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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제2의 한·일 관계 정상화’와 미국

[일러스트=김회룡]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도쿄 총리 관저에서 만났다. 한·일 양국 관계의 장애물이었던 불화가 조만간 끝날 것처럼 보인다. 같은 날 양국 정부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했다. 절제됐지만 내용적으로 긍정적인 행사였다. 두 정상이 이번 가을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따로 만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두 정상이 드디어 최초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여럿이지만 두 가지 사건을 지목하고 싶다. 첫 번째 사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2년 독도를 방문한 것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방문이었다. 독도에 대해 한국이 권리를 주장할 수 없어서가 아니다. 미해결 역사적 이슈에 대한 국제정치의 가장 중요한 규칙을 어겼기 때문이다. ‘선(善)을 행할 수 없다면, 해를 끼치지는 말라’는 원칙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전에도 일본은 매년 ‘다케시마의 날’을 기념했고 이에 대해 한국이 항의했다. 예측과 관리가 가능한 마찰이었다. 한국 대통령 중에서 최초로 이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자 아슬아슬했던 현상(現狀·status quo)이 깨지며 일본 측이 반발했다.



 두 번째 사건은 보다 개인적인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 날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아소 다로(麻生太<90CE>) 전 총리를 파견했다. 말을 투박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막말 외교’ 파문을 일으켰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날부터 한·일 관계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다.



 아베 총리는 임기 초에 고노(河野)·무라야마(村山) 담화의 수정을 시사했다. 불 난 데 기름 붓기였다. 이 또한 위안부 문제라는 미묘한 사안을 둘러싼 양국 간의 아슬아슬한 균형을 깨려는 시도로 파악됐다. 이후에 아베 총리는 두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약속했다. 칭찬할 만한 일이다. 그는 태평양전쟁 종전 70주년 기념일인 8월 15일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외교 무대의 관심이 그날로 쏠리고 있다.



 미국 정가에서는 그가 과거 역사에 대해 언급할 때 새로운 표현을 구사하기를 희망한다. 아니면 최소한 지난 4월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처럼 ‘후회(repentance)’라는 말을 다시 쓰기를 기대한다. 외교가의 법률가들은 단어 하나하나를 세세히 따진다. 하지만 단어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아베 총리가 위안부 생존자들에게 뭔가 인간적인 제스처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 어떤 새로운 영리한 말솜씨보다도 행동이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가 급변하자 언론매체들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양국 관계가 그늘에서 벗어나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양국 관계가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잘 알고 있다. 8월 15일까지 한참 남았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돼 협상이 깨질지 알 수 없다.



 긍정적으로 움직이는 양국 관계가 다시 교착상태에 빠진다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나라는 미국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은 한·일 관계가 발전하도록 막후에서 조용하지만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50년 전 시나 에쓰사부로(椎名<60A6>三<90CE>) 외상이 이동원 외무부 장관과 국교정상화를 논의하기 위해 서울에 도착했다. 시나 외상과 함께 온 인물 중에는 에드윈 라이샤워 주일본 미국대사가 있었다. 당시 미국 국무부 차관보였던 윌리엄 번디와 하버드대에서 교수 생활을 했던 라이샤워 대사는 시나 외상의 1965년 2월 한국 방문을 촉구한 핵심 인물들이다. 그들은 또 일제 시대에 대한 성명을 일본이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65년 봄 국교정상화를 위한 한·일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미국은 이동원 장관을 워싱턴으로 초청했다. 한국 정부가 국교정상화의 마지막 장애물들을 뛰어넘도록 강력히 권고하기 위해서였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미국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사소한 것 같으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 측에는 더 많은 용서를, 일본 측에는 역사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호소한다. 동시에 북한·테러·사이버공격 같은 외부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양국의 실용주의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한·일 갈등에 개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역사 문제와 관련해 위안부 여성을 ‘성노예(sex slave)’로 정의하며 조용히 한국 편을 들었다. 동시에 일본을 보다 적극적인 미국의 동맹국으로 만들겠다는 아베 총리의 노력을 지지해 왔다. 미국은 한·미·일 정상회담이라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나쁘면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중시 정책(pivot to Asia)’이 작동할 수 없다. 북한에 대한 억제력도 약화된다. 중국의 부상을 아시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유도할 수 있는 능력도 약화된다. 그래서 한·일 양국의 ‘제2차 관계 정상화’는 수교 50주년을 맞은 당사자들인 한국과 일본 못지않게 미국에도 중요하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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