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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노래로 배웠네]<23>커피소년 ‘장가갈 수 있을까’ - 시집갈 수 있을까

나만 빼고 다 하는 결혼




작년 11월이었나. 제법 쌀쌀했던 걸로 기억한다. 과년한 처자 두 명이 쓸쓸히 노래방을 찾았다. 우리는 그동안 억눌러왔던 본성을 해방시키며 온몸에 땀이 나도록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이 노래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다. 커피소년의 ’장가갈 수 있을까’. 특히 ‘시집갈 수 있을까’로 시작하는 2절 부분을 애절하게 불렀다.



"누굴 만난다는 건 어려운 일이야 / 남들처럼 그렇게 시집갈 수 있을까“



‘나이를 먹을수록 결혼하기 힘들다’는 대명제를 체감하는 나이가 됐다. 왜냐, 눈이 꽤나 높아졌기 때문이다. 스펙을 따지기 시작했다는 말이 아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의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질척거리는 남자는 나와 안 돼’ ‘종교 있는 남자도 나와 안 맞아’ 하나 둘씩 나만의 잣대만 늘어갔다.



게다가 내 주변에는 괜찮은 남자도 없었다. 인구의 절반은 남자라는데... 가뭄에 콩 나듯 괜찮은 사람과 소개팅을 해도 이상하게 쉽게 끝이 보였다. 내가 조금이라도 어렸으면 몇 번 더 만나 된장찌개도 먹고 부대찌개도 먹어 봤을 텐데. 도대체 내 인연은 어디에 있는 걸까 궁금했다. 지금 밥은 먹었는지 퇴근은 했는지. 태어는 난 건지.



나도 할 수 있을까




"이러다 평생 혼자 사는 거 아냐 / 다시 사랑이란 걸 할 수 있을까”



사랑 안 해본 거 아니다. 한 남자와 나름 진지한 사랑도 해봤다. 하지만 나는 결혼할 자신이 없었다. 착하고 순수했던 그는 막내였다. 위로는 ‘망나니’ 형과 누나가 있었다. 형은 전처 사이에 낳은 아이를 부모님께 맡기고 잠적했다. 그러더니 추석에 또 다른 젊은 여자와 함께 아이를 데리고 나타났단다. 그의 누나도 사정은 비슷했다. 나는 우리 부모님께 이 남자를, 이 남자의 가족을 소개할 자신이 없었다.



미래가 없던 우리 관계는 자연스레 가벼워졌다. 나는 그의 작은 실수조차 참질 못했고, 우린 계속 서로의 자존심을 긁었다. 그와 크리스마스를 세 번 보냈을 무렵에는 나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그가 친구들과 밤늦도록 클럽에 가고 술자리에서 연락이 끊겨도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다. 나는 조금씩 그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평생 혼자 살 준비부터 할까




“소녀 같던 내 순수함 어디갔나 / 여자 맘은 나도 내가 모르겠다”



정작 우리가 헤어질 땐 아무런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우린 무관심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소멸됐다. 서로 연락이 끊긴 지 일주일 만에 그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받지 않았다. 문자가 왔다. “전화는 왜 안 받아?” 답장을 보냈다. “우리 헤어졌잖아.”



헤어진 뒤에도 그는 내 집 앞을 종종 찾아왔다. 나를 잊지 못한다는 내용의 편지도 건넸다. 우리가 달달했을 때 단 한 번도 써주지 않았던 편지었다. 나는 편지를 쓰고 있을 그의 모습이 떠올라 펑펑 울면서도 그 자리에서 편지를 찢어버렸다. 인연을 자르기 위해선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 뒤로도 그는 몇 번 더 내 집 앞을 서성였다. ”앞으로 연락 안 할게. 대신 언제든지 다시 온다면 환영이야. 잘 지내“ 그의 마지막 문자였다. 그리고는 다시는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내 친구들 하나 둘 씩 떠나가고 / 설마했던 그 친구마저 떠난다”



그와 헤어진 지 1년은 지났을까? 그랬던 그가, 그토록 절절했던 그가 결혼을 했다. 프사(카톡 프로필 사진)에서 그의 웨딩 사진을 발견했을 때 충격이란!!! 나를 잊지 못해 결혼도 못하고 평생 혼자 살 것 같았던 그가 환히 웃고 있었다. 그것도 나보다 예쁘고 키도 큰 여자와 함께. 이후 그는 내 꿈속을 찾아왔다. 벌거벗은 그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다가 사라졌다. 나는 옷 한 벌 해주지 못하고 그를 그렇게 떠나보냈다.



그 충격 때문이었을까. 갑자기 사랑이 시답잖아 보였다. 그 사람과 지지고 볶고 싸운 3년이 아까웠다. 어차피 결혼의 인연은 따로 있는 건데 연애가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한동안 나는 일에 몰입했다. 그렇다고 근무평점이 나아진 것도 아니었다. 점점 건어물녀가 되면서 ‘사랑은 유치해’를 호기롭게 외치고 다녔다. 하지만 내심 속으로는 두려웠다. 사랑을 다시 시작하기가.



정말 못하는 걸까 [사진 티파니앤코]




"언젠간 우리도 장가갈거야 시집갈거야 / 우린 꼭 갈거야”



‘유부(남녀)’들은 말한다. 결혼은 가장 친한 친구가 집에 놀러왔는데, 이제 갈 때가 됐는데도 가지 않는 거라고. 그런데 나는 결혼은 둘째 치고 이 ‘가장 친한 친구’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인연을 만나면 첫 만남에 ‘띵동’하고 귓전에서 초인종이 울리나? 바로 이 사람이라는 강력한 입질이 오는 걸까? 나도 남들처럼 그렇게 ’가장 친한 친구’를 만날 수는 있는 걸까?



이 노래는 간드러지게 끝난다. 노총각 노처녀의 궁상맞은 현실과 다르게 콧소리도 조금 섞어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다.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대역죄인 생활을 한 지 1년이 지난 셈이다. 뭐, 이 시간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노래의 마지막처럼 설레는 마음 안고 오늘도 내 인연을 만날 꿈을 꾼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벌써 6월이고 올해 시집가는 건 물 건너갔다. 그래도 믿고 싶다. 나도 언젠간 꼭 시집 갈 거야.



결혼하고 싶은 여기자 wannamarry@joongang.co.k*r



※기자 이름과 e메일 주소는 글 내용에 맞춰 허구로 만든 것입니다. 이 칼럼은 익명으로 게재됩니다. 필자는 jmnet 기자 중 한 명입니다. 매주 금요일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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