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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과 제왕적 국회의 충돌” 소통·리더십 부재가 빚은 ‘정치적 참사’

제왕적 대통령과 제왕적 국회의 충돌에서 빚어진 정치적 참사다, 정치권의 소통 부재와 리더십 부재의 산물이다, 대통령과 여야는 서로의 입장을 고집하지 말고 현 상황을 풀 대안을 찾아야 한다 - .

중앙SUNDAY가 25~26일 헌법학·정치학·행정학자 20명에게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향후 정국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인터뷰 응답들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거부권 정국의 바탕엔 제왕적 대통령과 제왕적 국회의 대립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적으로 권한을 키워 온 정부와 국회가 정면 충돌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경희대 허영(헌법학) 석좌교수는 “국회의 권한이 너무 비대해져 제왕적 국회가 됐다. 국회가 만능이라는 의식을 국회의원들이 가지고 뭐든 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가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의 수직적 리더십이 충돌을 초래했다는 반대의견도 많다. 한국외대 이정희(정치학) 교수는 “제왕적 대통령, 행정권 강화에 대한 반발이 이번과 같은 입법권 강화 시도로 나타난 것”이라며 “힘겨루기로 끝나지 말고 앞으로 국회와 정부가 각각 할 일이 무엇인지 균형을 찾아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 요청권이 위헌이냐에 대해선 헌법학자(9명) 간에도 의견이 엇갈렸다. 위헌 주장(4명)은 입법권과 행정권은 각각 분리돼 있는데 행정부가 제정하는 시행령에 국회가 간섭하는 건 삼권분립에 어긋난다고 본다. 고려대 장영수(법학) 교수는 “국회가 엉뚱한 문제를 제기했을 때 정부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가 없으면 위헌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엔 그런 절차가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위헌이라고 보고 적절한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했다.

합헌 주장(5명)은 국회가 요청한 수정 사안을 행정부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김종철(법학) 교수는 “국회에서 수정을 요청해도 행정부에서 문제가 없다고 본다면 시행령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며 “수정 요청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아닌 정치적 구속력만 인정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국회로 돌아온 개정안의 처리 방안에 대해선 재의에 부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전문가 20명 가운데 16명(80%)이 “가결·부결 여부를 떠나 재의에 부쳐야 한다”고 했다. 200명이 넘는 국회의원이 찬성해 통과한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해서 재의조차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건국대 한상희(법학) 교수는 재의에 찬성하면서 “국회와 행정부의 권력관계가 담긴 중요한 사안으로 진지하게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새누리당이 폐기를 결정한 마당에 재의에 부치는 건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논쟁만 불러올 뿐”(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이란 의견도 나왔다.

교착 정국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야당이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고 여당도 정국 주도력에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회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대해선 ‘대통령과 행정부’(8명), ‘새누리당을 포함한 국회’(8명)로 팽팽하게 갈렸다.

이번 조사에서 거부권 정국은 정치의 실종, 소통의 부재, 리더십 부족의 결과로 집약됐다. 이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더욱 깊게 했다는 것이다. 중앙대 이인호(헌법학) 교수는 “충분한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끌어내는 게 의회의 기본 기능이라는 믿음을 이번에 국회 스스로가 깨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에 비해 동국대 박명호(정치학) 교수는 “대통령은 국정 책임자로서의 역할과 여권 리더로서의 역할이 있다. 국회법 개정안은 여권 전체의 리더로서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정치갈등을 증폭시켰다”(임지봉 서강대 헌법학 교수), “여당에 대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거부권을 이용한 측면이 있다”(최창렬 용인대 정치학 교수)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 참모진의 역량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정치권과 소통을 담당하는 정무수석은 여전히 공석인 데다 다른 보좌관들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최진 대통령 리더십연구소장).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족집게 해법’이 있다는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대통령이 국회와 소통을 강화하고 여야 역시 서로 입장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식의 추상적 제안이 대부분이었다. 정국이 워낙 경색된 탓에 묘수를 찾기 어렵다는 방증인 셈이다.



설문 대상 전문가(가나다순)
가상준 단국대(정치학) 교수,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김선택 고려대(헌법학) 교수, 김용섭 전북대(헌법학) 교수, 김종철 연세대(헌법학) 교수, 김형준 명지대(정치학) 교수, 박명호 동국대(정치학) 교수, 방승주 한양대(헌법학) 교수, 이인호 중앙대(헌법학) 교수, 이정희 한국외국어대(정치학) 교수, 임도빈 서울대(행정학) 교수, 임지봉 서강대(헌법학) 교수, 장영수 고려대(법학) 교수, 정연정 배재대(정치학) 교수, 정용덕 서울대(행정학) 명예교수, 채진원 경희대(정치학) 교수,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 최창렬 용인대(정치학) 교수, 한상희 건국대(헌법학) 교수, 허영 경희대(헌법학) 석좌교수



▶관계기사 3, 4, 5면


염태정·천권필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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