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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웰빙가에선] ‘메르스 망각’ 주의보

‘콜록콜록~’

 지하철에서 흔히 들었던 기침 소리에도 사람들은 무척이나 예민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자 발생 뉴스가 매일 보도되면서 공공장소에서 헛기침하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 얼마 전만 해도 기침 예절이나 손 씻기 같은 개인위생 관리에 별 관심 없던 사람들도 마스크를 쓴 채 외출하고, 손소독제를 열심히 사용했다. 저녁 회식자리가 줄어들면서 음주 관련 교통사고도 일시적으로 줄었다고 한다. 해마다 이맘때 유행하는 눈병이나 수족구병 발생 뉴스도 예전보다는 적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평소에 이랬어야 했다.

 해외 연수를 다녀온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다. 출근 첫 날 식사를 마친 뒤 연구실 내의 공용 세면대에서 양치질을 했단다. 그런데 같은 방을 쓰는 외국인들이 좀 이상한 표정으로 그 장면을 바라봤다는 것이다. 순간 머릿속에 “그럼 이 사람들은 어디서 이를 닦지?”라는 의문부터 떠올랐다고 했다. 그러나 이내 “아차!” 싶었단다. 조금만 스쳐도 “I’m sorry”를 연발하는 것이 그들의 문화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분비물이나 그것을 통한 감염에 민감한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그 앞에서 소리를 내며 여러 번 침을 뱉었으니 그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일러스트 강일구
 6인실 병실에선 다음과 같은 풍경이 종종 벌어진다. 한 쪽에서는 복수(腹水)를 뽑고 그 옆에서는 관장을 한다. 또 다른 쪽에서는 문병객들이 사 온 음식을 펼쳐놓고 여럿이 둘러 앉아 먹는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한국 특유의 병실 문화다. 이번 메르스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것들이다. 감염의 온상인 다인실을 왜 만들었느냐 물을 수도 있다. 여기엔 낮은 의료수가를 포함한 현 의료제도의 문제와 사회적 문제가 고스란히 다 들어 있다. 사회 전반의 안전 문제를 드러낸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사고, 세월호 침몰과 마찬가지로 메르스 사태는 곪아 터지기 직전인 한국의 의료제도의 치부를 드러냈다. 환자가 발생할 때마다 본질을 벗어난 책임 회피, 정치적 논쟁이 거듭됐다. 메르스 감염 환자가 매일 눈에 띄게 늘어날 땐 당장 뭔가를 바꿀 것 같더니, 바이러스가 조금 수그러든 지금은 과연 무엇이 어떻게 바뀔 지 알 수가 없다.

 메르스처럼 큰 파장을 몰고 온 사안이 아니어도 우리 주변에서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이 수시로 생긴다. 사고가 발생하면 분노하지만 금세 잊어버리는 일이 반복된다.

 방호복을 입고 땀 흘리며 진료 보던 메르스 환자 선별 진료실과도, 외래에서 환자를 볼 때 쓰는 N95 마스크와도 이젠 작별하고 싶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얻은 좋은 위생 습관만은 계속 지켜지기를 바란다. 또 반드시 고쳐야 할 제도적 문제점들도 절대 잊혀지지 않고 교정되었으면 한다. 또 다시 쉽게 잊기엔 너무 많은 것들을 잃었다.


박경희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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