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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오디세이] 2750m 가장 높은 곳서 울려 퍼진 떼창 “아리랑 아리랑~”

‘평화 오디세이 2015’ 나흘째인 지난달 25일, 백두산에 오른 음악인 장사익씨는 북받치는 감동에 젖어 노래를 뿜어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천지를 배경으로 ‘귀천’을 부른 장씨는 “아리랑~”으로 넘어갔고 순례 일행은 합창으로 화답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어머, 어머, 어머….” 나경원 국회외교통일위원장이 입을 다물지 못한다. 듬직한 체구의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소년처럼 “야아~” 소리 지른다. 음악인 장사익씨는 바위 하나를 감싸 안으며 털썩 주저앉았다. 누구랄 것 없이 온몸이 벅차올라서 어쩔 줄 몰라 한다. 말을 사라지게 하는 장관이다. 처음 겪어보는 풍경이다.

남에서 바로 오르면 하루인 길을
마음 졸이며 나흘 걸려 돌아왔다
가슴 벅차올라 털썩 주저앉은 일행
“우리 얼의 원천이 바로 여기구나”
구름 걷히자 북쪽 산하가 드러났다
우리는 알았다, 왜 여기 와 있는지



지난달 25일, ‘평화 오디세이 2015’ 일행은 백두산 북파(北坡) 길로 천지에 올랐다. 함부로 얼굴을 보여 주지 않는다는 천지가 이날은 온몸을 열어 평화의 순례객들을 품에 안아주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달 25일 오후, ‘평화 오디세이 2015’ 순례의 길은 백두산 천지에 이르렀다. 남에서 북으로 바로 오르면 하루 걸음이면 될 길을 나흘 걸려 돌아왔다. 마음 졸이며 올라왔다. 천지를 제대로 보려면 집안 삼대가 복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전해진다. ‘백 번 와야 두 번 볼 수 있다’ 해서 백두산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천지 언저리 기상 변화가 그만큼 변화무쌍하기 때문인데 이날만큼은 백두산이 그 큰 품을 활짝 열어주었다. 비가 막 그친 삼삼한 날씨 뒤에 햇살이 반짝 하더니 안개가 대지를 덮고 구름이 몰려왔다. 백두의 기기묘묘한 변신은 인간사 너머에 있었다.



 백두산 가는 길은 네 방향이 있는데 북한 삼지연에서 오르는 동파(東坡) 코스를 뺀 세 길은 중국 쪽에서 출발한다. ‘평화 오디세이’ 일행은 북파(北坡) 길로 올랐다. 오전에 ‘광복 70년, 동북아 평화협력을 구상한다’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거친 뒤였다. 6·25 발발 65년을 맞은 날, 중국 땅에서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하고 남북 통일을 논하며 착잡해진 심정을 안고 떠난 참이었다(세미나 내용은 시리즈 5회에 소개). 세미나 토론이 치열해져 예정 시간을 넘기자, 천지를 못 볼까 조급한 마음에 도시락을 챙겨 버스 길을 재촉했다.



 2750m,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의 장엄한 자태는 순례단을 달뜨게 했다. 길 떠나기 전부터 “백두산에서 꼭 하고 싶은 노래가 두 곡 있다”고 했던 장사익씨 입이 천지 앞에서 열렸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몸속 저 깊은 곳에서 끌어올리는 진양조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어서 터져 나온 아리랑은 떼창으로 백두산 구석구석을 울렸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내가, 우리가, 왜 지금 여기에 와 있는지, 노래는 사람들 가슴마다 익어 떨어졌다.



 이인호 전 주러시아 대사는 “형언하기 어려운 신비함과 함께 우리 얼의 원천이 바로 여기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우리 조상의 뜨거운 삶이 배어있는 흔적, 그 정서를 추체험했다”고 두 손을 모았다.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 하산 길을 재촉하는 안내 소리에 아랑곳없이 순례 일행은 천지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놀이터를 떠나지 못하는 아이들처럼 이리저리 구석구석을 살피며 보는 이마다 얼싸안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땅의 평화를 찾아 헤매었지만 찾을 수 없어 안타까웠던 마음이 백두산에 올라 평화를 찾았다. 장사익씨가 천지를 향해 큰절 삼배(三拜)를 올렸다. 마침내 장군봉 위 구름이 걷히고 그 너머 북쪽 산하가 모습을 드러냈다.



중앙일보·JTBC 특별 취재단



단장: 이하경 논설주간

중앙일보: 이정민 정치·국제 에디터, 최형규 베이징총국장,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이훈범·강찬호 논설위원, 이영종 통일문화연구소 부소장,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왕철 중국연구소 연구원

JTBC: 김창조 국장, 신득수 PD, 정용환 정치부 차장, 박영웅 카메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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