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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아버지라는 자리

나는 케네스 코플란드 목사의 설교를 즐겨 듣는다. 역시 목사인 그의 아내 글로리아 코플란드도 남편과 번갈아 설교를 한다. 부부 간의 차이가 확연해 흥미롭다. 남편인 케네스의 설교는 주로 큰 주제에 대한 것이다. 때로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하다. 반대로 부인 글로리아는 똑같은 성경을 가르치는데도 알아듣기 쉬운 예를 들어 귀에 쏙 들어오게 말한다. 한 사람은 공을 띄우기를 좋아하는데, 한 사람은 땅볼을 선호한다고 비유할 수 있을까. 이처럼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둘 다 골인에 성공한다.

 자식을 키우는 데 있어서도 부모 간에 차이가 필요하다. 부모가 둘 다 거대담론으로 자녀를 가르치려 한다면 아이들은 숨이 막힐 것이다. 아이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아도 그걸 이루는 방법은 달라야 한다. 한 사람이 현실적인 차원에서 아이가 능력을 키우고 적응력을 길러서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다른 사람은 작고 소소한 행복에서 기쁨을 찾는 삶을 살아주기를 바랄 수 있다.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가 다른 것뿐, 양육과 교육의 목적은 같다. 둘 다 필요한 방식이다.

 요즘 세상에 부모의 역할이 고정돼 있지는 않지만 우리의 전통적 부모상은 ‘엄부자모(嚴父慈母)’다. 엄마는 자애롭게 아이들의 감정을 어루만져준다. 자녀들은 이해해주는 엄마를 더 편하게 생각하고 마음을 털어놓을 것이다. 반대로 아빠는 엄격하게 의무와 책임을 강조할 터다. 이런 아빠는 부담스럽거나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될 지도 모른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도 트랩 대령이 호각을 불면서 아이들을 호령하는 반면, 마리아는 함께 노래 부르며 대화를 했다.

 이런 전통적 부모상에 따르면 아빠의 최우선 역할은 자식을 엄하게 훈련하고 냉혹한 현실에 적응시켜 생존하도록 하는 것이다. 영화 ‘대부’에서 돈 꼴레오네(말론 브란도)는 “여자와 아이들은 실수할 수 있지만 남자는 실수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어떤 여지도 남기지 않겠다는 꼴레오네의 말은 강인한 생명력을 자식에게 남겨주고자 하는 아빠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이처럼 인생을 살아남아야 하는 전쟁이라 여기는 남자는 현실을 과잉 해석하고 현실의 장애물을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 보면 아빠의 훈육은 지나치게 혹독해질 수도 있다. 때로 자녀들이 아빠를 불편하게 여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확신을 가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사나운 맹수인 사자들의 세계에서 숫사자는 암사자가 사냥해 오는 동안 잠을 자거나 빈둥거린다. 그러나 밤이 되면 숫사자는 암사자와 새끼들을 지킨다. 어쩌면 숫사자처럼 위험으로부터 가족을 지켜주는 것, 그래서 가족들이 안심하게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아버지의 힘과 위엄을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을 아버지(God the Father )라고 부르라고 하신 것은 이유가 있다.



김영준 소망교회 부목사를 지낸 뒤 2000년부터 기쁜소식교회 담임목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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