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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스러질 때 우리는 … 부끄럽습니다”

1 제 2연평해전 당시 참수리 357정 부정장이었던 이희완 소령이 26일 오후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전우들의 묘소를 찾았다. 이 소령은 북한군이 쏜 포탄에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프리랜서=김성태]
영화 ‘연평해전’의 열기가 뜨겁다. 24일 개봉 이래 3일 내내 박스오피스 정상을 고수하며 26일 누적 관람객 56만 명을 돌파했다(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미안하고 화가 났다”는 소감이 이어지고 네이버 관람객 평점도 9.39를 기록하면서 개봉 첫 주 스코어 100만 명은 가뿐히 넘길 전망이다.

 27일 낮 12시30분 동대문 메가박스. 영화가 끝나도 사람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눈물을 훔쳐내며 생존자 인터뷰와 스크린 위로 끊임없이 올라가는 이름들을 지켜보았다. 십시일반으로 제작비를 보탠 사람들의 명단이었다. 이어 배우 이현우와 함께 김학순(서강대 영상대학원 교수) 감독이 무대에 올랐다. “많은 시민의 후원에 의해 영화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잊혀졌던 전사를 다시 생각해보는 귀한 시간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한·일 월드컵 3·4위전이 열린 2002년 6월 29일 벌어진 서해교전을 다룬 이 영화는 개봉까지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김 감독이 처음 영화 제작을 결심한 것은 2008년. 전투 명칭이 ‘제 2 연평해전’으로 격상되고, 최순조 작가의 소설 『연평해전』(지성의샘)을 읽으며 마음을 굳혔다. 하지만 캐스팅부터 제작과 배급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제작비가 줄어들며 시나리오는 흔들렸고, 영화 제작이 지연되며 출연을 결정했던 배우들도 하나둘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때 김 감독이 떠올린 묘수가 크라우드 펀딩이다. 다수의 투자자에게 소액으로 지원을 받는 방식이다. 당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었던 정몽준 전 의원이 1억원을 쾌척했고, 해군 부녀회가 바자회를 열었다. 그렇게 7000여 명이 참여해 20억원을 모았다.

2 25일 오후 영화 ‘연평해전’을 관람한 이명박 전 대통령. [뉴시스]
 이번엔 메르스가 발목을 잡았다. 개봉 시기도 당초 10일에서 2주 뒤로 늦춰졌다. 하지만 한국전쟁 65주년 기념일에 맞물리면서 오히려 호재가 됐다. 당시 전투를 수행했던 2함대 사령부는 물론 국방부·합참·해군·계룡대에서 시사회가 열렸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늦깎이 개봉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영화의 만듦새는 투박한 편이다. 정장 윤영하 소령을 비롯, 한상국·조천형·황도현·서후원 중사와 박동형 병장 등 전사한 6명과 부상당한 19명이 모두 실명으로 등장하는 휴먼 다큐에 가깝다. 하지만 사실의 힘은 그 투박함을 넉넉히 감싸안는다. 월드컵 열풍에 모두 들떠 있던 시간, 바로 그 시간에 누군가의 아들과 누군가의 남편이 적과의 전투로 죽고 다쳤다는 사실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새삼 받게 되는 충격은 적지 않다. “왜 끝났는데도 자리에 그냥 앉아 있을까? 너무 미안해서. 누군가 죽어가는 그 시간 다들 월드컵 축구에 빠져 있었던 게 너무 미안해서”(COM***), “이게 픽션이 아니라 팩트라는 것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 재료”(for****)라는 것이다.

 전투 장면을 실제 교전 시간인 30여 분에 걸쳐 3D로 공들여 담아낸 장면은 그래서 울림이 크다.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는 참수리 357호 상황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곳곳에 삽입된, 화질이 많이 떨어지는 당시 뉴스 화면이 오히려 생생하게 다가온다.

 영화의 일부 내용을 두고 논쟁도 시작됐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대통령 한 번 잘못 뽑으면 이렇게 되는 겁니다. 그 다음 대통령은 아예 NLL을 적에게 헌납하려 했었죠”라고 트위터에 감상평을 남겼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적 이유와 잘못된 교전 규칙으로 일방적으로 공격당하고 산화한 장병들을 보며 국가 안보에도 보수, 진보로 갈리는 한국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영화 속 영결식장 앞에서 뉴스 화면으로 처리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관련, “영결식보다 일본에서 거행된 월드컵 폐막식에 참석한 대통령을 보고 얼마나 국가를 원망했을까”라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북한은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괴뢰극우보수 분자들이 저들의 군사적 도발로 인해 초래된 서해 무장충돌사건을 심히 왜곡날조한 불순 반동영화”라며 “북침전쟁열을 고취해 기어코 전쟁을 도발해보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김 감독은 “연평해전 홍보 영화나 정치 얘기가 아닌 사람 얘기를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객들은 “이들의 희생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쪽이 압도적이다. “130분짜리 예비군 안보교육”이라고 평했던 한 기자는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네이버 독자 평점에서 27일 가장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글은 이렇다. “그러고 보면 세월호나 미선이효순이 사건은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시위하고 엄청난 보상금에 특별법에 난리를 쳤던 반면 천안함이나 연평해전에서 죽은 국군 장병들은 개죽음 취급이나 당하고… 이번 영화를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기억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hyk8****)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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