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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광장] 국가 혁신은 계속돼야 한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겪고 정부는 국가 대개조를 선언했다. 나는 정파적 입장을 떠나 그 선언을 지지했다. 하지만 1년 넘게 지나도 국가 대개조는 시작조차 못했다. 그리고 다시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에게 책임을 다하지 못했고, 신뢰를 얻지 못했다. 하여 제안한다. 국가 대개조를 시작해야 한다.

첫째, 국가 대개조는 선출직 공직자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개조의 핵심은 ‘정직’이다. 정당과 정치인이 정직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 주장이 달라지면 국민은 신뢰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게 가했던 수많은 비판들을 자기 자신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집권 여당이던 시절 내놓은 정책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많은 정치인이 자신의 발언과 정책을 상황 변화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 비판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오히려 상대를 비난한다. 이런 정치로는 국가 지도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과거 잘못에 대해 정직하게 사과해야 한다. 정치와 정당은 국가 지도력의 근간이다. 정직을 통해 신뢰를 쌓고, 국민의 마음을 모으는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둘째, 정부 혁신은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자치분권과 직업 공무원·관료제도의 혁신이다. 세월호도, 메르스도 중앙정부만 바라보다가 실기했다. 현장에 서 있는 자가 지도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오랜 중앙집권체제 하에서 현장 조직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할 능력을 상실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현장 책임자들의 신속한 판단과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었다. 박원순 시장, 남경필 지사, 권선택 시장 등 선출직 공직자들의 결단이 확산 방지에 큰 역할을 했다. 중앙정부가 다 움켜쥐고 관할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중앙정부는 국가업무를, 지방정부는 지방업무를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체제로 개편돼야 한다.

직업공무원과 관료제도도 혁신돼야 한다. 소명의식이 충만한 우수 인재들이 공직에 입문한다. 그러나 그 소명의식은 낡은 9등급 관료제의 위계질서에 부딪혀 퇴색되기 십상이다.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공직자의 사명감도 선거 때마다 바뀌는 정치지도자의 공약을 뒤쫓다보면 훼손되기 쉽다. 공무원 순환보직 제도의 폐해도 크다. 전문성을 키울 수도 없고, 승진에 유리한 자리를 두고 불필요한 내부 경쟁이 벌어진다. 9등급 관료제와 순환보직제, 충원과 퇴출 시스템 모두 혁신해야 한다. 백전백승의 이순신부대가 되느냐, 백전백패의 오합지졸이 되느냐는 신뢰받는 지도력에 더해 공무원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데 달려있다.

셋째 시민사회와 기업·시장의 혁신이다. 몇 주 전, 자가 격리된 한 아주머니에게 공무원이 생필품을 갖다 드렸다. 그 분은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갖다 주라”며 받기를 주저했다. 이렇게 우리 국민과 시민사회는 건강하다. 오히려 정치와 정부 정책이 건전한 시민사회를 망가뜨리고 있다. 책임지지 못할 공약들이 남발되면서 국가 재정을 눈 먼 돈 취급하거나, 법과 제도를 이익집단간의 정치적 전리품으로 여기는 풍조가 퍼졌다. 정치가 제자리를 잡으면 시민사회의 건강성은 회복될 것이다.

끝으로 국가와 국민의 성원 속에 성장한 대기업들이 보다 높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기업인 스스로 국가 공동체의 미래를 이끄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시장 질서를 흔들거나 중소기업, 노동자들과 상생을 외면하는 것은 지도자가 할 일이 아니다.

시민사회와 기업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지켜야할 선에 대한 공감대와 책임의식이 커질수록 그 국가는 위기에 강하고, 더 좋은 공동체가 될 것이다.

이 방대한 과제들은 정치와 정당, 그리고 선출직과 정무직 공직자들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가 대개조를 통해 21세기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안희정 1965년 충남 논산 출생.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정무팀장과 민주당 최고위원 등을 역임했다. 2010년 충남지사에 당선 된 뒤 2014년 연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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