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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입니까

양성희
논설위원
최근 기자를 지망하는 대학생들과의 만남에서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았다. 젊은 소설가 이름을 몇몇 거론하다가 말을 바꿨다. “아니, 제가 진짜 좋아하는 작가는 김수현·정성주·김영현 같은 방송드라마 작가들입니다. 좋아하는 게 아니라 존경합니다.”

 김수현이라면 평생 ‘언어의 연금술사’ ‘시청률의 미다스 손’이라 불린 작가다. 큰 사건 없이 그저 먹고, 자고, 옥신각신하다 화해하는 가족의 일상을 통해 삶의 본질을 통찰해 왔다. 일상과 통속의 힘에 기대어, 하찮게 여겨진 TV 드라마의 존재가치를 입증했다. 정성주 작가는 안판석 PD와 짝을 이뤄 ‘아내의 자격’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를 썼다. 상류사회와 주변부 속물들의 허위의식과 탐욕을 묘파한다. 한 편 한 편이 ‘웃픈’ 천민자본주의 풍속극이다.

 김영현 작가는 사극과 리더십에 천착한다. ‘대장금’에서는 여성주의적 리더십을, ‘선덕여왕’ ‘뿌리 깊은 나무’에서는 개혁 군주의 정치 리더십 문제를 파고들었다. 드라마 ‘미생’의 원작을 쓴 웹툰 작가 윤태호는 어떠한가. 장그래라는 캐릭터를 통해 88만원 세대의 초상을 그렸다. 일명 ‘장그래법’이 추진될 정도로 파장이 컸다.

 한때는 분명히 소설을 즐겨 읽던, 왕년의 문학소녀 출신인데 언젠가부터 소설에서 너무도 멀어졌다. 기대감으로 신작을 챙겨 보는 작가도 많지 않다. 스토리, 캐릭터, 주제의식, 시대와의 호흡 등에서 위의 드라마들에 견줄 만한 최근 소설이 쉬 떠오르지 않는다.

  한창 시끄러운 신경숙 작가도 마찬가지다. 한때는 그의 문장과 소설들을 귀히 여기며 깊이 사랑했으나, 손에서 놓은 지 좀 됐다. 솔직히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도 읽지 않았다. 기자적 관심이 발동했지만 “기대보다 별로”라는 주변의 평이 많아서 관두었다.

 영상 시대를 맞아 소설과 문학 일반의 위기 때문에 생긴 문제는 아닐 것이다. 알다시피 영국을 창조산업 강국으로 만든 것은 소설 『해리 포터』다. 일본 영화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스토리에 감탄해 원작 소설을 찾아 읽다가 팬이 되는 경우도 많다. 미국과 유럽의 영화들을 뒷받침하는 것 역시 탄탄한 소설 시장이다(최근 한국에선 그 역할을 웹툰이 하고 있다).

 여기서 대중 장르소설이니 순수문학이니 따져 묻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확실한 것은 신경숙 표절 파문이 들춰낸 한국 문학의 위기가 생각보다 깊다는 점, 더 독자를 잃기 전에 일대 분발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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