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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무표정에 새긴 천재 소년의 성장통

[매거진M]무표정에 새긴 천재 소년의 성장통
‘네이든’ 아사 버터필드



‘네이든’(원제 X Plus Y, 6월 25일 개봉, 모건 매튜스 감독)은 영국의 수학 천재 소년 네이든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신경 발달 장애, 즉 자폐증을 앓고 있어 세상과 쉽게 소통하지 못한다. 사랑이나 이별도 수학 공식으로 분석하려는 이 독특한 인물을 영국 배우 아사 버터필드(18)가 연기했다. 영화 ‘휴고’(2011,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서 기차역 시계탑 안에 숨어 사는 열두 살 소년을 연기했던 그다.
버터필드는 이번 영화에서 아역 배우의 앳된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네이든을 연기하는 버터필드를 보고 나면 ‘잘 자라줘서 고마워’란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해사한 웃음보다 무표정한 얼굴이 더 돋보이는 버터필드. 속을 알 수 없는 그 묘한 얼굴은 기구한 사연을 지닌 소년 역을 연기하기에 제격이었다. 그는 열한 살에 홀로코스트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2008, 마크 허만 감독)으로 처음 스크린 주연을 맡았다. 유대인 수용소를 관리하는 나치 장교의 어린 아들 역을 맡아, 특유의 차가운 표정으로 어린 아이가 수용소에서 느끼는 혼란을 고스란히 그려냈다.

3년 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판타지 ‘휴고’의 주인공으로 버터필드를 발탁했다. 정작 버터필드 자신은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듣고 집에 돌아가 당근 주스를 마셨다”며 담담히 소감을 전했다. 할리우드는 거장이 선택한 이 아역 배우에 큰 기대를 걸었다. ‘휴고’에서 그는 기차역에서 근근이 생활하면서도 고장난 로봇을 고치는 일에 열정을 지닌 고아 휴고를 연기했다. 당시 언론의 반응은 뜨거웠다. “파란 눈에 우울과 희망을 동시에 담아냈다”(텔레그래프)는 찬사를 받으며 명실상부 할리우드가 가장 주목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네이든’에서는 버터필드의 한층 성숙해진 모습이 돋보인다. 고등학생 네이든은 어릴 때 급작스런 사고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의 각별한 보살핌을 받는다. 그는 발달 장애 때문에 어머니에게도 쉽게 마음을 터놓지 않고, 수학에만 온 정신을 쏟는다. 숫자에 강박증이 있기 때문에 식당에 가도 음식이 3·5·7개 등 소수로 나와야만 먹는다.

이후 네이든은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영국 대표로 선발돼 대만에서 열린 합숙 훈련에 참여한다.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버터필드는 네이든이 겪는 내면의 갈등을 찬찬히 얼굴 위로 꺼내 놓는다. 합숙소에 도착해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게 되면서 겪는 불안감, 다른 수학 천재를 보며 느끼는 열등감 그리고 혼자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고독감…. 버터필드는 네이든 역을 소화하기 위해 신경 발달 장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숱하게 돌려 보고, 장애인도 직접 만났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 자폐 증상이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 특히 사춘기 시절에 어떤 감정을 겪는지 알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렇게 빈틈없이 준비한 덕분일까. 버터필드가 표현한 네이든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때때로 이기적이지만 매순간 연민의 감정을 자아낸다. 극 중에서 네이든은 수학적 성취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맺는 감정의 교류가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자기 안에 갇혀 있다가 사랑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네이든의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냄으로써 버터필드는 한 편의 아름다운 성장담을 완성해낸다. 할리우드 영화 주간지 버라이어티는 버터필드에 대해 “캐릭터의 복잡한 감정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정확하게 표현했다”며 극찬했다.

현재 버터필드는 팀 버튼 감독의 신작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을 촬영 중이다. 미스터리한 고아원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는 10대 소년 제이콥 역을 맡았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이 들려줄 또 다른 이야기가 벌써 기대된다.

글=윤지원 기자 yoon.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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