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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젊음을 부러워하면 삶에서 지는 것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헤리트 다우가 그린 ‘깃펜을 깎고 있는 학자’. 라이덴 컬렉션 뉴욕. [그림 에쎄]

늙어갈 용기
기시미 이치로 지음
노만수 옮김, 에쎄
388쪽, 1만6000원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
윌리엄 새들러 지음
김경숙 옮김, 사이
320쪽, 1만4900원


원하든 원치않든 사람은 늙어간다. 늙는 데도 과연 ‘용기’ 같은 게 필요할까. 『늙어갈 용기』라는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든 생각이다. 일본어판 원제는 ‘잘 산다는 것-죽음으로부터 삶을 생각한다(よく生きるということ-死から生を考える)’. 한국어 제목에 굳이 ‘용기’를 붙인 건 저자의 이름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미움받을 용기』의 공저자 중 한 명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岸見一<90CE>)의 신작이다. 저자는 50세였던 2006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나는 경험을 한다. 이후 알츠하이머를 앓기 시작한 아버지를 간병하며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의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됐고, 수 년 간 이 주제에 매달렸다.

 몸이 아프고 난 후 “동백꽃 선혈처럼 생기 넘치는 청년들을 바라보며, (…) 허전하고 고독한 질투를 느끼는 스스로에게 움찔 놀라기도 했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다시 책을 펼친다. 소크라테스·플라톤, 자신의 평생 연구대상이었던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사상 등을 돌아보며 ‘아픔과 늙음, 죽음’이라는 인생의 과제에 어떤 태도로 맞설까를 고민했다. 생로병사는 불가항력이지만, 그 앞에서 한없이 움츠러들며 나이듦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해진다.

 중년을 지나는 이들에게 저자가 강조하는 용기는 ‘인생의 과제와 대화할 용기’다. 40대 이후에는 노화와 함께 질병과 죽음이라는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찾아온다. 낯선 과제와 맞닥뜨렸을 때 이것이 나에게 건네는 메시지는 무엇이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침착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아들러 심리학은 어떤 현상이 왜 나타났는가에 집중하는 ‘원인론’이 아니라 어디를 향해 가는가에 주목하는 ‘목적론’이다. 왜 내가 병에 걸렸는가 에 집착할 게 아니라 몸이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어떻게 이 상황과 맞설지를 고민해야 한다.

 중년은 변화를 위한 용기도 필요한 시기다. “알 만큼 안다”고 자신했던 고정관념을 부수지 않으면, 더 이상의 발전은 불가능하다. 저자는 여기서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빌려 온다.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에게 늘 ‘스승’이라는 자신의 존재보다 자신이 말하는 내용에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신문에서 흥미로운 칼럼을 읽었다고 하자. 글을 쓴 사람을 보니 자신의 이념과는 거리가 있는 단체에 속해 있는 인물이다. 그럴 때 “이런 사람이 하는 말은 귀 기울일 필요가 없어”라고 단정해버리지 말라고 저자는 말한다. ‘누가’ 이야기하는가보다 ‘무엇을’ 이야기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판단하는 것. 그것이 나이가 들어서도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길이다.

 『늙어갈 용기』가 개인 경험과 철학적 사색을 교차하며 풀어나간 고백적 글이라면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은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소에서 12년간 50명의 중년을 심층추적한 보고서다. 책에 따르면 인간의 생애는 학습을 통해 1차 성장이 이뤄지는 10대에서 20대 초반을 퍼스트 에이지(First Age), 일과 가정에서의 정착단계인 20~30대를 세컨드 에이지(Second Age), 깊이 있는 2차 성장을 통해 삶을 재편성하는 40~70대 중반까지의 서드 에이지(Third Age), 성공적인 노화를 추구하는 70대 이후 포스 에이지(Forth Age)로 나눌 수 있다.

 서드 에이지의 단계에 들어선 사람들은 복잡한 감정에 시달린다. 자신이 이룬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다른 길로 가보고 싶은 갈망에 시달리고, 성취감과 상실감, 자신감과 회의, 체념과 희망이 동시에 찾아온다. 이런 양가감정의 ‘균형’을 찾는 것이 서드 에이지의 2차 성장을 위한 핵심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중년의 여러 문제는 이들을 통합하지 못하고 하나의 요소에만 갇히게 될 때 일어난다.

 두 책의 메시지는 비슷하다. 누군가 당신에게 “스물다섯 살로 돌아가고 싶나요?”라고 물었을 때 뭐라고 답할 것인가. 진심으로 “지금이 더 좋죠. 나이가 들수록 더 쓸 만해지고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것. 그러려면 생각없이 질주하던 발을 멈추고 숨을 돌리며 나와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는 것. 1995년까지 기네스북 최고 장수노인이었던 이즈미 시케치요씨(120세로 타계)는 115세 때 한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여성 타입은?”이라는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역시 연상이….” 그런 해학을 잃지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이듦이라는 것은, 그 낯선 시간으로 흘러들어간다는 것은, 그렇게 ‘느긋해질 용기’를 갖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S BOX] 마흔 이후 부부관계 "서로 자유를 줘라"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를 쓴 윌리엄 새들러는 마흔 이후, 인생의 2차 성장을 위한 원칙을 6가지로 간추렸다. 키워드는 조화다.

 ①중년의 정체성 확립=그동안 자신을 이끌어 온 정신적 모델, 습관, 역할 속에 갇혀 있지 말라. 과거의 성취와 실패로부터 자신을 자유롭게 풀어주라. 나이듦을 부정하지 말고 젊음과 원숙함의 균형을 추구하라.

 ②일과 여가의 조화=은퇴 후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타이틀에 연연하지 말고 일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려야 한다. 의미 있고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모든 활동으로 일의 포트폴리오를 넓히라.

 ③용감한 현실주의와 성숙한 낙관주의의 조화=좋은 것과 나쁜 것을 동시에 보라. 상황을 긴 안목으로 보는 연습을 하며 늘 최선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④자신에 대한 배려와 타인에 대한 배려=스스로에 대한 배려는 이기심과 다르다. 가족과 직장에 대한 배려를 우선하느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여다보기를 게을리해왔다면, 나 자신을 보살피는 법을 배우라. 그래야 자신에 대한 분노를 줄이고 타인도, 사회도 보살필 수 있다.

 ⑤진지한 성찰과 과감한 실행의 조화=남은 삶을 그저 TV 앞에서 빈둥거리고 싶지 않다면,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돌아보고, 즉각 실행해야 한다.

 ⑥자신만의 자유와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의 조화=중년에 서로에게 시간과 자유를 인정해주는 부부는 관계도 더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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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