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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아니면 어떤가

명품 가방과 관련해 우스갯소리가 있다. 비가 올 때 가방을 머리 위에 쓰고 뛰면 짝퉁이고, 가슴에 안고 뛰면 진품이라는 것이다. 가방이 뭐 상전이라도 되냐고 하겠지만, 나라도 몇 100만원 짜리 가방이라면 행여 젖을세라 가슴에 안고 뛰었을 것이다. 명품 가방과 관련해 한 가지 생각나는 일이 있다.

몇 년 전의 일이다. 당시 나는 강의하러 다닐 때 갖고 다니기에 편리한 가방이 필요했다. DVD나 책 같은 자료가 들어가면서도 너무 크지 않은 것을 사고 싶었다. 하지만 이리저리 다녀 봐도 적당한 가방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 단지의 재활용품 보관함에서 우연히 가방 하나를 발견했다. 너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그동안 내가 찾던 딱 그런 크기의 가방이었다. 누군가 쓰다가 싫증이 나서 내놓은 것 같은데, 내 눈에는 거의 새것과 다름없어 보였다. 순간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가져 갈세라 얼른 집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엄청난 횡재나 한 것처럼 딸에게 자랑을 했다.

그런데 가방을 살펴보던 딸이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거 xx 짝퉁이네.” 가방에 새겨져 있는 로고가 바로 그 유명한 xx인데, 재활용품 보관함에 버린 걸 보니 짝퉁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 xx의 로고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고 있었다. 물론 알았다고 해도 가방을 주워 오는데 하등 망설임이 없었겠지만 말이다. 아이는 약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만약 가방 주인이 엄마가 그 가방 들고다니는 거 보면 어떻게 해”라고 했다. 나는 “내가 뭐 도둑질을 했냐. 자기가 들기 싫어서 버린 거 내가 들고다니는 게 뭐 어때서”라고 대꾸했다. 하지만 아이는 창피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그 가방을 열심히 들고다녔다. 물론 한 가지 불편한 점은 있었다. 가끔 가방에 새겨진 로고에 관심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한번은 백화점 세일에 갔다가 점원에게 물건값이 너무 비싸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점원이 “아이, xx백 들고다니시는 분이 이걸 비싸다고 하면 어떻게 해요”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말을 듣고 나는 대뜸 “아, 이 가방 짝퉁이예요”라고 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점원의 반응이 의외였다. 얼굴이 빨개지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나는 그녀가 왜 나보다 더 당황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고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도록 했다고 생각한 것일까.

여하튼 그 후로도 내 짝퉁 가방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그 전에는 다른 사람이 들고다니는 가방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내 눈에도 xx 로고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가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같은 칸에 xx 로고가 새겨진 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이 네 명이나 되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 중에는 진품도 있고 짝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취향이라는 것이 제각각인데 어떻게 한 지하철 안에 같은 로고를 새긴 가방을 든 사람이 네 명이나 될 수 있을까. 그 기막힌 우연이 놀라웠다.

“엄마도 명품 백 하나 장만해요. 엄마 나이가 짝퉁을 들 나이는 아니잖아요.”

딸아이가 이렇게 말한다. 물론 무리를 해서 사려면 못 살 것도 없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비싼 가격만큼 내가 만족을 느낄 것 같지는 않다. 말하자면 가격 대비 만족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딸아이가 뭐라고 할 때마다 “진짜 멋쟁이는 남들이 드는 가방은 안 들어”라고 빠져나가곤 한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남들이 드는 가방’을 들고다니고 있다. 얼마 전 대학 동창 모임에 문제의 가방을 들고나갔다. 내가 비싼 가방을 살 리 없다고 생각한 한 친구가 대뜸 이렇게 물었다.

“너 그거 짝퉁이지.”

그 말에 나는 주저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당연하지.”


진회숙 음악칼럼니스트 hwesook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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