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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대비엔 뒷짐, 표 되는 복지편향 정책 쏟아내

대전 건양대병원이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코호트 격리에서 26일 해제됐다. 이지은 간호팀장(왼쪽)이 그동안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은 조금씩 무뎌지고 있다. 25~27일 사흘간 확진자는 매일 1명씩 느는 데 그쳤다. 감염경로가 불투명한 환자가 산발적으로 나오면서 유행이 길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따로 있다. 중동을 포함한 세계 각국과의 교류가 빈번해지는 글로벌시대에는 또 다른 ‘메르스(전염병)’의 습격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방역시스템 전반을 정밀하게 손질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메르스 쇼크] 확 바꿔야 할 방역시스템

방역시스템 개선의 우선순위는 정부부처 조직 개편이 꼽힌다. 보건과 복지 업무를 주관하는 보건복지부를 분리하자는 제안부터 보건 분야 담당 차관을 두자거나 산하기관인 질병관리본부를 독립시키자는 의견까지 다양한 대안이 거론된다. 서울대 의대 김윤(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초동 대응 실패에 있다”며 “긴급사태 발생 시 컨트롤타워가 누구이며 어떤 권한을 갖고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사회부→보건복지부 개편 후 더 소홀
보건복지부의 올해 전체 예산(53조4000억원) 중 보건의료 분야는 4%인 2조2793억원에 불과하다. 건강보험 지출분(7조7441억원)까지 보건의료 예산으로 잡더라도 전체 예산의 20%를 밑돈다. 대부분의 예산이 무상보육 같은 사회복지 분야에 쓰이고 있는 것이다. ‘표(標)’를 의식한 정치권이 감염병 관리와 같은 당장 급하지 않은 보건 분야보다는 즉각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복지 분야에 집중적으로 공약을 쏟아낸 결과다. 실제로 지난 5년간 보건 분야의 예산은 86.4% 증가한 반면 복지 분야는 183.7%나 불어났다.

이 같은 보건복지부의 ‘복지 편향’이 메르스 방역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세대 의대 박은철(예방의학) 교수는 “부처 업무를 복지 중심으로 운영하며 예산의 대부분을 복지에만 쏟아붓다 메르스에 얻어맞은 격”이라며 “부처의 인력 구성이나 역대 장관의 면면을 봐도 그런 구조”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 분석에 따르면 2002년 전체 복지부 인력의 40%였던 보건 분야 인력은 지난해 31%로 쪼그라들었다.

보건이 중심이었던 보건사회부(1955~93년)가 94년 보건복지부로 바뀌면서 업무의 중심도 복지 쪽으로 옮겨갔다. 장관직은 대부분 보건 분야를 모르는 정치인이나 관료·학자 출신이 차지했고, 덩달아 보건 업무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졌다. 지난 21년간 보건복지부 장관 23명 중 의료인 출신은 주양자(98년·의사)·김모임(98~99년·간호사)·김화중(2003~2004년·간호사)씨 등 세 명뿐이다.

연세대 의대 박 교수를 비롯한 일부 전문가는 이참에 보건과 복지 업무를 따로 떼어 내자고 제안한다. 보건부를 만들자는 것이다. 박 교수는 “감염병 관리뿐만 아니라 만성질환 등 굉장히 많은 질환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복지부에는 질병정책과 한곳에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산하 조직을 하나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므로 보건 전담 중앙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현재 복지부 본부와 질병관리본부 등 산하기관 보건 분야 인력이 2644명인데 여기에 관리 인력만 충원하면 보건부 설립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의료인 출신 정치인을 중심으로는 보건부 독립이 안 되면 복수차관제라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치과의사 출신인 김춘진 국회 복지위원장은 지난 24일 보건복지부를 보건의료 분야와 복지 분야 기관으로 분리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메르스 특위 신상진(새누리당) 위원장은 “보건복지부의 보건·복지 분리 또는 복수 차관제를 특위 안으로 공론화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김용익(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문화체육관광부처럼 두 분야가 별도로 구성된 부처에서 복수차관제를 도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전문가 중심 컨트롤타워 구축해야
복지부 개편에 대한 방법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방향은 같다. 보건부를 설립하건 복수차관을 두건 혹은 질병관리본부를 독립된 청으로 만들 건 마찬가지다. 관료 중심이 아닌 전문가 중심의 조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 김윤 교수는 “질병관리본부가 전문성을 발휘하려면 독립성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조직 내에서 인재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메르스와 같은 사태에서 질병관리본부장이 비전문가인 장관·차관·청와대를 돌며 보고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좋은 모델로 든다. CDC는 1만50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거대한 조직이다. 감염병의 경로를 추적하고, 방역시스템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역학조사관만 300명이 넘는다. 매년 70명의 역학조사관을 배출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4000명이 넘는 전문가를 양성해왔다. CDC센터장은 9·11 테러 때 소방청장이 전권을 쥔 것처럼 방역대책의 컨트롤타워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이에 비해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는 독립성·인력·예산 등 모든 면에서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427명의 직원 중 비정규직 직원이 268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감염병 관리의 최전선에 나서야 할 역학조사관도 2명만 정규직이고 32명은 공중보건의로 채워넣고 있다. 실장(1급)급인 본부장 역시 복지부에서 퇴직한 관료들이 오는 자리로, 임기는 3년에 불과하다. 서울대 이종구(2007~2011년 질병관리본부장) 글로벌의학센터장은 “순환인사보직관리에서 질병관리본부를 이용한다면 조직은 안 돌아간다”며 “지금 그런 인사가 많이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얼마 안 되는 행정직도 복지부에서 자기들이 필요한 사람을 다 쓰고 퇴직을 앞두거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보내니까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겠느냐”고 비판했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복지부도 질병관리본부 개편을 준비 중이다. 지난 25일 국회를 통과한 감염병관리법 개정안에 따라 역학조사관 수가 64명 이상(복지부 30명 이상, 17개 시·도 각 2명 이상)으로 늘어난다. 메르스처럼 비상시에는 복지부에서 방역관을 임명해 야전사령관 역할을 맡기고 감염 발생지역 통행제한, 주민대피, 인력 지도 등 막대한 권한을 준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에 출석해 “질병관리본부를 군사 조직처럼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연세대보건대학원 전병율(2011~2013년 질병관리본부장) 교수는 “민간에서 일하던 전문가가 비상시에 와서 방역관으로 일한다면 질병관리본부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인력을 뽑아서 제대로 일하고 싶어도 그럴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젊은 의사들에게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영역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자부심을 느끼도록 합당한 대우를 해주고 자리와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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