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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도둑 기승 … ‘명품 묘목’ 2년 키운 뒤 훔치기도

장물업자가 조경업자들에게 7000만원에 팔겠다고 내놓았던 용머리 모양 소나무. [사진 울산남부경찰서]

올 3월 중순 경북 상주시 백악산. 컴컴한 밤중에 김모(55)씨 등 남성 4명이 나타났다. 손에 톱을 든 채였다. 이들은 도로가에서부터 산속으로 들어가며 나무를 잘라냈다. 행여 소리가 나서 들킬까 전기톱이 아니라 사람이 켜는 톱을 사용했다. 며칠간의 작업 끝에 수십 그루를 베어 폭 3m, 길이 300m 길을 만들었다. 길이 다다른 곳은 뱀이 똬리를 트는 듯한 모습의 소나무 두 그루가 있는 장소였다.

 다음날 이들은 이번엔 삽과 곡괭이를 들고 왔다. 소나무를 뿌리째 조심조심 파냈다. 그러곤 보는 눈이 없는 밤이 되기를 기다려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담아 끌고 내려왔다. 이런 방식으로 이곳저곳 개인 소유 산에서 모두 12그루를 훔쳤다. 훔친 소나무는 비밀 장소에 옮겨 심고서 조경업자와 개인에게 팔았다. 그러다 이달 초 “소나무를 훔치는 일당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한 충북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붙잡혔다. 광역수사대 정진영 팀장은 “김씨 등이 12그루 중 11그루를 총 4000만원 넘는 가격에 판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전북 익산시에서 조경용 소나무 묘목 70그루를 훔친 조경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상대 조경업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인부를 불러 소나무를 캐냈다.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훔친 소나무는 묘목 70그루 1490만원어치였다.

 소나무 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국 각지의 산 등지에서 조경용으로 가치 있는 소나무를 캐 가는 도둑이다. 애초엔 그루당 1억원까지 호가하는 호화 조경용 소나무가 절도 대상이었다. 그러던 것이 요즘엔 묘목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소나무 값이 오를 것으로 생각해 묘목을 훔쳐서는 키워 팔려는 속셈이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 게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다. 대림산업 건축설계팀 한태호 부장은 “아파트 건설이 늘면 조경용 소나무 수요도 늘 것이어서 값이 오르리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조경에 소나무가 많이 쓰이는 건 한국인이 소나무를 좋아하는 특성에 기인했다. 신학기에 맞춰 겨울에 입주가 대부분 이뤄진다는 점도 조경에 소나무를 쓰도록 만드는 이유다. 겨울에 푸른 나무가 필요해서다. GS건설 박도환 건축설계팀 차장은 “요즘은 아파트 지상에 주차장을 만들지 않아 조경 공간이 더 넓어지고 있다”며 “그래서 소나무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소나무 절도 중에는 산에 있는 명품 소나무를 그 자리에서 1년 넘게 가꾼 뒤 훔쳐가는 경우도 있다. 일종의 ‘기획 절도’다. 지난해 봄 붙잡힌 김모(51)씨가 그랬다. 2011년 말 울산시 울주군 야산에서 용머리 모양 소나무를 발견한 그는 영양제까지 줘 가며 소나무를 관리했다. 2년 뒤인 2013년 말 소나무를 캐 간 김씨는 3000만원에 장물업자에게 넘겼고, 이 장물업자는 “7000만원에 팔겠다”며 조경업자들과 접촉했다가 울산남부경찰서에 검거됐다.

2013년 말 붙잡힌 이모(40)씨도 비슷했다. 강원도 고성군 등지에서 비싸게 소나무를 찾아내 1년 넘게 가지치기를 하고 영양제를 주면서 18그루를 훔쳤다. 경찰은 18그루 가격이 3억6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박진호·최종권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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