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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모비우스의 시대공감] 투자자는 성장률에 민감하다

신흥시장이 투자자에게 주는 강한 매력은 아무래도 높은 경제성장률이다. 지난 10년간 신흥시장 국가들의 성장률은 선진국의 배가 넘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보면 이런 추세는 최소한 앞으로 5년 간은 변함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성장률과 주가는 왜 항상 같이 움직이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같이 오르는 것도 아닌데 주식 투자를 할 때 성장률이 높은 국가를 주시할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성장률과 주가가 가끔 따로 움직인다고 해도 투자자에게 성장률은 중요한 지표다. 기업의 수익은 한 국가의 전체적인 경제성장이 좌우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1998년 한 해를 빼고는 신흥시장 성장률이 선진국보다 항상 높았다. 아시아의 이머징마켓과 아프리카의 프런티어마켓 국가의 성장률은 최근 몇 년 간 신흥시장 평균보다도 높았다.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로운 기술의 발달로 이들 국가는 과거 선진국 도약 시기의 발전 단계를 다 거치지 않고 성장하고 있다. 은행 지점을 낼 것을 전자금융으로 대체하는 식이다. 인구학적인 특징도 도움이 된다. 말레이시아의 평균 나이는 28세, 케냐는 19세다. 반면 일본과 독일은 46세이고, 고령화가 시작된 성숙한 신흥시장 중국의 평균 나이도 37세에 육박했다. 40세를 생산성 향상과 왕성한 소비의 기점으로 보면 국가의 성장 가능성도 가늠할 수 있다.

앞서 기업의 수익은 국가의 경제성장에 좌우될 때가 많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래도 남는 의문은 왜 성장률과 주가가 따로 노는 것인지 하는 점이다. 아르헨티나는 이런 관점에서 흥미로운 사례를 제공한다. 아르헨티나 경제가 침체에 빠져 있는데도 그 나라 증시는 지난해 세계에서 투자수익이 가장 높았던 주식시장 가운데 하나였다. 우리 회사의 현지 사무소에 따르면 자산을 지키려는 부유층이 주식·부동산·금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는 게 증시 활황의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다가오는 10월 총선에서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정치권이 대거 물갈이 되지 않겠냐는 희망도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주식은 다른 남미 증시에 비해 싼 편이었는데, 이젠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시장은 항상 미래를 내다보지만 경제통계는 항상 과거를 돌아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나는 아르헨티나 선거를 잘 보고 있다가 투자를 늘릴지 결정할 것이다.

1990년대 내가 아르헨티나에 투자할 때는 인플레이션이 1000%에 달했다. 당연히 각 종목의 수익 예측을 하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주가수익비율 대신 대차대조표를 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나보고 미쳤다고 했지만 경제가 정상적이지 않다면 가치 판단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차대조표를 보니 많은 기업들이 저평가돼 있었고 그렇게 나는 큰 수익을 올렸다.

최근 나는 신문과 방송을 겸영하는 남미의 한 언론사 사장을 만났다. 이 언론사는 용기있게도 현 아르헨티나 정부에 매우 비판적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신문제작에 필요한 각종 용품 공급을 막는 등 온갖 보복 조치를 다 취했다. 하지만 상황을 내 나름대로 분석하고 경영진과 만나 얘기를 나눠보니 이 언론사가 살아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꺼이 투자했다. 당장 어려운 상황에 있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 가능성을 보는 투자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경제가 엉망인데 증시는 활황인 경우를 살펴봤다. 물론 반대의 사례, 즉 성장률은 높은데 증시는 폭락할 때도 있다. 성장률이 중요하다고 믿는 입장에선 그런 성장 트렌드를 어떻게 활용해서 투자와 연결시킬지 살펴봐야 한다. 보통 경제의 건전성을 반영하는 은행주에 투자하곤 한다. 맥주·음료·스낵 같은 기업에 투자할 때도 있다. 신흥시장에서 가처분 소득이 생기면 소비하는 제품들이다. 몇년 전 나이지리아의 한 소프트 드링크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가장 큰 경쟁자가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뜻밖에도 휴대전화 회사라는 것이었다. 나이지리아 같은 시장에선 소비자가 쓸 수 있는 예산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휴대전화 요금으로 낼 돈과 음료 소비에 들어갈 돈이 같은 파이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였던 것이다.

아무튼 소비시장의 큰 마켓셰어를 갖고 있는 기업이 1인당 국민소득 증가의 수혜자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런 회사의 수익 마진이 커지면 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다. 시멘트 같은 건설업도 성장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물론 초고속 성장을 하는 나라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는 성장률 상승으로 어느 기업이 혜택을 볼지 항상 눈을 크게 뜨고 살펴봐야 한다.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 이머징마켓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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