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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것 연결만으로 100조원 매출 … ‘제프이즘’의 마술

아마존 로고에는 a에서 z 사이를 이어주는 스마일 마크가 있다. 사람이 필요로하는 모든 것을 팔면서, 고객을 웃음짓게한다는 의미다.
1995년 7월, 희귀본 책 한 권이 인터넷을 통해 거래됐다. 『Fluid concepts and Creative analogies』(유체 개념 및 창조적 분석)‘이라는 책을 주문한 고객은 서점에 가지 않고, 판매자와 대면하지 않고 집에서 책을 받았다. 당시 인터넷이 퍼지면서 전자 상거래 업체가 여럿 등장했지만 이 거래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 달 16일 본격 오픈한 ‘아마존닷컴’의 첫 거래여서다. 이 거래를 시작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아마존은 이후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온라인 판매하는 ‘에브리씽 스토어(Everything Store)’로 성장했다. 전자 상거래의 등장과 함께 인간의 소비 행태는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쇼핑 바구니는 마우스가, 현금·카드는 온라인 결제가 대신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그 선두에 선 아마존은 유통업이라는 전통의 비즈니스를 어떻게 첨단 정보기술(IT) 산업으로 변신시켰을까. 비결을 들여다보자. 7월은 아마존 전자상거래 20주년의 달이다.

아마존 첫 거래 20년, 인류 삶을 바꿔놓다

20년간 20만 배 눈부신 성장
아마존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업의 하나로 꼽힌다. 95년 매출 51만달러(5억 6000만원)에서 지난해 매출 890억달러(약 100조원) 기업으로 컸다. 회원은 2억8000만 명에 달한다. 외형이 20년간 20만 배 커진 비결을 따져가다 보면 ‘제프이즘’으로 불리는 창업자 제프 베조스(51)의 경영철학과 마주한다. 그의 철학은 ‘Get Big Fast(빠르게 실행해서 크게 만들자)’라는 슬로건에 응축돼 있다. 눈 앞의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가장 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쇼핑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뜻이다.

온라인 쇼핑몰은 특별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고유의 제품 브랜드나 콘텐트 없이, 제조사가 만든 물건을 파는 ‘온라인 슈퍼마켓’에 불과하다. 온라인 쇼핑몰 사업에 진입장벽이 거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셀 수 없이 많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문을 열었으나 쇠퇴했다. 아마존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Get Big Fast’ 전략을 ▶고객 ▶신기술 ▶미래 비전이라는, 대부분의 기업이 강조하는 세 영역에서,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집요하게 구체화했기 때문이다.

“상품이 아니라 고객 편의를 판다”
아마존은 자신의 비즈니스를 ‘고객 편의 제공업’으로 규정한다. 고객들이 상품평을 등록할 때 제품에 불리한 나쁜 평가까지 모두 등록할 수 있게 했다. 출판사와 파트너 기업들이 불만을 터뜨리자 아마존은 “우리 사업은 상품을 팔아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구매 결정을 도와 돈을 버는 것”이라는 논리로 항의를 잠재웠다. 고객 중시는 회의 문화에서도 나타난다. 아마존은 정기 회의 때 테이블에 빈 의자를 하나 둔다. 가상의 고객이 앉아있는 자리다. 제프 베조스도 이 고객을 염두에 두고 정중한 자세와 목소리로 회의에 참석한다.

아마존에는 500개 정도의 성과목표 측정 방식이 있는데 이 중 80% 가량이 고객과 관련된 지표다. 아마존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70% 이상은 기존 고객의 재구매로 발생한다. 온라인 쇼핑업계 평균의 2배를 넘는 수치다.

아마존과 고객의 관계설정은 애플·구글과도 대비된다. 애플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신기술로 무장한 제품군으로 제국을 만든 뒤 고객들을 그 안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사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무료로 푸는 등 세상 속으로 파고드는 전략을 취한다. 이에 비해 아마존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서로 연결하는 전략을 취한다. IT전문가인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아마존은 필요로 하는 사람과 필요한 것을 손쉽게 연결해줌으로써 고객의 생활 습관을 바꾸는 기업”이라며 “유통이라는 평범한 비즈니스가 아마존이 손을 대면서 비범하고 특별한 사업 영역으로 승화했다”고 말했다.

고객 편의를 앞세운 아마존의 등장은 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수십 년간 미국 오프라인 서점계에서 공룡으로 군림한 반스앤노블은 인터넷 서점과 전자책의 공세에 버티지 못한 채, 한 때 700개를 넘겼던 오프라인 매장수를 절반 이하로 줄이고 있다. 미국내 서점 체인 2위 보더스는 2011년 폐업을 신청했다.

드론·대시 … 신기술로 고객과 밀착
아마존은 고객과 관계를 밀도 있게 구축하기 위해 신기술을 개발한다. 아마존은 1999년 미국 특허청에 원클릭(1-Click)이라는 이름의 특허를 등록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적용했다. 원클릭은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즉시 주문과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사용자는 자신의 아마존 계정에 신용카드 정보를 최초 한 번만 입력해두면 언제든 한번 클릭으로 결제할 수 있다. 여러 창을 넘나들며 개인정보를 반복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앤 것이다. 신기술 적용으로 주문과 결제가 편리해지니 주문이 폭증했다.

결제만큼 환불도 쉽게 만들었다. 당시 일반 전자 상거래 사이트는 제품을 반품하려면 구매자와 판매자 간 합의가 필요했다. 아마존은 이를 과감히 없앴다. 사용자는 제품을 반품하기 위해 판매자와 승강이를 벌이지 않아도 됐다. 배송상자 겉에 적혀있는 주소로 제품을 다시 보내기만 하면 알아서 반품과 환불 처리가 완료됐다. ‘묻지마 반품’ 시스템은 아마존이 고객과 신뢰관계를 쌓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아마존은 반복구매 고객이 웹에 들어오면 고객의 이름이 표시된 개인화된 웹페이지를 통해 인사말을 건넨다. 그리고는 추천 상품 목록을 보여준다. 제프 베조스는 첫 페이지에서 이 같은 공간을 제공하는 일을 “단골상점에 들어섰을 때 입구에 사고 싶어하는 상품들만 모아놓은 진열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유한다. 이같은 서비스 개발은 아마존 내 ‘개인화 그룹’이 주도한다. 수학, 통계학, 컴퓨터 공학, 심리학 등을 전공한 연구원 수백명이 고객 유형에 따라, 마우스 클릭 움직임의 변화까지 추적하고 분석해 개인 맞춤형 쇼핑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과 밀착하기 위해 각종 신제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아마존은 지난 4월 스틱모양의 바코드 리더기 ‘대시’를 출시했다. 집안에 있는 생필품이나 제품의 바코드에 대시를 갖다 대면 고객의 휴대폰을 통해 곧바로 해당 제품이 주문된다. 최근엔 미 연방항공청에서 무인배송기 드론 운행을 승인받았다. 아마존은 드론을 통해 고객이 결제 완료 버튼을 클릭한 지 30분 내에 현관 앞에 상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지구에서 우주로 비즈니스 영역 확장
아마존의 도전은 끊임없다. 2013년 8월 베조스는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를 2억 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IT의 발전으로 위기를 맞은 전통 미디어를 첨단 IT기업이 인수한 것이다. 베조스는 인수 이유로 “언론사가 콘텐트(기사)를 팔아서 유지하는 것은 낡아빠진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언론사 역시 기술을 파는 IT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정낙원 교수는 “100년 넘게 신문용지에 기사를 인쇄함으로써 생존해온 올드 미디어가 아마존이라는 첨단 기업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변신에 성공한다면 미디어 발전사 관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조스는 지난 2000년 사비를 털어 ‘블루 오리진’이라는 민간 로켓 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는 2019년에 실제 로켓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인류를 우주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박용후 대표는 “아마존은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물리적 재화에서 디지털 재화로, 지구에서 우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에도 지속가능 경영의 위협요인은 있다. IT업계에서는 제프 베조스를 ‘아마존의 미래이자 동시에 한계’라고 평가한다. 제프 베조스는 사소한 문제까지 직원을 지정해 직접 명령을 내린다. 본사의 직원들은 해고 두려움에 떤다. 그는 지난해 국제노조총연맹으로 부터 ‘세계 최악의 CEO’로 꼽히기도 했다. 제프이즘에 지친 한 임원은 아마존을 떠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당신이 무능하면 제프는 당신을 잘근잘근 씹어서 뱉을 거요. 하지만 유능하다면 당신 등에 올라타서 쓰러질 때까지 마구 부려먹을 거요.”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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