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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시설 개방 논란 … “학생 안전 우선이다” vs “주민도 이용 권리 있다”

운동장·체육관 등 출입 제한하는 곳 많아

주민들, 민원 내고 교문서 보안관과 언쟁

이용 후 자발적 청소 등 신뢰 먼저 쌓아야






지난 5일 일요일 강남의 한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동호회 회원들이 경기를 하고 있다. 이 학교처럼 외부 동호회에게 운동장을 빌려주는 곳도 있지만, 많은 학교들은 학교 시설 개방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김경록 기자]




최근 분당의 S고등학교는 체육관 개방을 놓고 시끄럽다. 지역 배드민턴 동호회에서 저녁 때 체육관을 빌려 쓰길 바라는데 학교·학부모는 이를 거절해서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3월이었다. 배드민턴 동호회가 체육관 대관을 문의했지만 학교 측은 거절했다. 학생 안전과 교육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S고 관계자는 “밤 10시까지 자율학습이 이뤄져 (동호회의 야간 체육관 이용이) 수업에 차질을 줄 수 있고 밤에 학생이 있는 상태에서 외부인이 출입하는 건 안전상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동호회 측은 경기도교육청과 국민신문고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 5월 학교·학부모와 동호회 관계자가 회의하기도 했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끝나고 말았다. 이 민원을 담당한 경기도교육청과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동호회 측은 ‘학교 시설을 이용하는 데 학생이 우선이라는 점은 동의하지만 학교 시설은 지역 주민도 이용할 수 있는 곳이며 학생들이 공부하는 건물 화장실 대신 학교 밖 상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등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체육 시설 개방 분쟁, 한두 곳 아냐



학교 출입문에 붙어 있는 학교 운동장 개방 안내문.
학교 개방 여부를 둘러싼 갈등은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곳곳에서 학교 시설 개방을 둘러싼 갈등이 진행 중이다.



 방배동 D여중은 학교 운동장을 운동 동호회 등에 빌려주다가 올해부터는 중단했다. 이들이 일으키는 소음과 먼지 때문에 학교 옆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개포동 K중학교의 사정도 비슷하다. 학교 관계자는 “운동장을 빌린 단체들이 소음을 일으켜서 주변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심했다. 이제는 웬만하면 운동장을 단체에 개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시설 이용을 원하는 주민들은 불만이다. 강남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운동장·체육관을 주민에게 왜 개방하지 않느냐거나 개방 시간이 너무 짧다는 불만 섞인 민원이 접수된다”고 말했다.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관계자도 “지난달에는 학교를 들어가려다 제지당한 주민이 학교보안관과 언쟁을 벌인 후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술병·꽁초 버려 문 닫았더니 항의”



원칙적으로는 학교 시설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도시엔 주민들이 이용할 운동장, 체육 시설이 적기 때문에 교육청은 주민들이 학교 시설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을 권장한다”며 “단 학교장이 학생 교육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을 때라는 단서 조항이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 측은 개방 여부를 두고 고민이 많다. 강남의 한 교장은 “학생 수업 시간 외에 주민들에게 학교를 개방해 왔는데 주말이 지나고 나면 술병이나 담배꽁초가 아무렇게나 운동장에 버려져 있는 일이 반복돼 얼마 전부터 밤 9시 이후 학교 출입문을 닫았다”며 “그랬더니 이번엔 주민들이 왜 문을 닫느냐고 항의를 해서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도곡동 S여중은 학교 개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여자고등학교와 붙어있는 구조인데 고등학생들은 밤 12시까지 자율학습실에서 공부하기 때문에 학생 안전상 학교를 외부인에게 개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외부인이 학교에 들어와 학생을 상대로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가 잇따르는 것도 학교장들이 학교 개방을 꺼리는 이유다. 2012년 반포동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우울증을 앓는 10대 고교 중퇴생이 교내에 들어와 학생 6명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학교 보안이 큰 사회 문제로 부각됐고 각 학교는 부랴부랴 CCTV를 설치하고 외부인 출입에 신경 쓰는 등 학교 내 범죄 예방에 나섰다. 지난 1일엔 본드를 흡입한 남성이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가 여교사를 성추행하고 한 학생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로 배려하는 곳에선 ‘윈윈’하기도



반면 학교를 개방해서 주민과 학생 모두 만족하는 경우도 있다. 역삼동 J여자중학교 관계자는 “체육관을 지역 동호회에 대여해줬는데 학생들이 어지럽힌 것까지 청소해 주는 등 동호회에서 운동을 하면 되레 더 깨끗해진다”며 “서로 신뢰가 쌓이니 장기간 대여로도 이어진다”고 말했다. 서초동 S고등학교는 주말에 종교단체에게 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학교 강당을 빌려주고 있다. 이 학교 교장은 “주말이면 비는 강당을 빌려줘 1년에 1억원의 사용료를 받는다”며 “학교는 이 돈을 학생을 위한 운영비로 활용할 수 있고 종교단체는 굳이 건물을 지을 필요가 없으니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은수 숭실대 평생교육학과 교수는 “학교와 지역 사회(주민)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시설을 공유하는 건 앞으로의 흐름이지만 이 공유가 이뤄지려면 학교와 이용 주민 간의 대화와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며 “학교는 주민 요구를 반영해 구체적인 이용 규칙을 정하고 주민들도 학교·학생의 입장을 고려한 의식 수준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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