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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의 정치”… 박 대통령, 유승민 공개 비판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번 국회법 개정안으로 (국회가 정부의) 행정 업무를 마비시키는 것은 국가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취임 후 처음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정치권을 전례 없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서둘러 여야가 (국회법 개정안에) 합의했다”며 “(정부 시행령 등에 수정요청권을 갖는)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의 입법권과 사법부의 심사권을 침해하고 결과적으로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해 위헌 소지가 크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취임 후 처음이고 헌정 사상 65번째다.

 특히 박 대통령은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라며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여당 원내대표를 비판한 건 극히 이례적으로, 사실상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선거를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이라며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당·청 관계가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집권 중반기를 맞아 여당에서 독자 노선을 모색하는 기미가 나타나자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당·청이 각기 제 길을 가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 대통령 발언 이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일부 친박계 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40명이 발언한 의총에서 유 원내대표의 책임론을 거론한 의원들은 7~8명에 그쳐 "사실상 재신임 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유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와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 더욱 잘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 사퇴를 거부했다.

 새누리당은 의총에서 국회로 되돌아온 국회법 개정안은 표결을 하지 않고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시키기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거부권 행사와 관련, “국회입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자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며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표결 일정이 잡히기 전까지 모든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기로 했다.

신용호·김정하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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