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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대 수간호사 일기 ②] 탈진과 구토, 설사로 쓰러지는 동료들

탈진과 구토, 설사로 쓰러지는 동료들

6월 10일.

미안함과 속상함이 뒤엉켰다. 확진환자와 기존 중환자의 사망소식에 분위기는 더 가라앉았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확진환자는 물론이고 다른 중환자분의 마지막도 격리된 채 진행됐다.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하고, 장례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기존 중환자의 보호자에게 사전에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전화를 했는데, 내가 많이 울먹거렸나보다. 보호자분이 오히려 ‘우리 아니어도 선생님들이 있으니까 다행이에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 엄마 마지막까지 잘 부탁드려요.’라며 나를 다독여주셨다. 상황이 이렇게 돼서 죄송하다는 말 밖에 전할 수 없어 더욱 속상했다.

어쩔 수 없는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추가 지원자들과 다시 전쟁을 시작했다. 처음 방호복을 입는 선생님들은 깜짝 놀라며 그 자리에서 울상을 짓기도 했지만, 우린 노란 방호복에 비하면 천국이라며 애써 달랬다. 인력의 추가지원이 있었지만 대부분 날숨을 다시 들이 마셔야하는 N95마스크와 30분만 일해도 땀으로 흠뻑 젖는 방호복, 그리고 부족한 인력 탓인지 구토와 설사, 식욕부진과 탈진으로 쓰러지는 간호사들이 대여섯명 나왔다. 다시 급히 인원을 보충해가며 손발을 움직였다. 또 뜬눈으로 눈물만 흘리며 하루를 보냈다. 간호사라는 직업도 이 격리만 끝나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어서 시간이 흘러 밖으로 나가고 싶다.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다. 신혼 1달차인 ○○쌤, 결혼을 앞두고 웨딩촬영과 모든 것을 연기시킨 ??쌤, 학교수업도 가지 못가는 ○○쌤, 억지로 울음을 참으며 아이들과 영상 통화하던 ○○쌤, 부모님께 걱정하지 말라며 담담하게 통화를 마치자마자 펑펑 울던 ○○쌤.. 늦은 시간까지 뒤엉켜 울며 우리는 하나가 됐다.

바깥공기와 바람을 살갖에 느끼고싶다

▶▶6월 11일.

새벽 두시경 응급상황으로 수술이 필요했다. 환자처치와 자리이동, 수술을 위해 8번 소독 및 청소, 음압 유지 확인 후 수술, 끝난 후 또 열 번 가까이 소독을 했다. 그런 와중에 격리를 납득하지 못하고 나가겠다며 소란을 일으키던 한 환자분의 손에 맞아 ○○쌤의 고글이 움직이며 눈을 크게 다쳤다. 그 환자분은 평소 말수도 적었던 분이셨는데.. 가족들도 만나지 못하게 하고, 바깥공기조차 쐴 수 없게 하니 속상하신 마음은 이해됐다. 하지만 우리는 서글펐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말없이 숨을 돌리는 순간에 고개를 숙이고 우는 쌤들 모습에 나도 왈칵 울어버렸다. 바깥공기와 바람을 살갗에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도 지난 몇 일간 힘들고 속상함에 울던 날들과 다르게 ‘우리 부서는 손 씻기도 잘하고, 원래 잘해왔잖아’라며 극복 의지를 보이며 서로를 다독였다. 제일 먼저 간호사들 힘들겠다며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사주신 ○○교수님, 원장님의 영양제 처방을 시작으로 아무 관련 없던 쌤들의 지원, 설사로 힘들어 하고 있을 때 죽을 사주신 부원장님, 아픈 간호사들의 문진도 시작되어 처방이 나기 시작했고 자가 격리 쌤들까지 찾아가 챙겨주시고 가족들에게 직원들의 격리와 건강상태를 연락드린 간호부 부장님과 팀장님, SICU 파트장님, 식단까지 더 꼼꼼히 챙겨주는 영양팀, 눈빛으로 응원해주는 우리 환자분들 등등 생각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 모두가 함께 해주는 사실이 희망이 되어주었다.

어둠에 차츰 익숙해서 시야가 트이기 시작했다.

모든 것들이 이제 조금씩 체계를 갖추기 시작하고 아직도 모든 업무는 감염관리실을 거쳐야 하는 부분 때문에 쉽지 않지만 여러 부서의 지원으로 조금씩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는 한 두명씩 농담도 던지며 울다 웃다 한다. 아직 열흘도 더 남았지만 우리는 이제 울지 않는다. 이러다 죽겠다 싶던 생각도 죽더라도 할 수 있을 만큼 해보자는 뚝심으로 바뀌었다. 비록 고글 속 눈으로만 서로를 알아보고, 쪽잠도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걱정해주고 지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아 오늘 밤은 울지 않는다. 남은 기간 우리 스스로와 메르스로부터 환자를 지켜낼 것이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중환자실 간호사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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