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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가장 덕 본 독일, 돈 풀어 유로존 양극화 줄여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가 6일(현지시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그리스 사태를 논의한 뒤 엘리제궁을 떠나고 있다. [파리 AP=뉴시스]

그리스에 좌파 정권이 들어선 직후인 올 2월 유럽 3대 싱크탱크인 뷔르겔(벨기에)의 군트람 볼프 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 말미에 취재진에게 질문을 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 나라)의 가장 큰 약점이 무엇인가?”

 “재정과 통화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유럽중앙은행(ECB)이 회원국의 통화정책을 맡기 때문에 개별 국가는 기준 금리 등을 조정할 수 없다. 반면에 나라 살림은 따로 꾸려야 한다. 이게 유로존의 구조적인 문제점이다.

 그런데 볼프 소장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그는 “시스템 문제가 아니다. 그런 것들은 하나씩 해결하면 된다. 내가 보기엔 ‘균형자(Balancer)’가 없다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볼프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유로존 경제는 불균형투성이다. 회원국의 나라 살림을 놓고 보면 적자국과 흑자국이 갈린다. 무역 불균형도 심하다. 독일·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는 수출이 잘돼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올린다. 반면 그리스·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는 적자를 면치 못한다.

 볼프 소장은 “유로존이 오래가기 위해선 재정 불균형 못지않게 무역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며 “경기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는 균형자가 없어 유로존 경제가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역내 불균형은 유로화의 설계자들도 걱정했던 대목이다. 빔 다위센베르흐 초대 ECB 총재는 재임 시절(1998~2003년) “유로화 도입 이후 역내 무역 불균형이 심해져 단일 통화 시스템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왜 북유럽은 흑자를 만끽하는데 남유럽은 허덕일까. 특히 독일은 유로존 국가 중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데다 경상수지 흑자도 많이 낸다. 회원국을 지원할 때도 가장 많은 돈을 낸다. 사실상 유로존을 이끌고 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 증가는 유로화의 마술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유로화 가치는 독일 실물 경제 체력보다 낮다. 마르크화보다 유로화 가치가 낮아진 결과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독일의 수출이 늘어 흑자가 쌓이는 이유다. 반면에 남유럽 국가 입장에서는 자국 화폐보다 유로화 가치가 높다. 남유럽 국가의 수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 바람에 그리스·스페인 쪽은 “독일이 통화동맹의 과실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알폰소 팔라치오 스페인 마드리드콤플루텐세대(UCM) 교수는 “남유럽이 긴축하고 있을 때 독일이 균형자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이 유로존의 균형 발전을 위해 남유럽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그 방법으로 독일이 공공투자를 늘려 유로존 내 유효수요를 창출하는 안을 제안했다. 독일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등에 투자하고, 여기에 소요되는 각종 자재, 소재 심지어는 인력 등을 남유럽 국가에서 충당하는 식이다. 그러면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분이 남유럽으로 흘러들어가 유로존의 불균형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그런 역할을 맡았다. 2차 대전까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누리던 미국이 내수를 강화했다. 1950년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시작한 주(州)와 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Interstate Highway System) 건설이 대표적인 예다. 전후 글로벌 경제의 회생과 성장에 기여했다.

 유럽연합(EU)은 2013년부터 유로존 경기 부양을 위해 공공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독일의 움직임이 시원찮다. 볼프 소장은 “앙겔라 메르켈 정부가 독일 내부의 재정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머지 공공투자를 활발하게 벌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배경에는 독일 국민들의 반발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왜 우리가 번 돈을 남유럽을 위해 써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표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뜻을 무시하고 남유럽 국가를 위한 정책을 쓰기 힘든 이유다.

 그리스인들이 국민투표에서 긴축안을 거부한 것도 허리띠만 졸라매라고 강요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남유럽 국가들은 유로존이 안정을 찾으려면 독일이 균형자로 나서 경기 조절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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