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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국민이 자초한 그리스 국가 부도

빚으로 연명해 온 그리스가 결국 국가 부도 수순을 밟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어제 그리스가 지난달 말까지 갚기로 한 16억 유로(약 2조원)를 상환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를 선언했다. 71년 IMF 역사상 첫 선진국 디폴트다. 이달 말 돌아오는 유럽중앙은행(ECB) 35억 유로를 갚을 돈도 없다. 그리스는 전날 유럽안정화기구(ESM)에 3차 구제금융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금 그리스에는 최악의 뱅크런(예금인출 사태)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은행 영업을 중단했고 증권시장도 폐쇄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오는 5일 국민투표를 실시해 그리스가 채권단 요구에 굴복할 것인지 묻기로 했다. 채권단이 이기면 치프라스는 쫓겨난다. 반대라면 그리스는 유로존 탈퇴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세계 경제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그리스 국민투표의 결과와 관계없이 그리스는 사실상 국가부도 상태에서 유로존과 국제기구의 수혈로 연명하는 처지가 될 것이다. 국제 금융계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그렉시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스로 그치면 다행이지만 벌써 이탈리아·포르투갈·베네수엘라·말레이시아 등 빚 많은 나라 이름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신흥국 위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면 우리 경제도 영향을 받게 된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그리스 위험 노출 채권이 3억1700만 달러에 불과해 직접적인 피해는 적을 것이라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문제는 확산과 파장이다. 금융위기는 쉽게 전염된다. 국제 금융시장이 예측할 수 없는 경로로 뜻밖의 충격과 피해를 부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렉시트가 가시화한 지난달 29일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원화 가치가 떨어졌으며 중국·일본 증시가 충격을 받은 것도 그래서다. 방심하기보다는 철저한 모니터링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스 사태의 교훈도 되새겨야 한다. 그리스 위기는 그리스 정부와 국민이 자초한 면이 크다. 국내총생산(GDP)의 1.8배인 3100억 유로의 빚을 지고도 과감한 개혁을 이뤄내지 못했다. 공무원은 ‘황제 복지’를 누렸다. 하도 지각이 많아 제시간에 출근만 하면 ‘정시 수당’까지 줬다. 85만 공무원에게 주는 월급이 GDP의 50%가 넘었다. 58세면 퇴직해 재직 때 월급의 98%만큼 연금을 평생 받았다. 2010년 유로위기가 닥친 후 연금을 일부 깎았지만 공무원들이 반발해 채권단의 요구에는 크게 못 미쳤다. 그러는 사이 청년 실업률은 50%까지 치솟았다.

 그리스 사태는 빚으로 복지를 지탱하고 국가를 운영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리의 가계부채도 1100조원을 넘어섰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부진으로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연내 미국의 금리 인상까지 예고돼 있다. 그런데도 시급한 구조개혁은 겉돈다. 그리스 위기, 남의 일 보듯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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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