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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대학원 졸업하고 빚도 다 갚고 … 한 달에 45만원으로 살아가기

봉고차 월든
켄 일구나스 지음
구계원 옮김, 문학동네
408쪽, 1만4800원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요?” 대학을 갓 졸업하고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고 답할까. 역사학·영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깨달았다. 써먹을 기술이 하나도 없다는 걸. 대신 빚이 있었다. 학비를 위해 대출받은 3만2000달러(약 3500만원). 졸업 후 빚 청산을 위해 구직 전화를 돌리던 중 위의 질문을 받았다.

 무분별하게 살았던 것도 아니다. 대학 재학 중 대형마트, 패스트푸드점 점원, 정원사, 스케이트장 경비로 일했다. 그래도 빚은 갚을 수 없었고 졸업 후 취직은 되지 않았다. 미국 내 웨이터·웨이트리스 31만8000명이 학사학위 소지자라는 사실도 듣게 됐다.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몇십 년, 또는 평생 동안 1년 50주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도 들었다.

 그는 알래스카로 떠났다. 방문을 열면 욕이 절로 나오는 열악한 모텔에서 청소를 했다. 고기 구울 때도 두꺼운 점퍼를 입어야 하는 추운 식당에서 일했다. 힘든 일이라고 돈을 더 받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알래스카에서는 돈 쓸 일이 없었다. 쇼핑몰·영화관도 없었다. 소박하게나마 제공되는 숙식 덕에 한 달 생활비 30달러(약 3만원)면 살 수 있었다. 덕분에 3년 만에 빚을 갚았다.

 진짜 이야기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빚을 갚은 후 인생 목표가 둘 생겼다. 하나는 대학원에 가는 것. 그리고 대학원에서는 절대로 빚을 지지 않는 것. 이번에는 알래스카 대신 봉고차 속으로 들어간다. 낡은 중고 승합차를 사서 학교 주차장에 대놓고 살았다. 봉고차 생활비는 월 407달러(약 45만원). 잠은 물론 요리, TV 시청까지 가능했다. 샤워, 휴대전화 충전 같은 것은 학교에서 해결했다. 이렇게 빚을 지지 않고 졸업했다.

 어떻게 보면 어두운 이야기다. 빚 지지 않고 공부하려면 알래스카 혹은 봉고차에서 살아야 한다는, 일종의 은유다. 하지만 저자는 낙천적 태도를 잃지 않는다. 봉고차 안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과 닮은 메시지를 얻는다. 소로는 2년 반 동안 연못가 소박한 오두막에 살며 단순한 삶의 미학을 발견했다. 저자는 봉고차 안에서 소박한 생활, 스스로 주도권을 쥐는 삶에 대해 깨달았다. 직장을 얻기 위해 대학에 가고, 대학에서 진 빚을 갚기 위해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그 쳇바퀴에서 당신이 발견할 수 있는 철학은 무엇인가’라고.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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