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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서 놀게 하라 … 딜로이트의 ‘즐거운 사무실’

영국의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 ‘브리엄’에서 최고점을 받은 이 건물은 지하수를 활용해 냉·난방을 한다. [사진 PLP건축]

정보기술(IT)의 발달로 꼭 회사로 출근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IT 기기에 접속해 일할 수 있게 된 시대다. 그런데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 네덜란드 법인은 직원들을 한곳에서 일하게 하겠다며 최근 암스테르담에 사옥 ‘더 에지(The Edge)’를 지었다. 네덜란드 전역에 흩어져 있던 사무실을 한데 모았다. 컨설팅 회사의 경우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직원들이 파견근무를 많이 하는데도 이 같은 선택을 했다. ‘디지털 유목민’이 각광받는 시대에 ‘정착민’으로 돌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이 건물을 설계한 영국의 PLP 건축 데이비드 레벤털(66·사진) 사장을 만나 물었다. 최근 방한한 그는 “네덜란드 딜로이트의 직원들 대다수가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떨어지고 자주 바뀌는 근무 환경에 대해 스트레스가 많았다”며 “떨어져서 일하는 것보다 함께 일했을 때 소통하며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기본적인 가치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건물에 입주한 후 딜로이트 직원들이 파견근무를 하고 있더라도 아침에 본사로 출근해서 동료를 만나 정보를 나누고 파견지로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흩어져 일했을 때의 효율성보다 함께 일하며 나눌 수 있는 정보와 감성에 사람들이 목말라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완공한 딜로이트 네덜란드 사옥 ‘더 에지’에는 15층 꼭대기까지 훤히 뚫린 중정 공간이 있다. [사진 PLP건축]
 ‘에지’는 수도 암스테르담의 금융 중심지인 자이다스(Zuidas) 지역에 들어섰다. 고층 건물 밀집지역인데 ‘에지’는 15층임에도 눈에 띈다. 건물에 커다란 간판이나 로고를 달아서가 아니다.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유리 건물의 가장 잘 보이는 정면 가운데에 거대한 중정공간을 뒀다. 1층부터 15층까지 전 층을 트고선 레스토랑·카페·휴게실 등을 배치했다. 모여서 놀기 좋도록 공용공간을 더 둔 덕에 빽빽한 오피스 건물군에서 오히려 돋보이게 됐다. 공용공간이 전체 면적(4만㎡)의 28%에 달한다.

게다가 사무실 내에는 고정석도 없다. 건물 내 총 1800개의 책상이 있지만 도서관 자유열람실처럼 마음에 드는 곳에서 일하게 했다. 레벤털 사장은 “전체 직원 수는 2500명인데, 파견근무가 많은 업무 특성상 공간을 유연하게 쓰게 했다”고 말했다.

 여러가지 최첨단 기술도 눈에 띈다. 레벤털 사장은 “건물을 설계할 때 스케치 단계에서만 사용자인 딜로이트와 1년간 이야기했는데 늘 기술팀과 함께였다”고 말했다. 직원이 개인 취향에 맞는 곳에서 근무할 수 있게 건물 환경 제어시스템과 스마트폰을 연계한 앱을 만들었다. 직원이 앱에 좋아하는 근무환경(온도·습도·조도 등)을 입력하면 해당 조건을 갖춘 자리로 안내받을 수 있다. ‘에지’는 영국의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브리엄(BREEAM)’에서 최고점(98.36점)을 받았다.

 레벤털 사장은 제2롯데월드타워, 도쿄 롯폰기힐스, 상하이 국제금융센터 등을 설계한 글로벌 건축회사 KPF의 런던지사 공동 창업자이자 수석건축가로 30여 년간 일하다, 2009년 PLP 건축을 설립했다.

그는 현재 중국 닝보시 도시개발 프로젝트 N+를 진행하고 있다. 과거 실크로드의 주요도시였던 닝보시는 한때 중국의 최대 의류 생산지였으나 지금은 낙후한 농촌 도시가 됐다. 시에서는 디자인 허브로 도시를 재생시키기 위해 지명 초청 마스터 플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PLP 건축이 뽑혔다.

닝보시와 같은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다는 레벤털 사장이 바라본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북촌에서 서울의 미래를 찾고자 했다. “서울에서 최근 짓고 있는 고층 건물을 보면 땅과의 관계를 잃어버리고, 건물만 근사하고 멋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휴먼 스케일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거리에서의 에너지와 활동이 건물과 도시에 반영돼야 도시가 건강해집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데이비드 레벤털=1949년 미국 출생. 하버드에서 인문학 학사를 받고 건축대학원에서 공부.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타워를 설계한 글로벌 건축회사 KPF의 런던 사무소 공동 창업자. KPF에서 30년간 근무하다 2009년 PLP 건축 설립. PLP 건축의 주요 프로젝트로 런던의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The Francis Crick Institute)’, 오피스 건물인 ‘22 비숍 게이트(22 Bishops Gat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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