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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 “죽음과 경주한다 생각하니 집중 잘 됐다”

암 투병 중인 소설가 복거일(69·사진)씨가 여섯 권짜리 장편소설 『역사 속의 나그네』(문학과지성사)를 완간했다. 1991년 1∼3권을 출간해 일단락지었던 것에 2012년 말기암 진단을 받은 후 1년 만에 쓴 4∼6권을 보탰다.

 복씨는 1일 “암 판정을 받는 순간 ‘『역사 속의 나그네』는 어쩌지?’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고 했다. 글쓰기에 집중하기 위해 병원 치료를 포기한 데는 『역사 속의…』 추가집필이라는 이유도 들어 있었다는 얘기다.

 소설은 21세기(2070년대) 지식인 이언오가 ‘가마우지’라는 이름의 시간여행체를 타고 과거를 여행하다 16세기 조선에 좌초하지만 눈부신 현대 과학지식을 활용해 세력을 모은 후 사회 변혁을 도모하는 내용이다.

 복씨는 “장풍 대신 머릿속 지식이 무기인 영웅적 주인공이 나오는 지적 무협소설”이라고 했다. 지식인 영웅이 사람다운 세상의 실현을 꿈꾸는 계몽적인 내용이지만 무협소설처럼 재미있을 거라는 주장이다.

 -건강 상태는.

 “암을 치료하지 않고 그냥 둬도 사람은 잘 안 죽는다. 손대면 더 안 좋아진다. 나는 이게 과학적으로 맞다고 생각한다. 살살 달래면 몇 년은 버티지 않겠나. 슬슬 증상이 나타나지만 이 나이에 좋아지진 않을 거다. 쓰다가 죽을까봐 걱정이었다. 죽음과 경주한다고 생각하니 집중이 잘 됐다.”

 -이번 소설을 무협소설로 규정했다.

 “정치가 실종됐던 80년대, 문학은 역사를 대신했다.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을 사람들은 역사로 받아들였다. 노동문학은 어떤가. 기승전결이 똑같았다. 지금 누가 그 작품들을 읽나. 한국문학 공백을 불러 결과적으로 하루키 같은 일본 문학을 끌어들인 일등공신이 됐다.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 문학을 여흥으로 읽는 사람이 많다. 한국문학은 일종의 과도기다. 과거 김홍신의 『인간시장』처럼 잘 읽히는 소설은 사회적으로 좋은 거다. 재미 들려 계속 읽다 보면 차츰 독서 습관이 고급스럽게 되지 않겠나.”

 -담고 싶었던 내용은.

 “소설로 사회구조를 드러내고 싶다. 그래서 지식인 주인공을 자주 등장시킨다. 우리 민족의 노예제는 인류 역사상 가장 혹독했다. 1000년 넘게 지배층이 바뀌지 않았다. 사회 발전을 가로막았다. 심지어 조선 후기 실학자들도 노예제의 바탕에서 개혁을 얘기해 한계가 있었다. 그런 점을 소설에서 밝혀 만족스럽다.”

 복씨는 시사 현안에 대해서도 거침이 없었다. 신경숙씨의 표절 논란에 대해 “작가는 어차피 남의 얘기를 빌려올 수 밖에 없다. ‘화학적 결합’ 과정을 통해 자기 얘기로 소화했어야 했는데 신씨는 그러지 못했다”며 “출판사 편집자라도 걸러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원내대표는 여당과 행정부의 연결고리 역을 해야 하는데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라는 문제가 발생했으니 책임지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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