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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뉴스 인 뉴스 <273> ‘뜨거운 감자’ ISD

전영선 기자
론스타가 2012년 11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간 소송(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ISD)을 제기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당한 첫 ISD입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왕족 셰이크 만수르도 한국 정부에 세금을 돌려달라며 중재의향서를 보냈고, 삼성을 상대로 소송 중인 헤지펀드 엘리엇의 진짜 목표도 ISD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ISD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ISD는 무엇

상호투자협정(BIT)을 맺은 국가간의 외국인 투자자 보호 절차다. 특정 국가에 투자한 외국인이 당사국 정부의 협정 의무 위반이나 계약 위반 등으로 손해를 입었을 때 제3의 기관을 통해 배상을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국제투자엔 불안정성·불확실성이 따른다. 투자가 장기간 이어지는데, 정책이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국 투자 자본에 대한 입장도 바뀔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안전장치로 투자유치국의 정책변화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고 불합리한 차별대우로 인한 피해를 막아야 한다. 투자유치국으로서도 정당한 주권행사에 차질을 줄 수 있는 투자자와 자본에 대한 합리적 규범이 필요하다. 현대적 개념의 국제 중재는 1923년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가 설립되고 ‘제네바의정서’(1923), ‘외국중재판정의 집행에 관한 제네바협약’(1927) 등이 채택되면서 자리 잡았다.

 현재 분쟁 발생시 ISD를 통해 해결이 가능한 각종 투자협정은 전 세계적으로 3000개에 달한다. 한국도 지난해 6월 기준 93개의 투자협정을 체결했고 이 중 88개가 발효 중이다. 또 9개의 자유무역협정(FTA)도 맺고 있다. 각 협정들은 대체로 외국인 투자자를 내국민·최혜국민으로 대우하고 투자유치국이 외국인의 재산을 박탈하기 위해 부당하게 국가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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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어디서, 어떻게 판정하나

 국제 중재는 여러 기관에서 진행될 수 있다. UAE의 왕족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흐얀의 회사 하노칼과 론스타가 중재를 신청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세계 투자중재사건의 60%가 처리되고 있다.

 ICSID는 61년 세계은행에서 필요성을 주장한 뒤 65년 ‘국가와 다른 국가 국민 간의 투자 분쟁의 해결에 관한 협약’이 체결되면서 탄생했다. ICSID 절차는 중재판정부가 구성되면서 시작된다. 판정부를 구성하는 중재인은 투자자와 국가 양측에서 각 1명씩 선임하고 위원장은 양측 합의로 선임한다. 합의가 안 되면 ICSID 사무총장이 지정한다. 3명으로 구성된 판정부가 일반적이다. 제기에서 판정까지 2~4년이 걸린다.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중재규칙(UNCITRAL Arbitration Rules)에 의한 임의중재, 스톡홀름상공회의소(SCC) 등에서도 투자 분쟁에 대한 중재가 이뤄진다.


누가 제기하나

 ISD 절차에 있어 가장 주된 논점은 중재를 신청할 수 있는 투자자 및 투자의 개념이다.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자뿐만 아니라 투자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채권·상업어음 등 금융자산 투자자도 ISD를 낼 수 있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6~2011년 제기된 ISD 100건을 분석한 결과 투자 중재의 48%는 중견 기업과 대기업이 제기했다. 22%는 영세 기업 혹은 개인이었다. 다국적 기업은 8%에 그쳤다. 중재 신청 투자자의 국적은 2012년 기준으로 24%를 차지한 미국인이 가장 많았다.

 그동안은 중남미 국가 등 개발도상국이 자주 중재 법정에 소환됐다. 가장 중재를 많이 당한 나라는 아르헨티나다. 유럽이사회(EC)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지난해까지 총 56건의 ISD를 진행했다. 베네수엘라(36건), 체코(29건), 이집트(24건), 캐나다(23건), 멕시코(21건) 등이 뒤를 이었다. 60건의 ISD에 등장한 에너지헌장조약(ECT)이 가장 자주 인용된 협정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53회나 인용됐다. 아르헨티나·미국 투자협정은 17번 사용됐다.


어떤 사건을 다루나

 국제 중재 사건은 세계화 물살을 타고 2000년대 급증했다. 한국을 포함해 중진국들이 경쟁적으로 투자협정을 맺으면서 생긴 현상이다. 중재 사건의 90%는 투자유치국 행정부의 행정조치에 대한 투자자의 이의 제기다. 2012년 법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과거에 볼 수 없던 특징이 나타난다.

우선 투자자의 불법 투자에 대한 검토가 늘었고, 투자유치국의 입법을 문제삼다 시작된 분쟁도 증가세다. 국제 중재를 자주 겪은 국가가 인용 협정을 무력화하려는 법 개정을 시도했다가 문제가 불거지기도 한다.


투자유치국과 투자자 중 누가 유리한가

 대부분의 투자 중재 사건들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내부 협의 사항 등 세부사항을 알 수 없을 때가 훨씬 많다. 표면적인 결과만 놓고는 누가 진짜로 이긴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일부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가 승소율이 투자자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UNCTAD가 종결된 ISD 356건을 분석한 결과 37%(132건)는 투자자의 청구가 기각되면서 국가가 승소했다. 제기된 사건 중 28%(101건)는 화해로 끝났다. 25%(87건)는 투자자가 승소해 해당 국가로부터 금전적 보상을 받았다. 이밖에 8%(29건)는 공개되지 않은 이유로 중재 절차가 중단됐다. 2%(7건)는 투자자가 승소했지만 금전적 보상은 받지 못했다.

 투자자가 승소한 경우에도 소송가액(청구 금액)보다는 적은 액수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투자자들은 사건당 평균 3억4300만 달러를 청구했는데 받아간 액수의 평균은 104만 달러였다. 화해한 경우와 승소한 경우를 합할 때 평균 청구액은 6억2200만 달러, 실제로 받아간 평균 금액은 1660만 달러다.


왜 비공개인가

 현재 ICSID는 홈페이지에 처리된 사건과 계류 중인 사건 목록을 공개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반대해 중재판정서를 공개하지 못할 때는 판정에 이르게 된 이유를 설명한 요약본을 게시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ISD에선 분쟁의 내용, 제출된 서류, 분쟁의 결과뿐만 아니라 분쟁의 존재 자체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이는 국제중재 제도가 상인 사이의 분쟁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발달됐다는 역사적 배경과 기업 비밀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 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제는 투자자와 국가간 분쟁에선 정책의 적법성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쟁점이 공공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이 때문에 중재 절차의 공개 범위를 확대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정부와 론스타의 ISD도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양측 모두 비공개를 원했다고 한다. 결론이 나도 판정서가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 입장에서는 세금으로 진행되는 중재 절차에 대한 정보가 차단되는 것이다.

 NAFTA의 경우 협정에 중재 절차를 공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협정 당사국(미국·캐나다·멕시코)이 ISD 제기시 신청인의 주장, 중재판정의 이유 및 결과 등을 공개하기로 합의한 결과다. 심리 절차를 공개한 사건도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이 체결한 투자보호협정 중 ISD 공개조항을 둔 경우는 드물다.


중재 비용은 얼마나 드나

 투자 중재 비용은 크게 ▶중재절차가 진행되는 기관의 사건관리 비용 ▶중재인 수당과 경비 ▶변호사 비용 등이다. 주로 당사자들이 중재에 사용하는 법률 비용이다. ICSID에 중재를 신청하거나 피소당했을 때 치러야 할 행정 비용은 연간 50만 달러다. 통상 양측이 절반씩 부담한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 중재 비용은 건당 평균 800만 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배상 규모에 따라 소송 비용이 치솟기도 한다.

 판정 후 누가 중재 비용을 부담할지는 중재판정부가 정하지만 대체로 패소한 측이 부담한다. 한국 정부는 론스타와의 ISD에 3년간 239억4100만원을 썼다.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약 500억원을 쓸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 ISD에서 진다면 천문학적인 배상액과 함께 론스타가 지출한 법률 비용까지 떠안게 될 수 있다.


불복 절차는 있나

 국제 중재 판정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따라야 하나 예외는 있다. 먼저 중재 판정문의 해석 또는 범위에 관한 다툼이 있다면 해당 부분을 다시 해석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심리가 진행될 당시 알지 못했지만 판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경우 판정 정정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밖에 협약에 명시된 중재판정 취소사유가 있을 때 취소를 구할 수 있다.

취소 사유는 ▶중재판정부 구성의 하자가 발견됐을 때 ▶중재판정부의 명백한 권한 남용 ▶중재판정부의 부정 ▶절차규칙의 심각한 위반 ▶중재판정의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을 때 등이다. 판정 취소는 매우 드물다. ICSID는 설립 이래 2010년까지 단 24건의 취소 결정을 내렸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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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