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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막는다고 만든 법이 국회를 빈혈 상태에 빠뜨려

2009년 12월 31일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을 기습 처리하자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예산안 날치기 처리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폐지 심재철 의원]

[국회선진화법] 새누리당 두 의원의 지상 논쟁

지난달 7일 중앙SUNDAY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개정 이후 19대 국회의 입법 속도가 18대보다 더 빨라지고 처리 법안 수도 늘었다고 보도했다. 그 근거는 18대와 19대 국회 전반기에 각각 발의된 법안이 상임위원회에 상정되기까지 걸린 평균 기간이 선진화법 도입 후인 19대에서 20일 더 빨라졌고, 본회의에서 가결된 법안 수도 같은 기간 19대에서 69건이 더 많았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이다.

그러나 이 논문이 간과한 부분이 있다. 법안이 발의돼 시행되려면 소관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까지 크게 세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발의된 법안의 절반 이상은 상임위에 몇 년 동안 머물러 있다가 그대로 폐기된다. 운 좋게 상임위를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위원장이 야당 몫인 법사위의 심의 과정에서 입법이 좌절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모든 관문을 통과한 법안만이 본회의에 상정돼 가결되거나 부결된다.

선진화법 이후 입법 속도가 빨라졌다는 주장은 법안이 상임위에 상정되기까지의 일부분만 놓고 본 것이다. ‘입법 속도’는 상임위 상정까지가 아니라, 최종 단계까지 다 통과해 공식적인 법률로 완성될 때까지의 속도를 말하는 것이다. 18대와 19대 전반기 제안된 법안들이 본회의에서 처리되기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각각 125.6일과 129.8일이다. 19대에서 오히려 4.2일 느려졌다. 앞서 논문처럼 19대에서 상임위 상정까지 20일이 더 줄었다면 그 이후부터 본회의 처리까지는 24.2일이 더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선진화법의 ‘5분의 3 의결’ 문턱에 따른 입법 지연 결과다.

본회의에서 가결된 법안의 수가 많아졌다는 주장도 오로지 가결 법안 수라는 잣대 하나만 놓고 본 것이다. 본회의 가결 법안 수는 발의된 법안 수와 비교하는 게 합리적이다. 18대 국회 처음 3년간 발의된 법안 1만1410건 중 본회의에서 의결된 법안 수는 4744건이다. 19대 국회 3년간 발의된 법안 1만4618건 중에선 4954건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본회의 처리법안 수가 210건 늘어나긴 했다. 하지만 발의 법안 수가 28.1% 증가했는데도 본회의 처리법안 수는 4.4% 증가에 그쳤다. 역으로 얘기하면 그 차이인 23.7%포인트만큼 19대 국회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18대보다 일을 더 못한 것이다.

법안 발의 수 대비 본회의 처리 법안 비율도 18대에서는 41.6%였지만 19대에선 33.9%에 불과했다. 19대 국회가 18대에 비해 7.7%포인트만큼 부진했다. 날치기 폭력 국회를 막자는 국회선진화법이 국회를 아예 빈혈 상태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 날치기를 막자고 만든 법 때문에 국회가 통과시켜야 할 법안 하나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면서 세비를 받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법안의 무한정 상임위 계류나 날치기의 비정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속처리법안 지정’이라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을 만든 것은 좋은 시도였다. 그러나 여기에 5분의 3 의결이라는 유례가 없는 제도를 덧붙이면서 패스트 트랙은 형해화(形骸化)되고 말았다. 국회법은 하루빨리 정상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선진화법 개정에 여야 없이 협력하는 것이야말로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기 위한 국회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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