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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편안한 동네 저 멀리엔 중국이 …


‘기아차도 엔진오일 갈유’.

 태안읍 길가에 걸린 현수막을 보며 무릎을 쳤다. ‘갈아드립니다’ 여섯 글자가 ‘갈유’ 두 글자로 줄었다. 됐슈(괜찮습니다), 좀 봐유(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요), 개혀?(보신탕 먹을 줄 알아?)처럼 우스갯소리에 단골로 나오는 충청도 사투리와 같은 족보다. 카센터 주인장이 뉘신지 이 정도면 편집의 달인급 아닌가. 금방이라던 동네 할머니 말과 달리 백화산 꼭대기까지는 한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보람은 커서 해발 284m인데 시야가 거침없다. 그림 가운데 구불구불한 길 끝이 안면도다. 저 길은 서산방조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섬으로 들어가는 외길이었다. 왼쪽 수평선 너머가 천수만이고, 오른쪽 해안선 끝에 안흥항이 있다.

 한반도에서 중국 산둥반도와 가장 가까운 뭍이 황해도 장산곶이다. 남쪽에서는 태안이다. 여기에 옛 중국과 교류하던 흔적이 남아 있는 까닭이다. 백화산 중턱 바위에 돋을새김한 백제시대 삼존불도 그 하나다. 서산 것과 달리 태안 것은 가운데 작은 보살을 키 큰 여래상이 양쪽에서 호위한다. 그런데 이 세 분은 면벽정진이라도 하는 걸까. 이 환장할 풍경을 등지고 섰으니 말이다. 순한 구릉들이 올록볼록한 동산에 기대고, 반듯한 논들이 올망졸망한 방풍림과 몸을 섞은 땅. 바다를 메우기 전 바닷물은 읍내 코앞까지 들어왔다.

 의항·모항·어은돌항·드르니항·백리포·천리포·만리포…. 해변은 작은 포구들을 품었다. 두에기·꽃지·잔디밭머리·깊은갈매기·우대꼬지·세모랭이·작은장돌·숭어둠범…. 땅은 해변과 골과 마을들을 끌어안았다. 솔·곰·길마는 섬이고, 딴똥문이·돗개·진거더는 산과 들의 이름인데 읽어보면 하나같이 혀에 감긴다. 바다 위엔 점점이 섬 들판에는 나지막한 동산이 흩어져 있는 태안(泰安)은, 이름처럼 크게 편안하다.

 저기 새우 두 형제가 하늘을 날며 세상 구경을 하네요. 앞다리·뒷다리를 있는 대로 꼬아 비행기 날개를 붙들고 가는군요. 이놈들 그리 겁이 나면 나오지를 말든지.

글.그림=안충기 기자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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