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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톡톡] 과학계 성차별 심각 … 한국은 사정 더 안 좋아

지난 8일 서울에서 열린 ‘2015 세계과학기자회의’에서 일어난 일이다. 영국 출신의 200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티머시 헌트 전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 “연구실에서 여성과 함께 일하면 안 된다. 사랑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동료를 비판할 경우 그들은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나중에 “오찬 자리에서 한 농담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행사를 마련했던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측에 사과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가벼운 농담이었을지 몰라도 이는 과학계에서의 뿌리 깊은 여성 차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여성 인권보호에 가장 철저한 국가 중 하나인 영국의 저명한 과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헌트 교수의 발언이 보여주듯이 과학계에서의 여성 차별은 심각한 문제다. 불행히도 한국에서는 그 차별이 더 심한 것 같다. 2013년 한국의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정년을 보장받는 여성 연구인력은 13.7%에 불과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R&D 투자를 하고 있지만 여성 인력의 참여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에 이어 꼴찌에서 둘째다. 한국에서 여성의 성공은 쉽지 않다. 사회적 편견과 지원 부족으로 여성은 결혼과 출산 후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자녀가 성장한 후 다시 일터로 돌아왔을 때는 전보다 훨씬 비중이 떨어지는 일을 맡는 경우가 흔하다.

이 같은 여성의 경력 단절은 사회적 측면에서도 낭비다. ‘창조경제’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여성 인력 활용에 더욱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여성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자녀 보육을 위한 사회적 서비스 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1세기를 ‘여성의 세기’라고 말했지만 아직 현실은 이와 거리가 있다.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신약 실험 등 생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되는 동물이 수컷에만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수컷이 연구개발의 표준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남성의 신체만을 염두에 둔 이런 연구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한 연구팀은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부작용으로 판매가 금지된 약품에 대한 조사 결과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심각한 타격을 줬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NIH는 “신약 등에 대한 연구 결과를 실증하기 위해서는 성별 차이에 따른 다양한 결과가 포함돼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요 과학저널도 이런 지적에 따라 성별에 따른 영향을 포함한 연구물을 게재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여전히 과학계에서의 성차별은 광범위하다. 오는 8월 서울에선 ‘2015 아시아·태평양 젠더 서밋’이 열린다. 이 회의에선 과학계의 여성 인력 활용 방안 등도 논의될 예정이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성차별이 사라지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커스티 테일러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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