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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tech NEW trend] 여 보세요, IT

실리콘밸리 파워 우먼 왼쪽부터 1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2 수전 보이치기 유튜브 CEO 3 버지니아 지니 로메티 IBM 회장 4 멕 휘트먼 HP CEO 5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 [자료 : 포브스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1.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전기영화 ‘잡스(Jobs, 2013)’에선 매킨토시PC를 개발한 7인방의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남자’ 동료들의 이야기다. 그런데 왜 여자는 안 나올까. 실제론 4명의 여성 멤버가 더 있었는데 말이다. 영화 개봉후 실리콘밸리 파워 우먼들은 “남성 위주인 애플의 기업문화가 영화에서도 재현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2. 지난달 8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애플의 세계개발자회의(WWDC)에 제니퍼 베일리 부사장(애플페이 담당)과 수잔 프레스콧(뉴스서비스 담당) 부사장이 무대에 올랐다. 이날 기조연설자 10명 중 2명이 여성,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에선 “애플의 드디어 달라졌다”는 호들갑이 쏟아졌다. 애플 역사상 여성 임원이 WWDC에서 혼자 무대에 올라 새로운 서비스를 소개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애플도 변하게 한 여풍(女風)은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와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가 주목하는 이슈다. 세상의 절반인 여학생들을 미래의 엔지니어로 육성하고, 기술 기업의 최고위 임원에 여성의 자리를 늘리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혁신기술이 기존의 경제 질서를 뒤흔들고, 디지털 경제의 판이 커지고 있는 이 때 여성의 참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IT기업의 의사결정에 여성이 빠지면, 구매력이 커지고 있는 여성 소비자의 마음도 잡을 수 없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백악관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메간 스미스가 대표적이다. 구글의 비밀연구소인 구글X팀을 이끌다가 지난해 9월 백악관으로 자리를 옮긴 그녀는 구글에서 여성개발자 모임인 ‘우먼 인 테크메이커’를 만든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녀는 지난해말 미국 역사를 빛낸 이공계 여성을 소개하는 웹페이지 ‘우먼인스템’(Women in STEM)을 만들기도 했다. 스템은 과학(Science)·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수학(Math) 의 머릿글자를 딴 말이다.

 여성 엔지니어를 육성하고 이들의 경력 단절을 줄이려고 뛰는 비영리단체들도 많다. 우먼인테크(Women in Tech), 걸스인테크(Girls in Tech), 걸스후코드(Girls who Code) 등 다양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걸스인테크는 전세계 20~30개 도시에 진출했다. 여학생들에게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치자는 걸스후코드도 미 오바마 정부의 코딩교육 방침과 함께 힘을 받고 있다. 전세계 구글·마이크로소프트·나이키·페이팔 등 거대 기업들이 이런 운동을 후원한다. 인텔도 지난달 ‘인텔 캐피털 다양성 펀드’를 출범해 여성 창업자들에게 1억25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IT업계에서도 여성 엔지니어와 여성의 기술 기반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스타트업계에선 윤자영(스타일쉐어 대표)·이효진(8퍼센트 대표) 등 여성 스타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2030세대 여성을 주축으로 걸스인테크 한국지부가 출범했다. 공대 졸업후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김민경(32) 대표는 “테크 분야에서 여성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좋은 팀을 꾸려 창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혼자서는 엄두를 내기 힘든 다양한 사회적 자원을 끌어모아 여성 창업가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걸스인테크는 창업지원공간 D.캠프와 함께 여자 중고생을 위한 ‘창업 캠프’도 준비중이다.

 이공계에 대한 여학생들 관심도 높아졌다. 서울대 공대는 지난 5월 30년만에 처음으로 여성 공학인의 날 행사를 열고 여성 재학생과 졸업생의 멘토링에 시동을 걸었다. 공대가 없던 숙명여대도 내년 부터 공대를 만들어 신입생을 뽑는다. 여성과학기술인력 활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대 여학생 비율은 17.9%로, 여학생비율이 1%에 불과하던 30년 전보다는 확실히 많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여성공학기술인협회 송정희 회장은 “진로 교육을 강화하고 취업 후에도 출산·육아 때문에 경력을 포기하지 않도록 멘토링을 지원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IT기업 중 여성 임직원 비율이 가장 높은 네이버만 하더라도, 이사 이상 임원 31명 중 여성은 5명에 불과하다.

 대기업에서 버티는 것보다 벤처창업에 도전하려는 여성들도 많다. 여성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월1회 강연 모임을 운영하는 엄윤미 여성기업가네트워크 기획자는 “거창한 창업만이 아니라, 생활속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벤처를 시도하고 이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여성 기업인의 성공사례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풍이 불고는 있지만, 실리콘밸리도 현실은 여전히 팍팍하다. 올해 상반기 핫 이슈 중 하나는 여성 벤처캐피탈리스트가 거대 VC인 KPCB를 상대로 낸 ‘성차별’ 소송이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원고측 주장이 지난달 법원에서 패소하자, ‘유리천장은 여전하다’는 성토가 쏟아져 나왔다. 여성창업자는 VC의 투자를 받기도 더 어렵다. 밥스 칼리지에 따르면, VC의 투자를 받은 미국 기업 중 여성 임원이 있는 기업은 15%, 여성이 CEO인 기업에 대한 투자액은 전체의 3%에 불과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오바마 정부 첫 지재권 수석보좌관 에스페넬 … “유리천장 드문 IT, 인재 흡수 통로”
SW기업 70여개 모인 BSA 회장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IBM, 시스코, 오라클… 디지털 경제 패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들 기업을 하나로 묶는 단체가 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70여 곳이 모여 만든 비영리단체 BSA(Business Software Alliance)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디지털세계’를 강조하는 BSA는 미국 안팎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BSA의 수장도 여자다. 변호사 출신으로, 미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최초의 지적재산권 수석보좌관을 역임한 빅토리아 에스페넬(사진) 회장이다. 지난달 서울에서 에스페넬 회장을 만났다.

 워킹맘인 그는 “정보기술(IT)은 여성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이 비교적 없는 드문 분야”라며 “법과 기술 모두 중요하지만, 일하기에 더 매력적인 쪽은 기술”라고 말했다. 그는 BSA 본사가 있는 워싱턴D.C를 중심으로 비영리민간단체 ‘걸스 후 코드’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도 이런 활동을 하려고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테크 산업은 한국의 젊은 ICT 인재를 비롯해 전세계 인재들을 흡수할 수 있는 통로”라며 “그래서 우리는 (이민 문호를 넓히는)오바마 정부의 이민개혁안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에스페넬 회장은 지난 3월 우리 국회를 통과한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법’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가 확산되면 더 맣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쉽게 접속하고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며 “건강·보건 분야 빅데이터가 클라우드 기반으로 공유되면 원격의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에스페넬 회장은 “더 나아가 데이터의 국경을 낮춰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유럽연합(EU)은 전세계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웹서비스·MS·구글 같은 미국 IT 기업들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있다. 미 정보기관 NSA의 사찰·감청 이슈가 불거지면서 유럽에서 생성되는 정보를 유럽 밖으로 유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유러피안 온리 클라우드’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에스페넬 회장은 “우리는 미 의회를 압박해 미국 정부가 임의로 통신기록을 수집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되도록 했다”며 “이런 노력을 통해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페넬 회장은 방한기간 동안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원사들과도 만났다. 그는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관련해 “TPP는 국경을 초월한 데이터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하는 첫번째 무역협정이 될 것이기에 BSA 회원사들에게 중요한 이슈”라며 “미 의회에 새로운 특허법안도 제안해 글로벌 소프트웨어산업 혁신에 기여한 미국 기업들의 인센티브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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