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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이든 마흔 명이든 하루 한 팀만 정성껏 모시는 집

농어찜과 전복물회로 차린 상. 깔끔한 밑반찬 들과 입맛을 돋우는 작은 요리들이 함께 했다. 어느것 하나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다.
▶가가 : 서울시 종로구 계동 146-1 전화 02-732-6936.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식재료 준비 때문에 하루 전까지 예약을 해야 하고 당일 변경이나 취소는 안 된다. 일요일에는 쉰다. 세트 메뉴 5만5000원, 7만7000원, 9만9000원 세가지가 있다. 단 두 명도 예약이 가능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행복하다. 그 자체로 즐겁기 때문이다. 결과나 보상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좋다. 그 과정에서 얻는 순수한 기쁨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아니, 그것만으로 넘칠 때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때로 셈이 맞지 않은 일을 하고, 기꺼이 사서 고생을 한다.

음식점을 하는 분 중에서도 그런 분들이 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하지만 돈을 많이 버는 것 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즐겁게 할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분들이 하는 음식점은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 음식의 수준이 높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만든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인데 소홀하게 할 리가 없다. 좋은 기운이 들어가서인지 느낌도 좋다. 그래서 먹고 나면 맛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내 돈을 내고 먹는 음식이지만 고맙다는 생각까지 든다. 가끔 이런 곳을 만나면 우선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계동에 있는 ‘가가’라는 한식당은 바로 그런 곳 중 한 곳이다. 최정숙(53)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가정주부로만 살다가 나이 오십이 넘어서야 식당을 시작한 분이다. 잘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정에서 자라면서 섬세한 입맛을 갖게 되었고,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이곳저곳 강좌를 다니면서 오래 배웠다. 손님을 초대해서 접대를 하는 것을 좋아해서 자주 요리를 하곤 했는데 그 과정이 항상 재미있고 즐거웠다. 아이들을 모두 대학교까지 보내놓고 나서 자신을 위해서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아예 식당을 시작하게 되었다.

정해진 메뉴 없고 예약 있을 때만 문열어
이곳은 예약이 있을 때만 문을 열고 한번에 한 팀의 손님만을 받는다. 최 대표가 혼자 모든 요리를 한다. 예약이 들어오면 그날 아침에 직접 장을 봐서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를 만든다. 식당이 작기는 하지만 그래도 40여 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인데도 한 팀만 받는 이유는 본인이 직접 요리를 하면서 감당하는데 적당하기 때문이다. 한 팀이라고 해서 최소 필요 숫자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단 두 명이라도 예약을 하면 기꺼이 그 공간을 내어주고 요리를 만들어낸다. 상업적인 계산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는 운영 방식이다. 자신이 행복하고 즐겁게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메뉴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계절에 따라서 제철 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음식을 만든다. 손님의 식성이나 국적, 모임의 성격 등에 따라서 그때그때 다른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최 대표의 세심한 정성에 반해서 단골이 된 사람들이 많다. “며느리가 차려주는 손님상 같다”면서 손님을 접대할 때면 이곳을 자주 이용하는 분도 있다고 한다(그분은 친구분들에게 요즘 어느 집 며느리가 이렇게 잘 차려내느냐는 핀잔을 들으시기도 했단다).

내공 있는 요리에 행복 에너지는 덤
얼마 전에 들렀을 때 맛본 요리는 농어찜과 전복 물회였다. 농어찜은 싱싱한 농어를 파기름으로 향을 내고 닭고기 육수에 간장을 섞어 만든 소스를 얹어서 쪄낸 것이다. 상큼한 파향과 달콤한 소스가 쫄깃한 생선 살과 어우러져서 감칠맛 가득하게 씹히는 것이 홍콩에서 맛본 고급 광동식 생선찜보다 훨씬 나았다. 전복 물회는 그냥 물이 아니라 북어 육수로 만들었다. 북어 육수에 된장과 고추가루, 고추장을 섞은 다음 배즙으로 단맛을 내 국물을 만들고, 여기에 전복을 큼지막하게 썰어 넣으면서 부추, 오이, 무순, 배 등을 곁들였다. 설탕 맛이 아닌 자연스럽고 고급스러운 단맛이 나는 매콤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고, 오독오독 씹히는 담백한 전복이 그 국물과 아주 잘 어울렸다. 두 가지 요리 모두 간단해 보이지만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정성스럽게 준비된 것이다. 최 대표의 탄탄한 내공과 좋아서 하는 행복 에너지가 느껴진다.

사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원하는 방향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전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으로는 굴뚝이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 현실적인 여유도 있어야 하겠지만 그것보다 소신과 용기가 더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용기를 내서 실천에 옮긴 최 대표의 뚝심이 부럽고 대단하다. ‘가가’라는 음식점이 더욱 귀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처음 마음 그대로 지치지 않고 오래도록 계속 이어 가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


주영욱 음식·사진·여행을 좋아하는 문화 유목민. 마음이 담긴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한다. 경영학 박사. 베스트레블 대표. yeongjy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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