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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시트콤으로 배웠네]<24>당신에게 최악의 소개팅은?

저 남자는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아닐… 아..니…



그러나 그는 이미 내 앞에 서 있었다. 그를 달리 피하고 싶었던 게 아니다. 얼굴 가득 바른 것이 틀림 없는 비비크림, 그리고 어딘지 남들을 의식하는 저 걸음걸이. 난 알고 있다. 저런 사람과 소개팅은 잘 되지 않는다는 걸.



대부분의 소개팅 분위기
아니나 다를까, 그는 자신을 끔찍하게 아끼는 남자였다. 세탁소를 믿지 못해 옷은 집에서 직접 드라이클리닝을 해 입었다. 특별한 용액(가루던가?)을 세탁기에 넣고 물을 왕창 넣으면 깔끔하게 드라이클리닝이 된다고 했다. 또 “젊을 때, 가장 아름다울 때 몸을 가꿔놔야 한다”며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모든 말은 내게로 와 이런 뜻이 됐다. ‘우린 어울리지 않을 거에요.’



미팅이 나을듯
최악의 소개팅을 놓고 벌어지는 경쟁은 치열하다. 어떤 남자는 자리에 앉고 5분 후쯤 ‘칼’을 꺼냈다. 밤 깎는 칼이었다. “사실 오늘 집에 제사가 있는 날인데 밤 깎는 게 내 담당이다. 얼른 들어가봐야 한다. 오는 길에 이처럼 밤칼까지 사오지 않았나”고 했다. 그는 그 동안 몇 명의 여자 앞에서 밤칼을 꺼내 보였을까. 순간 “집에 같이 가서 깎아드리겠다”며 들러붙어 그를 괴롭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주위 친구들에 물었다. 네 최악의 소개팅은 뭐였냐고. 첫 만남에 영화만 본 후 헤어진 남자 얘기가 나왔다. 소개팅이 아니라 영화 동호인의 번개 분위기였다 했다. 애프터는 하지 않고 연락만 해대는 남자도 거론됐다. 연락을 해서는 이런저런 부탁을 늘어놨다고 한다. 연인이 친구가 될 수는 있지만 소개팅남이 바로 친구가 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은행에 다니는 건 좋지만 서로 알아가기도 전에 신용카드를 만들게 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또, 첫 만남에서부터 연봉의 투명한 상호 공개를 요구하며 급속히 친해지려 드는 것은 어떤가. 최악의 소개팅 보다는 비상식적 소개팅 범주로 빼두고 싶은 사례들이다.



이렇게까지 바라는 건 아니지만


추억의 시트콤 ‘프렌즈’에서 레이첼도 비상식적인, 그래서 최악인 소개팅남을 만난다. “이 레스토랑은 닭 요리가 맛있다”는 말에 남자는 “당신 정말 아름답다”고 감탄을 퍼붓는다. 또 “나는 정말 못 생겼죠? 그런데 돈도 못 벌고 유머도 없어요”라고 한탄을 시작한다. “아니에요, 당신 정말 괜찮아요”라는 말을 듣고 싶은 거다. 하지만 그는 괜찮지 않았고 소개팅의 분위기는 은하계를 떠나게 된다. 남자는 결국 "내 손 정말 못 생겼죠"라며 잉잉 울어버린다. 최악의 소개팅, 아니 대부분 소개팅에 대한 적절한 은유가 아닐 수 없다.



무한반복 소개팅에 끝은 있을까


우리라고 양심이 없는 건 아니다. 눈에 띄게 근사한 남자가 나와서 서로 한 눈에 바라는 걸 바라진 않는다. 다만 적당함을 원한다. 적당한 예의와 배려도 말이다. 남자는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괜찮고, 나에게도 적당히 잘 해준다. 대화를 할수록 이상과 취향도 얼추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도 나를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마음 속으로 굉장히 좋아하는데 적절히 거리를 두든지 말이다.



이런 소개팅이 있었던가? 아니, 이런 사람이 있기나 할까? 아니다, 정말 질문해야 하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 ‘나는 괜찮은 소개팅에 적당한 사람인가’ 말이다. 혹시 나에게 최악의 소개팅남이 자꾸 나타나는 건 내가 적당함만을 밝히는 적당치 못한 여자여서는 아닐까? 길거리에서 적당해 보이는 사람을 골라잡아 탐구해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품에 밤칼이 들어있지 않다는 전제 하에….



그러나 연애나 결혼을 ‘아직’ 완성하지 못한 ‘미(未)’혼 여성의 숙명이란 게 있다. 우리는 컨베이어 벨트 위의 상품처럼 이번 주말에도 자동으로 소개팅 전선에 투입될 것이다. 적당한 사람이 나에게도 괜찮다고 생각해 줄 기적을 꿈꾸면서….



소개팅전문기자 neverendingblinddate@joongang.co.k*r



※기자 이름과 e메일 주소는 글 내용에 맞춰 허구로 만든 것입니다. 이 칼럼은 익명으로 게재됩니다. 필자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중 한 명입니다. 다양한 문화 콘텐트로 연애를 다루는 칼럼은 매주 금요일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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