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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의 문화 트렌드] 특수효과 웹툰이 장르 편식의 대안 되길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하일권의 어드벤처 코미디 웹툰 ‘고고고’는 그림들이 중간중간 움직인다. 치매 걸린 전직 고고학자 할아버지가 호숫가 바위 위에서 큰일을 보자, 모자이크 처리된 그것이 정지된 배경 속에서 뚝 떨어져 바위에 새겨진 물고기를 건드린다. 그러자 바위가 진동하는데, 실제 그림이 부르르 떨린다. 스크롤을 내려서 다음 그림으로 가면 물 속에 숨겨졌던 다리가 부분적 애니메이션으로 솟아오른다. 신라 고승 원효와 혜공이 살아 있는 물고기를 배변하는 내기를 했다는 절 오어사로 통하는 비밀 다리다.

이 새로운 웹툰의 제작 방법을 보기 위해 얼마 전 부천 한국만화박물관에 있는 하일권의 작업실을 찾았다. 놀랍게도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다. '고고고'는 네이버가 개발한 '웹툰 효과 에디터'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된다.

작가가 자신이 그린 각 장면 파일들을 이 프로그램에 넣고 직접 특수효과를 덧입히는 식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간편하게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첫 사용자인 하일권을 비롯해 여러 웹툰 작가들의 조언을 반영해 개발했다고 한다. 하일권 외에 다양한 작가들이 어떻게 이 프로그램을 활용할지는 7월부터 연재될 공포 단편 릴레이 ‘소름’ 시리즈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예전에 나는 웹툰이 더 이상 만화의 디지털 버전이 아니라 신종 융합매체라고 했는데(2014년 10월 19일 문화트렌드), 이번에 '고고고'를 보며 그 의견을 더욱 굳히게 됐다. 하일권은 웹툰의 기술적·예술적 한계를 계속 실험해보고 싶다면서 이런 말을 했다.

"웹툰을 일종의 거쳐가는 매체, 최종적으로는 영화화 등을 위한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웹툰이 그 자체로 완성된 매체라고 생각한다."

공감 가는 말이다. 특수효과가 들어간 웹툰은 정지된 이미지만 있는 만화보다 생생한 영화적 재미를 적은 비용으로 주면서, 동시에 독자가 보는 속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와 차별화된다. 이런 특수효과 웹툰은 SF·판타지·공포물에서 특히 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금 한국 영화, TV드라마에서는 이런 장르가 거의 고사한 상태다.

반면 웹툰은 이런 장르가 꽤 발달해 있는데,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더불어 장르 편식이 심한 한국문화계, 특히 영화계에 자극과 영감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

사실 지금 한국영화의 장르 치우침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최근 영화화된 많은 웹툰 중 가장 인기 많은 작가인 하일권의 작품은 정작 하나도 없다는 사실 또한 그 편식성을 반영한다.

하일권은 주로 일반적 한국인의 현실에 파격적인 SF?판타지적 상상을 오묘하게 결합하는 마술적 리얼리즘적 작품을 창작한다. 드라마, 역사, 범죄 스릴러에 철저히 쏠려 있는 한국영화에서 다루지 않는 장르다. 영화평론가 강유정 교수는 최근 글에서 한국 영화계가 SF·어드벤처 등의 장르를 아예 포기하고 외국영화 몫으로 내놓았다면서 “한국 영화계의 문제는 규모의 논리에 밀려 아예 뇌의 일부를 제거하듯 상상력의 일부를 포기했다는 것이다”고 한탄했다.

특수효과 웹툰의 발달이 이런 장르에 목마른 문화 향유자들의 갈증을 풀어주진 않을까? 나아가 TV·영화 등 기존 매체의 각성을 불러오는 스필오버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sy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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