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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위대한 반대자’는 어디에

헌법재판에서 직간접적으로 역할을 해온 A변호사와 모처럼 대화를 나눴다. 얄팍한 기사 욕심에 “요즘 재미있는 소송 준비하는 것 없냐”고 물었더니 한숨 섞인 답이 돌아왔다. “8대1 재판소에 뭘 기대하겠나.”
요즘 헌법재판소가 ‘8대1 재판소’로 불린단 얘길 들은 게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지난 5월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죄(7조 1항)와 교원노조법 위헌법률심판에서 헌재는 8대1의 일방적 결정을 내렸다.

A변호사는 “늘 같은 사람(김이수 헌법재판관)이 ‘나 홀로 소수의견’을 내고 있는 게 더 우려스럽다”고 했다. 소수의견에 대한 강박으로 기계적으로 반대의견을 낸다면 소수의견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어떤가.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이후 전원합의체 회부 건수는 늘었지만 다양한 소수의견 개진은 오히려 줄었다.<본지 2014년 2월 2일자 8면> 서울대 법대에 고위법관 출신 50대 남성이라는 공식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대법원은 “대법관 1명 당 연간 처리할 사건이 3000건을 넘어 국민권리가 제대로 구제되지 않고 있다”며 상고법원제 도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상고법원을 도입하면 고용·생산유발효과가 연간 1조2000억원’이라는 연구용역 보고서까지 들이민다. 하지만 ‘소수의 대법관 수를 유지해 권위를 지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이도 적잖다.

헌재와 대법원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9명의 현자(賢者)’(미국 연방대법원)는 최근 역사적 판결을 잇따라 내렸다. 25일엔 보수파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의 찬성 속에 건강보험법(오바마 케어) 정부보조금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26일엔 오랜 논란을 빚었던 동성결혼에 대해서도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이번엔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보수성향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합헌의견을 내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출신성분이나 경력, 누가 임명했는지에 상관없이 사회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헌법을 재해석해온 것이 오늘날 ‘9인의 현자’라는 권위를 부여했음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우리 헌재는, 대법원은 과연 그런 권위를 획득할 수 있을까. ‘8대1 재판소’ ‘대법관 수를 늘리지 않으려는 꼼수’ 같은 말을 들어서는 요원한 일이다. 법정의견으로 채택되지 않더라도 소수의견이 중요한 건 사회의 다양성과 건강함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역사적 소수의견을 남긴 올리버 웬델 홈즈 전 미국 연방대법관은 ‘위대한 반대자(the great dissenter)’로 추앙받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10·26 사건 상고심에서 동료판사 5명과 함께 ‘내란죄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소수의견을 남겼다가 법복을 벗은 고(故) 민문기 대법원 판사(대법관)도 이렇게 말했다.

“한 마리의 제비로서는 능히 당장에 봄을 이룩할 수 없지만 그가 전한 봄, 젊은 봄은 오고야 마는 법. 소수의견을 감히 지키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동현 사회부문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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