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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의 학창시절] 엄마는 매니저·선생님·코치가 아니다


엄마 매니저, 엄마는 선생님, 엄마 코치…. 엄마 역할을 설명하는 이런 용어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이런 용어의 이면에는 '아이에게 따뜻한 밥을 주며 사랑으로 감싸 안아주는 것만으로는 '좋은 엄마' 구실의 반의 반도 못하는 것이며, 엄마의 게으름으로 인해 자녀의 삶이 뒤처질 수 있다'는 의미가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엄마는 아이의 숨은 재능을 찾아내는 눈밝은 진로 전문가여야 하고, 그 진로에 맞춰 아이의 일정을 관리해주는 매니저여야 하며, 지친 아이를 채근하며 더 뛸 수 있게 독려하는 코치 역할까지도 감당해야 한다는 겁니다. 내 아이의 성적이 옆집 아이보다 뒤처지는 걸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도 아이의 성적이 곧 엄마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는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들은 끊임없이 '내가 더 정확한 정보를 찾아보고, 더 좋은 학원 강사를 구했더라면, 아이의 성적도 달라졌을텐데'라는 자책감에 시달립니다. 교육 전문가들은 엄마의 역할이 '따뜻한 양육자'에서 '차가운 교육자'로 바뀔 때 아이와 엄마 모두가 불행해진다고 얘기합니다. 엄마는 엄마일뿐 매니저, 선생님, 코치일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 각종 전문가 역할을 감당해야 했던 엄마들은 이제 진짜 엄마의 할 일이 무엇인지조차 혼란스럽습니다. 이를 다시 일깨워줄 만한 책이 있어 소개합니다.

첫 번째 책은 『프랑스 엄마의 행복 수업』(다카하타 유키 지음·엔트리 펴냄)입니다. '자녀에게 어머니보다 더 훌륭한 하늘의 선물은 없다'라는 그리스 극작가 에우리피데스의 격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엄마가 아이에게 가르쳐야 하는 건 교과서 속 지식이 아니라 삶의 가치와 감동의 마음이라고 설명합니다. 지식을 넓혀주는 게 선생님의 몫이라면 자존감을 높여주는 게 엄마의 역할이라는 얘기입니다. 작가는 '성적·성공·돈·경쟁이라는 하잘것없는 가치관을 아이들의 세계로 끌어들여 인격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버리면 자기긍정감이 부족한 아이로 자랄 수밖에 없다. 다양한 독서와 예술을 접하게 하고 풍요로운 정서를 길러주라'고 조언합니다. 독서할 때의 바람직한 자세에 대한 설명도 있습니다. '문학 작품 속의 언어와 대면하게 함으로써 감정의 언어 속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자신을 응시하고 질문을 던지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데 급급한 독서가 아니라, 문학을 통해 사춘기 시절 복잡한 감정의 실타래를 풀어낼 수 계기를 삼을 수 있는 생각하는 독서의 자세를 강조한 것이죠.

두 번째 책은 『미안해, 엄마 아빠도 몰랐어』(엄도경 지음·국일미디어 펴냄)입니다. 양육법에 대한 훈계와 지침이 아닌 저자의 진솔한 에세이와 잔잔한 그림이 편하게 읽힙니다. 특히 '엄마의 고백-처음 살아본 인생'이라는 대목이 눈길을 끕니다. 엄마 아빠 역시 삶의 전문가가 아니고 앞서 간 어른들이 가라고 했던 길을 걸어와서 뒤돌아보니 내 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음을 담담하게 고백합니다. 그리고 '엄마 말은 진리가 아니었어' '네 인생을 다 정해놓고 그래도 하라고 쇼핑카트처럼 너를 욱여넣어서 미안해'라고 고백합니다. 남보다 성공한 사람이 되라며 자식을 가축처럼 키운 건 아닌지, 아이 나름의 속도를 무시하고 엄마의 욕망을 채우려 한 건 아닌가 하는 저자의 솔직한 고민과 고백을 따라가다보면 엄마의 진짜 역할에 대한 답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남통신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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