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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본 선공에 허둥대다 막판 ‘역전 판정승’?

일제 강제징용 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 외교가에선 한국 측이 초반 일본의 선제공격에 허둥대다 ‘역전 판정승’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사전 전략은 치밀했다. 2009년 1월 자국 ‘근대산업시설’을 ‘잠정목록’에 등재했고, 이후 5년에 걸쳐 국내적 준비를 했다. 잠정목록은 유산 등재를 희망하는 나라들의 유산목록이다. 하지만 지난해 1월 공식 등재 신청을 할 때 ‘꼼수’가 드러났다. 잠정목록 등재 때 없던 내용을 추가하면서다. 일본은 등재 시기를 1850~1910년으로 한정했다. 일제 식민 침략 때 강제징용 자행 사실은 누락하고, 산업시설로서의 가치만 부각시켰다.

 한국은 일본 의도대로 끌려가는 듯했다. 하지만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심사 때 반전이 일어났다. ICOMOS는 세계유산위원회의 민간자문기구로, 전문가 패널들이 유산가치를 평가해 위원회에 등재 여부를 권고한다. 당초 ICOMOS의 5월 결정을 앞두고 등재 권고 쪽에 무게가 실렸다. 한국이 협의를 요구했을 때 일본은 “우리는 ICOMOS 결정을 존중할 것”이란 입장만 반복했다고 한다. 그런 일본의 ‘믿음’과는 달리 지난 5월 15일 ICOMOS는 등재 권고뿐 아니라 “각 시설의 전체 역사(full history)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도록 조치하라”는 추가 권고도 함께 내놨다.

 결국 일본은 타협안을 도출해 보자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후 두 차례의 한·일 양자협의(5월 22일, 6월 9일)에 이어 6월 21일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도쿄(東京)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을 만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양측이 협력하자”고 큰 틀에서 합의하기에 이른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한·일을 제외한 19개 위원국을 상대로 전방위 외교를 병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4월 중남미 순방 때 회원국인 콜롬비아·페루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5월엔 방한한 인도 총리를 만나 한국 측 입장을 상세히 설명했다. 최근에는 19개 위원국에 모두 친서를 보냈다. 윤 장관은 지난달 세계유산위원회 의장국인 독일에 가서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을 만나러 미국 뉴욕까지 갔다. 정부 당국자들은 위원국 인사들과 접촉할 때 강제징용 관련 사진, 증언록 등을 동원했다. 당시 “이런 역사적 사실이 있었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국회도 나섰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5월 인도를 방문하고, 방한한 베트남 호찌민 당서기와 만찬을 하며 문화유산 등재 문제를 논의했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4~5월 위원국 국회 외교위원장 앞으로 서한을 발송했다.

 국제사회의 압박도 한몫했다. 의장국인 독일의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외교장관은 지난달 윤병세 장관과 회담에서 “양국이 합의하지 못하면, 다음 회기인 내년에 다시 논의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내년에 다시 논의한다는 소식은 일본엔 큰 부담이었다. 한국의 위원국 임기는 2017년까지이나, 일본의 임기는 올 11월까지였다.

 미국 마이크 혼다(민주), 크리스 깁슨(공화) 등 하원의원 6명은 3일(현지시간) 마리아 뵈머 세계유산위원회 의장에게 연명 서한을 보내 “일본이 자국 현대사를 강조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국 전쟁포로 역사가 빠진 데 대해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다.

서울=안효성 기자,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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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