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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테이크 3개 20분만에 ‘뚝딱’

[뉴스위크]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시내의 한 햄버거 식당. 테이블 앞에 선 종업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들고 온 접시 4개에는 각각 고기가 많이 든 샌드위치와 감자튀김이 듬뿍 담겨 있었다. 그런데 우리 테이블엔 나와 작은 체구의 여성 1명만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종업원은 혹시 손님 4명이 앉은 테이블로 가야 할 음식을 잘못 가져왔나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결국 우리 테이블의 주문을 받았던 종업원이 와서 그녀에게 일러줬다. 나는 싱글 초리조(양념을 많이 한 스페인식 소시지) 버거 하나와 마늘을 곁들인 감자튀김을, 작은 체구의 여성은 스테이크 샌드위치, 필리 치킨 치즈 샌드위치, 버섯을 넣은 치즈버거를 시켰다고.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감자튀김까지 곁들여서 말이다.

그 뒤 1시간 동안 종업원은 우리 테이블 옆을 지나칠 때마다 이 가냘픈 여성이 고기가 잔뜩 든 샌드위치 3개와 감자튀김을 아무렇지 않게 먹어 치우는 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샌드위치 하나가 사라지고 두 번째, 세 번째도 자취를 감췄다. 종업원은 놀라운 표정이었다. 우리는 디저트로 밀크셰이크를 시켰다. 그때 나는 그 자리에서 손님들의 소화를 위한 공연을 펼칠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내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 몰리 스카일러를 소개합니다.” 감자튀김 한 조각 남기지 않고 몇 접시를 깨끗하게 비운 가냘픈 여성을 가리키며 내가 말했다. “그녀는 세계 먹기 대회 최우수 실력자 중 1명입니다.” 스카일러는 한 대회에서 치킨윙 363개, 또 다른 대회에서는 햄버거 26개를 먹어 치웠다. 스텔라네이터(The Stellanator), 데스 피자 챌린지(The Death Pizza Challenge), 골리앗 버거 챌린지(The Goliath Burger Change) 등의 대회에서 우승했다.

스카일러는 종업원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 식당의 햄버거 12가지 종류를 다 먹는 데 도전하겠다고 했다. 햄버거를 다 먹고도 멀쩡하면 음식 값을 내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종업원은 망설이더니 주인에게 이야기해보겠다고 말했다. 주인은 현명하게도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카일러는 의연해 보였다. 약간 배가 고픈 듯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초콜릿 밀크 셰이크를 들이켜기 전에 “이걸 마신 다음 음식 몇 접시를 더 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밀크셰이크가 너무 진해 입에 맞지 않는다면서도 한 잔을 뚝딱 해치우고는 내가 남긴 것까지 깨끗하게 비웠다. 그러는 내내 그녀는 매우 태평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운동선수 같은 치열한 경쟁의식이 숨어 있었다.

“스테이크 4개에 도전하겠다”

달리기와 던지기, 뛰어오르기와 (공) 치기 등 운동선수마다 주특기가 있듯이 스카일러는 음식을 씹어 먹는 게 주특기다. 그녀는 ‘밑 빠진 독’처럼 한없이 먹는 기술이 있다. 필요성이나 즐거움의 한계를 뛰어넘어 엄청난 양을 빠른 속도로 먹는 모습이 스포츠보다는 행위예술에 더 가까워 보인다. 대단한 듯하면서도 무의미해 보인다. 마치 빅 버드(‘세서미 스트리트’에 나오는 노란 새) 캐릭터 복장을 입고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나가 달리는 것과 같다.

스카일러는 아직 조이 체스트넛, 소냐 ‘더 블랙 위도우’ 토머스, 고바야시 다케루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먹기 대회 우승자들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곧 사정이 달라질 듯하다. 지난 4월 스카일러는 2㎏짜리 스테이크(새우 칵테일, 구운 감자, 샐러드, 롤 빵 포함) 3개를 약 20분만에 먹는 기록을 세워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1분에 약 300g의 스테이크를 먹었다는 말이다. 1분마다 햄버거 1개(빵과 야채 포함)를 20분 동안 쉬지 않고 먹은 것과 다름없다. 새우 칵테일까지 곁들여서 말이다.

스카일러가 이 기록을 세운 곳은 텍사스주 애머릴로에 있는 빅 텍산 레스토랑이다. 이곳은 2㎏짜리 스테이크를 1시간 안에 먹는 손님에겐 음식 값을 받지 않는 행사를 지난 수십 년 동안 해 왔다. 그 목표를 달성하는 손님은 영웅 대접을 받는다. 스카일러는 지난 4월 19일 열린 행사에서 먹어 치운 2㎏짜리 스테이크 3개 중 첫 번째 것을 4분 18초 만에 먹었다(이 비현실적인 광경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이 기록은 핫도그의 제왕 체스트넛이 빅 텍산에서 세운 기록을 훨씬 앞지른다. 사실 그녀는 체스트넛의 최고 기록을 지난해 이미 뛰어넘었다. 올해 자신의 종전 기록을 깬 셈이다. 지난 4월 19일 행사에는 축구선수와 프로레슬러 등이 포함된 남성 2인조 팀들이 참가했다. 스카일러는 그들을 집 뒷마당 바비큐장에서나 주목받을 하급 출전자로 취급했다.

하지만 스카일러는 자신이 이룬 성과에 만족하지 않는다. “스테이크 4개에 도전하겠다”고 그녀가 저녁을 먹으면서 내게 말했다. 미국 중서부 지방의 억양이 섞인 말투가 겸손하게 들렸다. “충분히 가능하다”는 그녀의 말에서 자신의 능력을 잘 아는 전성기의 운동선수 같은 자신감이 느껴졌다. 미국 프로농구(NBA) 결승전에서 4쿼터 종료 5초를 남겨 놓고 공을 잡은 르브론 제임스 같다고 할까?

2㎏짜리 스테이크 먹기 대회를 50여 년 동안 개최해온 빅 텍산 레스토랑의 소유주는 리 일가다. 소유주 중 1명인 바비 리는 자신이 5세이던 1960년 첫 번째 대회가 열린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당시 그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이 레스토랑의 손님 대다수는 카우보이였다. 그 후 리는 하루 평균 5명이 2㎏짜리 스테이크 먹기에 도전하는 걸 지켜봤다. 많은 사람이 도중에 먹은 걸 토해내면서 포기했다.

리는 이번 대회에서 스카일러가 보여준 먹기 실력(그녀는 이번 기록으로 빅 텍산에서 상금 5000달러를 받았다)에 대해 “그런 광경은 생전 처음 본다”고 했다. “사자나 호랑이와 경쟁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다.” 스카일러는 미디움 레어로 익힌 등심 스테이크를 손으로 찢어서 씹지도 않고 삼켰다. 리는 스카일러가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스카일러가 질식을 일으킬 경우에 대비해 긴급의료원 1명과 구강외과의사 1명을 대기시켜 놓았었다.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았다”고 리는 말했다.

하지만 스카일러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다. 그녀는 6세부터 11세까지의 자녀 4명(1남 3녀)을 둔 어머니다. 공군인 남편 때문에 새크라멘토 교외에서 산다. 레스토랑 종업원으로 일하던 스카일러는 먹는 일을 생업으로 삼은 뒤 돈도 벌고 여행도 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더는 레스토랑에서 일할 필요가 없다.

스카일러는 네브래스카주 출신이다. 옥수수 밖에는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기억하지만 어쨌든 고향이니 언젠가는 돌아갈 생각이다. 약 3년 전 먹기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고 2013년 먹기 대회 조직 단체인 ‘올 프로 이팅(All Pro Eating)’에 가입했다. 이 분야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중서부 출신다운 단순성에서 비롯됐다. “공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이 일을 시작했다. 난 공짜 음식을 좋아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많은 미국인이 그녀가 공짜 음식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걸 좋아한다. 먹기 대회의 인기는 미국이 탐욕스럽고 낭비가 심하며 비만 인구가 많은 나라라는 미국인의 집단 인식과 관련 있는 듯하다. 먹기 대회는 미국인이 얼마나 뚱뚱해졌는지를 조롱하는 동시에 기념하는 행사다.

일부 먹기 대회 출전자들은 성인의 책임감을 완전히 떨쳐버린 듯 보이지만 어머니로서의 의무를 중시하는 스카일러는 그런 부류와는 구분된다. “딸 아이의 무용 발표회가 먹기 대회 날짜와 겹치면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말했다. 또 상금을 받을 가능성이 큰 대회에만 출전한다. 집에서 식사할 때는 늘 시간에 쫓기는 여느 어머니들처럼 먹는다. 아침은 아이들 등교 준비를 도와주면서 커피 한 잔으로 때우고 오후에는 볼일 보러 다니면서 미니 당근을 씹어 먹는다. 그리고 저녁 때는 아이들이 남긴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다.

스카일러는 ‘먹기 대회는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에 도전한 몇몇 여성 중 1명이다. 또 다른 먹기 대회 조직인 ‘메이저 리그 이팅(Major League Eating)’의 톱10 실력자 중 4명이 여성이다(스카일러는 이 조직과 계약하지 않아 순위에 못 들었다). 그들 여성 중 최고는 미키 수도로 지난해 코니 아일랜드에서 열린 네이선 핫도그 먹기 대회에서 ‘더 블랙 위도우’ 토머스의 인기를 제치고 새롭게 주목 받았다.

평상시에는 케일 등 건강식 챙겨

수도(스카일러는 그녀를 친구로 생각한다)는 먹기 대회에 관한 어떤 성적 고정관념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내 위로 남자 3명이 있다”고 수도가 말했다. “하지만 내 밑에는 수많은 남자들이 있다.” 그러나 스카일러는 처음 먹기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을 때 얼굴에 묻은 음식물을 닦아내느라 시간을 낭비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숙녀답지 못하다’고 생각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체스트넛이 식도 안으로 핫도그를 밀어 넣을 때 그런 거리낌이 있을까 의심스럽다.

수도 역시 스카일러처럼 54㎏급에 속한다. 지난해 토머스의 웹사이트에 실린 자료에 따르면 그녀의 몸무게는 그보다 더 가벼운 45㎏ 정도다. 대회에 출전할 때를 빼놓고는 이들 여성 중 누구도 과식하지 않는다. 일례로 수도는 그릴드 치킨과 아보카도, 케일 등 건강식을 주로 먹는다. 그녀의 말마따나 먹기 대회가 열리는 날은 1년에 기껏해야 17일 정도다. 나머지 시간은 “지루할 정도로 단조로운 식사”를 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폭식에는 대가가 따른다. “어떨 때는 나 자신이 쓰레기처럼 느껴진다”고 스카일러는 말했다. 잠을 실컷 자고 물을 많이 마셔야 회복된다. 야구 경기가 끝난 뒤 투수가 팔에 얼음찜질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몸이 비정상적인 일을 해낼 수 있도록 상태를 조절해야 한다”고 스카일러는 말했다. 모든 스포츠에 해당되는 말일지 모른다. 인간의 몸이 42.195㎞를 달리도록 만들어졌을까? J J 와트[프로미식축구리그(NFL) 최고의 수비수로 꼽히며 키 198㎝, 몸무게 135㎏의 거구다]와 몸싸움을 벌이는 건 또 어떤가? 스포츠 경기 관전은 인간의 몸이 정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이다. 브리트니 그리너(키 203㎝의 여자 농구 선수)가 레이업슛(골 그물 아래나 옆에서 한 손으로 하는 슛)을 날리는 장면이든 스카일러가 컵케이크를 쉴 새 없이 집어삼키는 장면이든 말이다.

먹기 대회 출전이 댈러스 카우보이스(프로 미식축구 팀)의 수비수로 뛰는 것만큼 위험하진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빈약하나마 지금까지 나온 관련 연구에 따르면 시간을 보내는 유익한 방법은 결코 아니다. 2007년 미국영상의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빨리 먹기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병적인 비만과 심각한 위마비, 난치성 구역질과 구토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며 위 절제술이 필요할 경우도 있다. 먹기 대회에 관한 한 미국 의학계에서 가장 심도 있는 의학적 조사를 실행한 것으로 여겨지는 이 연구팀은 이렇게 경고했다. “먹기 대회는 갈수록 높아지는 인기에도 불구하고 잠재적으로 자기파괴적인 행동 형태로 볼 수 있다.”

스카일러는 먹기 대회에서 우승하고 돈을 벌 수 있는 한 대회에 계속 출전할 생각이다. 이 일을 하는 동안 리얼리티쇼에도 나가고 싶다고 한다. 지난 5월 중순 스카일러를 만났을 때 그녀는 한 지역 박람회에서 열리는 콘도그(꼬챙이에 낀 소시지를 옥수수 빵으로 감싼 핫도그) 먹기 대회에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 대회에서 쉽게 이기리라고 예상했지만 언젠가는 보통 사람이 이를 닦는 시간 안에 소 반 마리를 먹어 치우지는 못하게 되는 날이 올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 날이 와도 스카일러는 의연하게 대처할 준비가 됐다. “어찌 됐든 음식은 음식일 뿐”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글=알렉산더 나자라이언 뉴스위크 기자
번역=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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