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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전원 공모로 뽑아 … ‘부패척결해야 지속가능한 기업’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2012)에서 조직폭력배 소탕을 주도한 검사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인물. 특수부 검사 시절 1년 동안 280여 명의 폭력배를 구속해 ‘저승사자’로 불렸던 함승희(64) 전 국회의원이 공기업 강원랜드의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해 고강도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그의 취임 일성은 “부정부패 척결”이었다. 지난해 연말엔 금품수수ㆍ횡령 등의 혐의로 직원 6명을 검찰에 형사 고발했고 앞으로의 비리에 대해선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강원랜드가 부정적 이미지를 청산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종합 리조트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24일 강원도 정선에 있는 강원랜드 본사 집무실에서 함 대표를 만나 개혁추진과 향후 육성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기 외롭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할 일이 많아 그럴 겨를이 없다”고 했다.

- 강원랜드의 문제점이 무엇인가

“와서보니 사내에 패거리 문화가 만연해 있었다. 강원랜드 임직원은 과거 산업자원부ㆍ문화체육관광부ㆍ4개 시군 (태백시ㆍ삼척시ㆍ영월군ㆍ정선군) 출신에 공채ㆍ경력직 등 출신이 매우 다양하다. 이들이 패거리를 이뤄 회사 전체의 이익보단 각자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패거리 문화를 바탕으로 인사·승진ㆍ사업 발주 등 여러 과정에서 부패가 생겨난다. 조직은 사조직이든 공조직이든 부패 때문에 망한다.

강원랜드는 카지노라는 특수한 사업을 허가받아 돈을 번다. 개혁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도박은 범죄다. 누구는 돈을 벌지만 누구는 망한다. 그렇게 번 돈이기 때문에 더욱 고도의 공공성을 발휘해 써야 한다. 그런데 공공성을 위장해 사적으로 쓰인 게 많았다. 그걸 바꾸는 게 내가 할 일이다. ”

- 개혁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하나

“나는 임직원들에게 ‘그대가 누군지 모른다 ’고 했다. 능력만으로 인사한다고 했다. 당장 3000명이 넘는 직원 모두를 직접 다룰 수는 없고 12명의 임원(급) 자리를 모두 공모로 새로 뽑았다. 강원랜드 생기고 처음이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을 부른 게 아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줄타고 내려왔다. 그리고는 패거리를 이뤄 부정부패를 저지른다. 그래선 안 된다.

감사실 기능도 강화했다. 보통 감사는 전문분야가 없다고 봐서 비 전문가가 외부에서 줄타고 내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감찰 경력이 있는 사람을 뽑았다. 개혁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세력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임원진과 함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함 대표는 감사실의 책임자를 기존 부장급에서 임원으로 높이고 회계사ㆍ변호사ㆍ감찰 경력이 있는 인사도 보강했다. 인사ㆍ보직ㆍ사업자 선정 등에서 패거리 문화가 작용하거나 청탁이 작용한 것으로 나타날 경우 즉각 인사조치하고 외부에 공개한다고 천명했다. 이달 2일엔 윤리경영 문화 조성을 위한 ‘하이 클린 데이’선포식을 했다. 이 자리에서 임직원들은 부패를 척결하고 모범이 될 것을 약속하는 반부패ㆍ청렴 서약식을 했다.

- 직원 반응은 어떤가. 반발도 있을 텐데

“개혁은 제도와 절차를 통해서 하는 것이다. 한번에 확 뒤집는 혁명이 아니다. 그래서 쉽지 않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세력도 있을 것으로 안다. 하지만, 비리가 있으면 조직이 오래가지 못한다. 투명해야 한다. 부정부패가 만연하면 아무리 많이 벌어도 망한다. 투명성은 조직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걸 직원들도 안다. 속으론 어떻게 생각하는 지 몰라도 좋은 마음을 먹은 사람들은 다 좋아한다.”

- 지금까지의 성과는 어떤가

“공공기관은 청렴도 평가를 받는데, 강원랜드는 청렴도 평가가 최하위다. (국민권익위가 올해 초 발표한 부패방지시책평가에서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다) 올해 성과는 내년에 평가받는데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이다. 취임 후 세 가지가 없어졌다. 첫째 직무관련 범죄, 둘째 안전사고. 셋째 분규다. 과거 문제가 많았던 입찰 규정도 바꿨다. 장기 계약을 1년 단기계약으로 바꿨고 입찰 전 감사실이 점검토록 했다. 내년 평가에서는 중간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확신한다.”

- 강원랜드 같은 공기업 개혁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나

“한 마디로 인사다. 우리나라의 공기업 300개가 넘고 자산은 800조원이 넘는다. 공기업 사장은 장관보다 유능해야 한다. 장관은 공공성만 뛰어나면 된다. 하지만 공기업 사장은 공공성과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성 모두 뛰어나야 한다. 지금까지 대부분 공기업 사장은 둘 다 없는 사람이 했다. 정권에 공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왔다. 그러니 청탁을 거절 못 하고 특혜ㆍ부패로 이어진다. 그래선 안 된다. 가장 바람직한 건 공공성ㆍ기업성을 동시에 갖춘 사람이 맡는 건데 그러기 힘들면 최고경영자가 스스로 인연을 끊고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

-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회사 비전은

“ 직원들이 만족하는 회사, 자랑스러워 하는 회사를 만들고자 한다. 임직원 해외 교육 등도 추진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딜러들은 힘들게 일하는 감정노동자들이다. 8시간씩 3교대로 일한다. 밤새워 일하고 아침에 지칠 대로 지친 모습으로 퇴근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일하게 해주고 싶다. 고객이 왕이라지만 여기에 못되고 거친 손님들 많다. 욕하고 돈 잃은 것을 딜러에게 분풀이하기도 한다. 그런 일 당하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할 것이다.”

-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은

“폐광지역 4개 시군 연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4개 시군과 강원랜드가 함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축하고 공동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강원랜드 인근 4개 시군에는 5일 장, 테마파크 등 볼거리와 놀거리가 많은데 홍보도 부족하고 연계도 잘 안 돼 있다. 지역별 관광자원을 엮어 2박3일, 3박4일 짜리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것이다. 잠은 강원랜드 콘도에서 자고, 동강가서 놀고, 5일 장 돌아보는 식이다.

강원랜드는 세전 수익의 25%를 폐광기금으로 내게 돼 있다. 폐광지역 지원을 위한 것으로 강원랜드 설립목적이기도 하다. 이걸 지금 4개 시군에 나눠줘 일반 예산으로 편성해 쓰는데 쪼가리 돈이 돼 흐지부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선 안 된다. 시군 예산에 꼭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기금을 공동으로 활용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 이 자리를 바탕으로 강원도지사나 국회로 갈 수도 있겠다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과거 이곳 대표로 온 사람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그래서 실패했다. 그런 생각 안 한다. 국회의원은 잠깐 해봤지만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환경이 주어지면 하는 것이다. 지금은 여기 일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정선=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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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