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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사퇴’로 돌아선 최고위 … 비박 “승자 없는 최하 방책”

7일 오후 3시 새누리당 의원들의 휴대전화에 일제히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최고위원회가 요구한 ‘원내대표 사퇴권고결의안 채택의 건’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소집합니다… 원내대표 유승민.”

 정당정치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의총 소집 결정을, 원내대표 스스로 직접 통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유승민 정국이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기까지 새누리당은 긴박했다. 오전 9시 원내대책회의가 열렸지만 유 원내대표는 거취에 관해 침묵했다.

 그러자 전날부터 ‘실력행사’를 예고해온 충청권 의원들이 오전 9시30분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작전회의를 열었다.

 30분 뒤 김무성 대표도 긴급 최고위원회를 개최했다. 여기서 8일 의총 소집이 결정됐다. 최고위원들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면전에서 압박했다. 김을동 최고위원 등 지난달 29일 긴급 최고위에서 “시간을 주자”고 유 원내대표를 감쌌던 이들도 모두 사퇴 쪽으로 돌아섰다. 이 자리에서 유 원내대표가 자진사퇴를 거부하고 “의총 결정을 따르겠다”고 하자 최고위는 ‘의총 소집 강행’으로 맞불을 놨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유 원내대표 지지그룹인 비박계 재선 의원 11명이 회동했다. 이들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한 의총엔 불참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비박계 재선의원들이 반발하자 김 대표는 의총안건의 명칭을 수정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휴대전화엔 이날 오후 4시쯤 “의총의 안건명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에 관한 논의 건’으로 변경됐습니다”란 문자가 다시 발송됐다.

 이번엔 친박 진영이 강하게 불만을 나타냈다. 서청원 최고위원 측은 “의총안건명을 ‘사퇴권고결의안’으로 하기로 최고위에서 결정했는데, 그걸 마음대로 바꿀 거면 최고위는 뭐하러 하나. 이러니까 당내에 불만이 쌓이는 것”이라며 “단순히 ‘거취 논의 건’이라고 하면 결론이 안 날 수도 있고, 표결까지 가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새누리당 의원들은 종일 각자의 정치적 위치에 따라 분주히 움직였다. 의총에서 벌어질 세 대결을 앞둔 정지(整地)작업이었다. ‘유승민 퇴진’의 총대를 멘 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세가 가장 강하다는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이 아닌 충청권 의원들이었다. 이인제·정우택·김태흠·이장우 의원 등 친박계가 주축인 충청권 의원들은 오전 9시30분 회의 직후 “당·정·청이 혼연일체가 돼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유 원내대표가 대승적 차원에서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충청권 의원들이 나선 건 당내 권력지형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TK 의원들은 같은 지역구인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사이에서 곤혹스러운 입장이지만 충청권의 김태흠·이장우 의원 등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가까운 사이”라는 해석이다.

 비박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비박계 재선 의원들의 집단 움직임 외에 중진인 이재오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의총에서의 재신임을 뒤엎고 청와대 지시에 충실한다면 최고위는 존재 이유가 없다. 물러나야 할 사람들은 최고위원들”이라고 주장했다. 정두언 의원도 “의원들이 뽑은 원내대표를 보호하기는커녕 청와대의 뜻에 따라 쫓아내려고 하는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공식모임 외에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의총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술렁였다. 친박계는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용남 의원은 “자신이 주도한 법안(국회법 개정안)이 위헌 시비에 말린 유 원내대표는 책임을 져야 한다” 고 말했다. 비박계 박민식 의원은 “의원들 의견은 ‘의총 전에 유 의원이 결단하도록 하자, 의총 이후 냉각기를 더 갖자, 8일에 (실력 대결로) 마무리 짓자’는 세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의총에서 결정한다는 건 누구도 승자가 없는 최하의 방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가영·정종문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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