도 되지 않는다.

 안병억 교수는 “결국 유로화 체제가 안정되려면 현 주도 세력이 주류에서 밀렸던 세력들을 포용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그리스의 부채를 일부 탕감하고 만기를 연장해 주는 양보를 하고 시리자도 실천 가능한 구조조정 스케줄을 채권단에 제시하는 정치적 타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 교수는 “이념적으로 다른 길을 지향하더라도 유로존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한데 모이는 게 유로화 시스템을 튼튼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말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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