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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들 “55세 이후엔 임금 깎여도 감수하겠다”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노사정 갈등은 2013년 5월 ‘정년 60세 법’이 통과되면서 시작됐다. 이전까지 정년 연장을 전제로 한 임금피크제 도입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던 노동계가 태도를 바꾸면서다. ‘정년 60세’가 법이 보장하는 권리가 된 이상 임금을 굳이 삭감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법에 ‘임금 체계 개편을 포함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되긴 했으나 사문화되다시피 했다. 애가 타는 쪽은 정부와 경영계다. 노조의 반대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회사가 13%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하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산업 현장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둘러싸고 노사 갈등을 비롯해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노사가 미래 세대인 우리 청년들을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한 걸음씩 양보해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주길 부탁드린다”는 당부까지 했다.



고용노사관계학회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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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노동계는 요지부동이다. 한국노총이 1997년 이후 18년 만에 총파업을 결의했고, 민주노총은 4월 24일에 이어 이달 15일 2차 총파업을 계획 중이다. 임금피크제를 포함한 노동시장 개혁 저지를 내세웠다. 정부는 공공 부문에 임금피크제를 전면 도입하고, 취업 규칙을 노조 동의 없이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 지침 마련에 착수하는 등 초강수 정책을 잇따라 내놨다. 그러나 아직은 이렇다 할 파급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입버릇처럼 “산업 현장을 돌아보면 근로자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에 찬성하는데, 노동단체가 이를 외면한 채 자기 정치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근로자 10명 중 7명이 임금피크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의 설문조사는 그래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노동단체의 주장이 아니라 현장 근로자의 목소리여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자신들의 고용 안정뿐 아니라 미래 세대인 청년들의 고용과 기업 경쟁력까지 걱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준모(성균관대 교수·경제학) 학회장은 “그리스의 경제위기에서 보듯 기존 취업자가 무조건 누리기만 해서는 일자리는 물론 국가 경제까지 어려워질 위험이 있다는 인식을 근로자들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단체의 주장과 달리 근로자들은 합리적 적정선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55세를 감액 시점으로 생각하는 것도 이런 인식에서 나왔다. 55세는 현재 근로자들이 실질적으로 퇴직하는 시점이다. 사실상 이때부터 더 일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임금 조정을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 결과로 정부의 임금피크제 확산 정책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고용부 문기섭 고령사회인력정책관은 “60세 정년 시행이 불과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노동계가 더 이상 외면해선 곤란하다. 정부는 다각적인 지원을 통해 임금피크제를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달 중으로 업종별 임금피크제 모델을 만들어 발표할 계획이다. 노조 동의 없이 취업 규칙 변경이 가능토록 하는 행정 지침도 조만간 내놓을 방침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여전히 반발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한국노총 강훈중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노사 자율 사안을 정부가 획일적으로 시행하려는 것은 강력한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굳이 임금피크제를 하려면 국민연금 수급 연령(1969년생부터 만 65세)에 맞춰서 정년을 더 늘리는 조치와 병행해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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