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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웅의 오! 마이 미디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사들 … 언론은 표절에서 자유로운가

신경숙 작가에 대한 표절 시비를 보도하는 언론인의 맘이 편할 리 없다. 드라마나 예능 분야의 미디어 작가도 마찬가지다. 논란이 된 소설의 표절 수법을 보면서 ‘이 정도가 표절이면 언론인이나 미디어 작가는 어떨까’라고 자문한 이가 많을 것이다. 포털에서 주제어 몇 개로 기사 검색만 해봐도 간단히 알 수 있다. 주제는 물론 표현까지 서로 베낀 것 같은 기사가 너무 많다.

 언론은 창의적 사상과 표현을 업으로 삼는 예술과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고 변명할 수 있겠다. 사실을 전달하고 논평하는 기능 말이다. 기사는 세련된 인용 기법을 사용하는 학술논문과도 형식이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겠다. 인용하면 표절을 피할 수 있지만 기사마다 일일이 각주를 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언론인도 알고 있다. 표절은 작가의 자기 부정이며, 표절로 이룩한 성공은 기만이라는 것을.

 표절은 도둑질이 아니라 독자를 속이는 기만에 가깝다. 남의 글을 훔치는 일은 저작권 위반에 속하며 법적 책임을 동반한다. 반면에 표절이란 자기가 쓰지 않은 글을 그런 것처럼 속이는 일이다. 일종의 독자에 대한 진정성 위반이다. 표절 작가가 ‘무의식적으로 베꼈다’고 하는 변명이 말이 되기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속이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변명하는 수법이다.

 기만임을 알면서도 표절의 유혹에 빠지는 작가들이 있다. 언론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이 유혹이 강하다. 일단 반복되는 사건 유형과 마감 압박 때문에 자기가 쓴 글을 보며 ‘예전에 봤다’는 기시감을 느껴도 일일이 자료를 찾아서 확인할 여유가 없다. 또한 사건의 전개를 묘사하고 논평하는 언론인의 표현이란 대체로 관습적이고 의례적이어서 ‘다른 곳에서 봤다’는 느낌이 일상적이다.

 인터넷 검색과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원자료를 찾아 인용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인터넷은 분명 표절 예방의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유혹의 원천이기도 하다. 인터넷에서 오래된 작가의 숨겨진 글이나 미래 작가의 습작을 발견해 짜깁기하는 방식으로 글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우리 언론은 아직 뉴욕타임스의 제이슨 블레어와 같은 최악의 표절 사태로 창피를 당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언론에는 표절에 무심한 관행이 분명 있다. 언론이라고 해서 ‘신경숙 사태’가 터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러니 일단 다음 세 가지부터 어떻게든 해 보자.

 첫째, 인용하고 또 인용해야 한다. 학술 논문 수준으로 할 수는 없겠지만 원저자를 명시해서 기사를 쓰는 관행을 확립해야 한다. 동료 언론인의 단독 보도는 가능하면 기자의 이름까지 인용해 보도해서 격려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기사를 발행할 때 인용한 기사의 링크를 걸면 된다.

 둘째, 통신사 전문도 인용해야 옳다. 요컨대 기자가 직접 보고 들은 것이 아니라면 일단 인용해야 한다. 뉴욕타임스 인터넷 기사를 보면 통신사에서 받은 스트레이트 뉴스도 일일이 그 사실을 밝히고 통신사 기자의 이름을 명시한다. 이는 이상한 일도 아니고 어려운 일은 더욱 아니다.

 셋째, 인터넷 조회 수를 다투는 낯 뜨거운 기사 작성 관행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을 제목과 검색어만 바꿔 인터넷 클릭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기사를 만들고 있다. 이를 기사 작성이라 부르기도 민망하다. 이 행위를 계속하느냐 마느냐가 품격 있는 언론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언론의 이 관행을 그대로 두면서 다른 작가에게 진정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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