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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간 범, 뒤쫓는 용…나씨 형제 행복한 추격전

지난달 2일 프로야구 LG와 NC가 맞붙은 창원 마산구장.

16-4로 LG가 앞선 7회 초 대타로 나온 LG 나성용(27)이 좌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중계 카메라는 NC 우익수의 모습을 비췄다. 나성용의 동생 나성범(26)이었다. 나성범도 이날 1회 말 투런 홈런을 쳤다. 나씨 형제의 날이었다.

광주 대성초 시절 나성용은 달리기를 잘했다. 승부욕이 강했던 소년 나성용은 야구부 감독을 찾아가 운동을 하고 싶다고 졸랐다. 그날로 나성용은 야구부원이 됐다.

동생 성범도 운동신경이 뛰어났다. 대성초 야구부 감독은 성범에게 야구를 해 보라고 권유했다. 나성용의 동생이라는 걸 모른 채였다. 동생은 형을 따라 진흥중-진흥고에 진학했다. 나성범은 "형 덕분에 선배들에게 덜 혼났다"며 웃었다.

고교 시절 형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포수로 뛰던 나성용은 동기생 양의지(두산)와 주전 경쟁을 펼치다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졸업을 1년 미뤘다. 원래 투수였던 동생 나성범은 시속 150㎞ 강속구를 뿌린 1년 선배 정영일(28·SK)에 가려 주로 외야수로 나섰다.

나성용은 2007년 신인 드래프트 2차 6라운드(전체 46순위)에서 LG에 지명됐다. 그러나 그는 연세대 진학을 선택했다. 나성용은 "내가 생각했던 순번보다 낮아서 자존심이 상했다. 좀 더 실력을 쌓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고 했다. 이듬해 졸업한 나성범도 LG의 지명(4라운드)을 받았지만 형을 따라 연세대에 입학했다. 나성범은 대학 시절엔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동생이 공을 던지고, 형이 받는 건 그들에게 너무나 당연했다.

대학 진학 후 나성범의 구속이 10㎞ 이상 빨라졌다. 형과의 호흡도 척척 맞았다. 나성범은 "대학에 가길 잘했다. 많은 경험을 했고 기량도 늘었다. 형과 배터리를 이룬 경기 중 가장 기억나는 건 고려대와의 정기전"이라고 회상했다. 나성범은 연·고대 선수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정기전에서 4년 연속 마운드를 지켰다. 1학년 때 완투승을 했고 통산 성적은 2승1무1패였다.

프로 입단 후 형제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2012년 NC에 입단한 나성범은 김경문 감독의 권유를 받아들여 외야수로 변신했다. 타자 전향 3년째인 지난해 나성범은 타율 0.329, 30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다. 올스타전 최다 득표 선수가 됐고,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동생이 프로에서 승승장구하자 나성용은 '나성범의 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나성용은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형제 선수로 주목받았다. 아마추어 때는 내가 더 잘했지만 프로에선 반대가 됐다. 내가 1군에 올라오기 전까지는 동생과 비교되는 게 스트레스였다"고 털어놓았다.

올 시즌엔 형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2011년 한화에 입단한 나성용은 1년 뒤 LG로 이적했고 2013년부터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했다. 경찰청에서 그는 포수 미트를 내려놓고 타격에 전념했다. 제대 후 외야수로 전업한 나성용은 5월 22일 롯데전에서 만루홈런을 쏘아올렸다. 올해 1군 첫 타석에서 강렬한 한 방을 날린 것이다. 형제의 첫 맞대결에선 동생과 형이 나란히 홈런을 쳤다. 1986년 양승관-후승 형제가 청보 소속으로 함께 홈런을 친 적이 있으나 형제가 상대로 만나 홈런을 주고받은 건 프로야구 34년 역사상 처음이었다.

형보다 동생이 더 기뻐했다. 나성범은 "형이 홈런을 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관중석 반대쪽으로 몸을 돌렸다. 사람들이 내 표정을 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형이 홈런을 쳤다고) 웃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나성용은 "동생 덕분에 내 홈런이 더욱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며 "형제가 같이 야구를 하니까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이 훨씬 많다"고 했다.

야구 팬들은 둘의 홈런만큼이나 외모에도 관심이 많다. 나성범은 "누가 더 잘 생겼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얼굴은 형이 더 낫다" 고 했다. 나성용도 "외모는 내가 낫다고 생각한다. 성범이는 야구를 잘하니까 멋있어 보이는 것" 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나성범은 아들을 얻었다. 오는 12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나성범은 "형이 조카를 많이 귀여워한다. 형도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성용은 "조카가 성범이보다 잘 생겼다"며 "당분간 야구에 전념하고 싶다. 난 여자친구도 아직 없는데 결혼은 야구를 잘 해서 주전이 되면 생각해 보겠다" 며 웃었다.

창원=김효경 기자, 박소영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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